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생(殘生)

잔생 92

바라쿠다 2019. 1. 30. 12:22
"안녕하세요.."
"이쁘게 생겼구나."
"ㅋ~감사합니다."
"그 이쁜게 문제지.."
"엄마는 또.."
희정이의 친구 인아가 딸 지연이를 데리고 왔다.
익히 지연이에 대해 알고 있지만 모른척 해야 한다.
뛰어 난 미모를 가진 모녀가 나란히 앉아 있으니 그림은 좋다.
엄마인 인아는 농익은 과실이라 한입 베어 물면 단물마저 뚝뚝 떨어질것 같은 농염함이
흐르고, 활짝 피어 난 꽃과 다름없는 지연이는 뭇사내들의 눈길이 머물만큼 매력이 줄줄
넘친다.
겉으로 보기엔 맑은 이슬을 머금고 있게 보이지만, 속은 욕심많은 구렁이가 꽈리를 틀고 
있다.
그런 탐욕을 알고 있는 나조차 헷갈릴 정도니, 여자 밝히는 어수룩한 숫놈 하나쯤 갖고 
노는건 일도 아닐 것이다.
"봉도사님 얘 좀 어떻게 해 봐,미치겠어.."
"봉도사? 봉씨도 있나?"
희정이의 봉을 자처하는 나를 봉씨라 부르는게 입에 붙은 인아다.
놀리려는 의도가 아닌만큼 어찌 불려도 기분나쁠리는 없다,
설사 놀림감이 되어도 희정이를 아끼는 마음이 없어질리도 없다.
"이 년이 어른들 말씀에 나서긴.. 네 년 인간 만드려고 온 자리야, 입 다물어.."
"내가 뭘 어쨋다구~"
"후후..그 나물에 그 밥이로세.."
"그만 놀리지 말고 시원한 해결책이나 내놔 봐요.."
그 근방에서 짜하니 이쁜 아줌씨로 통하는 인아다.
딸 지연이 역시 제 엄마를 빼 닮아 한미모 한다.
제 엄마보다 큰 키에 갸름하고 작은 얼굴, 은연중 암내까지 풍기는 스타일이다.
게다가 남자를 잠시 스쳐가는 도구쯤으로 아는지라 제대로 인간구실을 할런지 확신이 
안 선다.
그 반면 엄마인 인아는 자신을 좋아해 주는 남자를 위해 최소한의 의리는 지키려 한다.
"거실에서 기다려, 지연이랑 얘기 좀 하게.."
"부탁해요."

"솔직해지자 우리.. 이런식으로 살고 싶냐?"
"이런식이라뇨?"
걱정스런 눈빛을 거두지 못하고 인아가 신방을 나간 뒤 지연이와 둘만 남았다.
세상을 보는 눈이 어떤지 속내부터 들어봐야 할 것이다.
"내 눈에 다 보여, 스쳐 간 숫놈이 한다스가 넘는구나.."
"어머~ 그게 보여요?"
제 엄마가 눈앞에서 사라지자 언제 그랬냐는 듯 얼굴에 화색이 돈다.
누구의 간섭도 받기 싫은 지연이의 속내가 들여다 보인다.
"어찌 살고 싶으냐, 지금처럼?"
"..ㅋ~ 신나게 살면 좋죠."
방긋 미소를 머금은 지연이의 모습에서 남자를 유혹하는 향기가 풍기는 듯 하다. 
애초에 복잡한 걱정같은건 달고 살기 싫다는 투다.
무릇 인생이란게 여러 구비를 돌고 돌아 가는 여정이다.
힘들때도 있고 복잡하게 꼬일때도 있지만, 그 고난과 역경을 헤쳐 나가는게 스스로의 
책임이다.
이제 막 여자의 인생이 시작되는 시점인데, 가지고 있는 생각은 아동 수준에 머물러 있다.
"얻어 맞아도 그럴래? 널 아껴주는 남자는 재미없어?"
"..그걸 어떻게.."
"이 자식이? 다 보인다니까.. 할아버지한테 나쁜 놈 걸리게 해 달라고 할까?"
"그건 안돼죠.."
체격만 성인이지, 머리속에 든 생각은 여물지 못했지 싶다.
아무리 타일러도 받아 들일 준비가 안된 지연이에게는 소귀에 경 읽기일 것이다.
보통의 인간이라면 어르고 타이르면 개정의 여지가 보이는 법이다.
인간의 길흉을 주는 신께서 그녀를 세상에 내 놓은 뜻이 있을 것이다.
희정이가 좋아하는 친구의 외동딸이라 어찌 도움을 주고 싶었지만, 어줍잖은 능력으로는
역부족이지 싶다.
후일 인연이 닿는다면 지연이에게 도움이 될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만 가 봐, 남자 사귈때 생각 좀 하고.."
"봉도사님~ 술한잔 사 주실래여?"
"이 자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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