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여자

세여자 64

바라쿠다 2019. 2. 7. 08:38
"병원갔니?"
"네, 병원서 살아요."
"다행이구나.."
하나뿐인 딸 선미가 늦둥이를 낳았다.
워낙 심성이 고와 부모곁을 떠나 가정을 꾸릴때 걱정이 있었다.
사위감이라고 번듯하게 생긴 놈을 데려왔을때 그러려니 했다.
첫 외손주가 생긴 뒤 사업자금이 필요하다길래 그 당시 살던 아파트를 저당잡히고
3억이나 대출해 줬다.
그 돈을 갚지 않아 일산으로 이사까지 해야 했다.
돈도 돈이지만 신용없는 행동을 하고도 미안해 하기는 커녕 소식조차 전하지 않았다.
괘씸했지만 외동딸 선미를 생각해 벙어리 냉가슴 앓듯 꾹꾹 눌러 참았다.
"밥은 잘 챙겨 먹디?"
"아줌마가 챙겨줘 개안아요.."
큰아들 선호를 통해 어렴풋이 남자가 생겼음을 알게 됐다.
내색은 않았지만 하는 사업이 꼬였는지 풀죽은 기색을 보였는데, 새로운 사위감의
도움으로 큰 이득을 취했음도 들었다.
"아줌마 반찬이 오죽할까, 먹는게 부실하면 안되는데.."
"걱정마세요, 영양가 있는것만 밝히더라구.."
40이 가까운 둘째놈까지 자신의 회사에 끌어 들였다.
선미의 배가 불러 새로운 사위감을 데려왔을때 적잖이 놀랐다.
유순해 보이기야 했지만 작은 체구에 무려 12살씩이나 어리다고 했기 때문이다.
도통 맘에 들지 않던 전남편과 헤어진건 속 시원하지만, 맘이 여린 딸 선미의 앞길이 
순탄할지 염려가 되어 핑계삼아 둘째 선웅이를 사위와 함께 기거하게끔 했다.
"다른 기미는 없지?"
"착해요, 회사랑 병원밖에 모르니까.."
"잘 지켜 봐.."
"네, 그럴께요."

"밥은.."
"먹었어, 누나 걱정이나 해."
"걱정? 무슨 걱정.."
"몸 축났자너, 뺨이 홀쭉해.."
"ㅋ~개안어.."
병원에서 애를 낳은지 보름이나 지났다.
출산 일주일이 지나 산후조리원으로 옮겼고 날마다 진수가 다녀 간다.
"개안긴, 내가 싫은데.."
"싫어? 뭐가.."
"푸석푸석해, 윤기가 엄짜너.."
"얼굴?"
"그래.."
"애 낳았으니 당연하지, 그게 얼마나 힘든건데.."
"에이~"
이럴때 보면 철부지가 따로 없다.
갖고 싶은 핏줄에 대한 욕심만 부리고 귀중한 생명을 얻은 뒤 생긴 부작용이야 당연스런 
일인데 감수할줄 모른다.
한편으로 그 마음이 아직도 내 외모에 대한 기대치를 갖지 싶어 나쁜 기분은 아니다.    
"ㅋ~그러길래 왜 졸라.."
"..집에 가도 되지?"
"퇴원하자구?"
"..응, 심심해.."
"산후조리는 어쩌구.."
"장모님 오시라고 해."
"엄마를? 불편하지 않아?"
"처남하고 있는것보다야 훨 낫지.."
"선웅이가 우리집에?"
"내가 딴짓 할까 봐 감시하더라구.."
진수를 잘 모르는 엄마의 입장에서는 그럴수도 있지 싶다.
옛날 사람인지라 애를 낳고 몸조리때문에 집을 비우게 되면, 운신이 자유로워 진 남자가
바람이라도 피게 될까 봐 염려하시지 싶다.
"ㅋ~ 딴짓해도 돼. 봐 줄께."
"누나보다 이쁜 여자가 어딨냐.."
"호~ 이쁜여자 있슴 바람피게?"
"ㅋ~ 얼렁 옛날로 돌아 와, 안 그럼 바람펴야지.."
"너 많이 컸다, 맞먹을줄도 알고.."
"그러니까 집에 가자~"
"에효~ 언제 철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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