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생(殘生)

잔생 95

바라쿠다 2019. 2. 26. 08:22
"피크때는 바쁘겠네요.."
"후후..걱정돼?"
한달 가까운 내부수리끝에 희정이의 가게가 오픈하는 날이다.
희정이 친구 인아가 가게일을 도우니 용호선배가 빠질수 없고, 제 엄마의 일인지라
큰아들 동훈이가 와이프와 장모까지 대동하여 참석했다.
근 백여평이나 되는 가게인지라 홓에 일하는 사람만도 네명인데, 아직은 손발이 맞지
않아 허둥이는 모습들이다.
"좀 도와줘야겠다.."
"그냥 계세요, 금방 자리 잡을겝니다."
동훈이의 장모가 바쁘게 돌아가는 가게를 바라만 보는게 미안했지 싶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 서려는걸 애써 말려 앉혔다.
막내딸인 동훈이 처에게 의탁하는 그녀의 삶도 녹록치 않았을게다.
"..그래도 저리 바쁜데.."
"후후.. 바쁜게 좋아요, 그래야 잡생각이 안들죠."
"그건 그래요.."
"좋긴 뭐가 좋아, 편안하게 쉬는게 최고지."
"이런~ 인아씨 먹여 살리던지.."
세상 살아가면서 몸으로 버텨야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용호선배처럼 머리로 먹고 
사는 부류도 있기 마련이다. 
딱히 정답이 있을수 없고, 스스로 만족하는 것만이 위안이 될 것이다.
"ㅋ~그럴까나.."
"에구~화상.."
무릇 이성간의 교제는 서로간의 형평이 맞아야 한다는게 내 지론이다.
인아가 아무리 이쁘다 한들 무조건 퍼 주는건 옳지 않다고 본다.
잠깐동안의 고마움이야 있겠지만 그런 마음가짐이 영원할순 없다.
특히나 닳고 닳은 연륜이 생기면 한사람에게 올인하려는 자세는 없어지게 된다.
상대에게 바라는 바가 틀리기에 감정이 꼬이므로 아쉽게 헤어지는 것이다.
"..저기 앞날을 보신다고.."
"..대충 봐요."
"우리 애들 잘 살겠죠?"
"그럼요, 염려마세요."
느닷없이 동훈이 장모가 선문을 던진다.
궁금해서 물어 보는게지만 실상은 자신의 앞날이 알고 싶어 하는 듯 보인다.
언제 한번 그녀의 사주를 풀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저녁들어요~"
"갑니다~"
북적이는 희정이 가게를 뒤로 하고 박귀순과의 빌라로 왔다.
당분간 가게 일에 매달릴 희정이에게서 해방의 시간을 가질수 있다.
"반주해요."
"많이도 차렸네.."
샤워를 하고 주방으로 오니 임금님 수라상처럼 식탁이 풍성하다.
비싼 옥돔을 위시해 정월 보름이라고 각종 나물과 여러가지 전까지 형형색색 차려 져 
있다.
"걍 조금했어요, 맛있을래나 모르겠네.."
"엄살은.."
집에서 입는 평상복이지만 색상이 밝아 보기에 좋다.
예전보다 웃음기도 얼굴에 머물러 있어 보여 요즘의 마음 상태가 엿보인다. 
일갑자가 다 된 나이에 신혼의 기분을 내려 한다.
"남자들 이쁜 여자만 좋아하죠?"
"이쁜 여자?"
"속물이야 남자들.."
수십년을 남편에게 버림받은거나 다름없으니 남자들이 한눈 파는 것에 모종의 아픔이 
있을 터다.
많은 나이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같은 놈을 남편의 대용품으로 여겨 못다 푼 인생의 
재미를 느끼려 한다.
"이쁜게 아니고 매력이겠지.."
"매력? 어떤 매력.."
"종류야 많지, 아마 수십가지는 될걸?"
"난.. 매력이란게 있어요?"
"당연하지.."
"말해 봐요, 궁금해."
"귀순씨 매력있어요, 본인이 몰라서 그렇지."
"그게 뭐냐니까.."
"이런~ 순간순간 묻어 나는거야, 꾸민다고 되는것도 아니거든.."
잘 생긴 미모와 매력은 전혀 다른 장점이다.
흔히 이쁜 여자에게 시선들이 모이는 걸 보고 그런걸 부러워 하는 여자들이 많다.
타고 난 미모는 어찌한다고 변할수는 없다.
병원에 가서 뜯어 고치기도 하는 모양이지만 그런다고 원판은 변하지 않는다.
또한 약간의 변함이야 있을순 있어도 안타까운건 남자들이 좋아하는건 그게 아니다.
남자들의 속마음을 알게 되면 무리하게 병원행을 택하는 여자들이 줄어 들 것이다.
매력은 누구에게나 있다.
다만 본인이 가진 그 매력을 모르기에 그걸 발전시키지 못하는 우를 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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