마지막 건달

마지막 건달 39

바라쿠다 2019. 3. 11. 19:07
"돈이 어딨어, 먹고 죽을래도 없어 이 놈아.."
"씨발 조또.. 돈 있어야 나가지~"
"그러길래 왜 놀아, 벌어 쓰면 되자너.."
망나니 아들이라더니 허우대 멀쩡한 놈이 가게에 들어 와 제 어미를 조른다.
이제 갓 스물이나 됐을까 체격이 건장하고 생긴것도 제법 사내다웁다.
아직 철이 들려면 멀었겠지만, 쉽게 세상을 살아 가려는 요즘 젊은이들의 사고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에이~ 돈 내놔~"
"어이구~ 맡겨 놨어?  벌어 쓰라구~"
막무가내로 싱갱이 벌이는 두 모자로 인해 우리까지 산란스럽다.
"술맛 떨어지겠어."
"어이~ 젊은 친구 우리 내기할래?"
"꼰대가 뭐라는거야.."
보다 못한 박영철이가 조용히 시킬 요량으로 망나니에게 시비를 건다.
"나 쓰러뜨리면 백만원 줄께, 어때.."
"씨름하자구?'
"아무거나, 주먹질이면 더 좋구.."
"거짓부렁 아니지?"
"속고만 살았나.."
지갑을 꺼내 5만원짜리 지폐를 여러장 세어 테이블에 올려 놓는다.
"여기서?"
'따라 나와, 어른들 술 드시니까.."
돈을 보더니 군침까지 흘리는 망나니를 데리고 가게를 나서는 박영철이다.

"괜찮겠어?"
"후후.. 신경쓰지 마시고 술이나 드세요."
"나도 한잔 줘."
박영철이와 망나니가 밖으로 나간 뒤 여주인까지 합석한다.
팔을 거둬 붙이고 앞치마까지 두른 그녀는 영락없이 시장판 상인이다.
다소 눈이 가늘고 콧구멍이 위로 향해 안생겨 보이기는 하지먼 영 못봐 줄 정도는 
아니다.
여자치곤 키가 크고 체형마저 늘씬해 건강미까지 있다.
"으이구~ 저 웬수.."
"참고 살어, 좋은 날 오겠지.."
"이 년의 팔자.."
삶의 고단함이 가득 묻은 그녀의 입술에 술잔이 닿는다.
"팔자가 어때서.. 나처럼 멋진 남자가 좋아하는데.."
"그러니까 문제야, 나이 먹은 노친네가 달려 드니까.."
"마음은 이팔청춘일세."
"남자들 눈이 삐었어, 나같은 여잘 몰라 보고.."
"ㅋ~내 눈이 좋다는 얘기네.."
"말을 말아야지, 틈만 나면 자기 자랑만.."
어디까지 진도가 나갔는지 모르지만 제법 썸타는 사이로 보인다.
나이들이 있어 달달할것 까지야 없지만 일방통행은 아니지 싶다.

"실례하겠습니다."
"어쩐일로.."
며칠전부터 중고차 사무실을 방문하겠다는 형사의 연락이 있었다.
달갑지 않았으나 마냥 피할수 있는 입장도 아니다.
"이상혁입니다."
"그쪽으로 앉으시죠."
쇼파에 엉덩이를 붙인 그가 내민 명함에 방배경찰서 소속 계장으로 인쇄돼 있다.
어르신의 선견지명이 있어 이 곳의 박영철과 건재상 천용호의 출근지를 바꾸길 잘했다는 
생각이다.
"사건 차량이 이 곳에 있다길래.."
"말씀드렸지만 매물로 나온 차는 키가 꽂혀 있어 누가 타고 다녔는지는 모릅니다."
경찰쪽에도 애국회의 라인이 있는겐지 CCTV에 찍힌 영상이 전송돼 왔기에 허둥이지
않고 대처를 하는 중이다.
차량의 넘버는 정확하지만 승차하고 있던 박영철과 정수의 형상은 희미할 뿐이다.
이 곳 주차장의 카메라 영상을 보자고 했지만 그 시간대 녹화분은 이미 지워 버렸다.
"빼 돌린 느낌이 나는데.."
"저희는 몰라요, 알아 내는게 이반장님 하실 일이고.."
"발뺌만 한다고 될 문제가 아닌데.."
"도와 드리고 싶어도 아는게 없거든요."
"아시겠지만 지금 난리에요, 경찰서에 죽치고 있는 기자들땜에 업무가 마비 지경입니다."
"답답하기는 우리도 마찬가지죠, 차가 없어졌는지도 모르니까.."
"기자들이 이리로 몰려 올겁니다, 무능한 경찰 소리 들을수만은 없어요."
"..이해합니다."
온 나라가 시끄러울만큼 우리가 저지른 일로 온갖 매체가 떠들어 댄다.
작은 실마리나마 건진 경찰이 여론의 뭇매를 감당하는 중일게다.
들쑤셔 봐야 사건 당사자인 박영철과 정수는 찾을수 없겠으나, 많은 눈들이 이 곳에 머물러 
운신이 어렵지 싶다.
정작 대표의 직함을 갖고 있는 나부터 그들의 표적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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