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여자

세여자 65

바라쿠다 2019. 2. 7. 12:10
"오늘은 혼자 출근해.."
"나만? 직원들한테 뭐라 그러구.."
결국 진수의 조름따라 집에서 남은 조리를 하기로 하고 엄마까지 모셔 왔다.
며칠간 선웅이와 둘이서 출퇴근하더니 월요일 아침 집에서 뭉개려 한다.
"오늘부터 휴가야."
"오너가 무슨 휴가.."
"출산휴가.."
"업무는.. 아직 모르는데.."
"할게 뭐 있어, 입금 확인만 하면 되지.."
"그게 한두개냐구.."
"초등학교 다닐때 공부 못했지?  어저께꺼랑 같음 되자너.."
"거기서 초등학교는 왜 나와.."
아침부터 진수와 선웅이의 기싸움이 시작된다.
선웅이가 아직도 마음을 열지 못했는지 진수와 겉도는 느낌이다.
울며 겨자먹기로 진수에게 얹힌 꼴이 되었지만 자신보다 7살이나 어린 진수를 인정하기 
싫은 눈치다.
"나이만 많음 장땡인가, 족보도 모르면서.. 아마 유치원 애들도 덧셈 뺄셈은 할거야.."
".........."
"ㅋ~ 선웅이가 말빨이 딸리네.. 어여 회사나 가, 매형은 나도 못당해."
결국은 내가 나서서 중재를 하는게 맞지 싶다.
환갑이 넘은 우리 아빠조차 나이 문제에 민감한걸 여러번 봤다.
여자와 달리 남자들은 나이에 대한 집념까지 보이기도 한다.
"..치사하게.."
"치사하면 돈벌어, 독립하면 초등학교 얘기 안할께.."
현관에서 신발을 꿰 차는 선웅이를 향해 진수가 이죽거린다.

"뭐 먹을까.."
"걍 먹어요."
다른건 몰라도 선미를 아끼는건 믿어도 될것 같다.
늦은 나이에 애를 낳느라 푸석해진 제 와이프의 손이며 발에 손수 연고까지 바르는 
사위의 애뜻함이 보인다.
지금도 마른 발을 씻어 준다고 쇼파에 앉은 선미의 앞에 쪼그려 자리하고는 정성들여 
물을 끼얹는다.
예전 우리네 관습으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딸을 애지중지하는 마음이야 기특하지만 보는 내가 민망스럽다.
"아줌마~ 점심줘요.."
"차돌배기도 구워요."
"차돌배기는 왜, 고기먹고 싶나?"
"ㅋ~누나가 먹어, 튼살에 좋대."
산후조리라야 부엌일을 도와주시는 아줌마가 있어 손가는 일은 거의 없다.
분유와 모유를 반씩 섞어 갓난애한테 먹이는 것 역시 도울 일은 없다.
선미와 자신의 아이를 끔직이 챙기는 사위가 그 번거로움을 도맡아 한다.
젖이 남아 돌아 몽우리가 생김에도 직접 축유기를 들이대고 맛사지까지 자처한다.
선미에게 가졌던 불안이 말끔히 사라질만큼 사위의 보살핌이 고맙기까지 하다.

"걱정을 달고 사네.."
"그러게요, 내가 문제죠?"
"비우고 살아.."
"왜 이러나 몰라요, 알면서 문득문득 자제가 안되니.."
이제껏 살아 온 삶이 옳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깟 남자야 손짓 하나만으로 좌지우지할수 있다고 여겼다.
하지만 남들처럼 상식이 통하는 그런 여자로 살고 싶었다.
대봉이를 그러한 상대로 점찍어 결혼을 앞두고 있다.
숫놈들의 떠받침이 버릇이 됐는지 대면대면하는 대봉이의 태도가 맘에 들지 않는다.
먼저번 찾았던 봉도사를 만나 시원한 얘기나마 듣고 싶었다.
"사랑은 받는것보다 주는게 더 좋아.."
"그건 교과서에 있는 얘기고, 손해보는거 같아 맘에 안들어요.."
"고집은.. 어쨋든 그 친구는 자네 짝이야.."
"ㅋ~애는 더 이상 없겠죠?"
"바싹 말랐어, 가뭄이야.."
더 이상 애를 갖기 싫어 스스로 수술까지 하고서는, 선미가 부러웠는지 별 해괴한 
소리를 뱉는다 싶다.
"연분 아닌가 보다."
"엉덩이에 뿔난 자네 생각이지, 생각을 바꿔.."
"도사님 여자분은 어때요?"
"비교가 되나, 최소한 남자를 우습게 보지는 않더군.."
"..그래야 하는데.."
"힘들더라도 떠 받드는 연습을 해 봐, 그만한 가치는 있는 친구야.."
"에효~ 그래 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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