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여자

세여자 63

바라쿠다 2019. 2. 6. 12:17
"또 덤빈다, 자긴 질리지도 않냐.."
"ㅋ~질리긴, 이 좋은게 왜.."
저녁먹은걸 정리하고 침대에 오르니 유성이가 덤벼 든다.
이불속에서 파고 들어 잠옷 단추를 끄르고는 젖가슴을 물고 늘어진다.
"내가 그렇게 이뻐?"
"당연한걸 묻고 그러냐.."
"어디가 이쁜데.."
"ㅋ~몽땅 다.."
"그러지 말고 자세히 얘기해 봐..'
팔짜가 사나워서인지 일찍 남편과 사별하고 어려운 생활고를 겪었다.
홀어머니와 천금같은 딸 유경이를 위해 한눈 팔 여유조차 없었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노래방 도우미로 생활을 연명했고, 그곳에서 만나는 손님들의 
짖궃은 행실을 보며 남자란 족속은 동물뿐이라 여겼다.
다행히 이쁠것도 없는 날 일편단심 아껴줄것 같은 유성이를 만나 지금에 이르렀다.
"음~ 얼굴.. 이 코가 이뻐.. 눈도.. 모르겠다, 조화롭게 어울려.."
"뭐야 그게, 콕 짚어야지.."
아껴주는 그 마음을 믿고 새인생을 시작한 셈이지만, 요즘 들어 그 마음을 들여다 보고
싶은 충동이 자꾸 생긴다.
"다 이쁘다니까, 요기 젖도 이쁘고 엉덩이도 예술이야 ㅋ~"
"에구~ 철부지처럼.."
힘들게 살았던 예전, 친구 선미와 인희가 있어 많이 의지가 됐더랬다.
이제나마 나 자신을 바라볼수 있는 여유가 생기자 스멀스멀 불안감이 찾아 든다.
늦게 찾은 작은 행복이 혹 깨질수도 있다는 염려가 생기는 까닭이다.
이런 초조함은 나 뿐 아니라 인희에게도 그러하지 싶다.
그토록 당당하고 안하무인격으로 살던 인희가 요즘 들어 많이 변했다.
돌싱으로 인생을 즐기며 살겠다더니, 떡하니 동갑내기 남자를 선 보였다.
의례 대봉씨에게 대접받으며 살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나 보다.
그 이유가 뭔진 모르겠으나 남자의 심리가 궁금하다며 불안증세까지 보인다.
자타공인 미인의 대명사격인 인희가 그러할진대, 평범한 아줌씨인 난 어떻겠는가.
두살 어린 유성이의 마음이 변치 않길 바라면서, 그 마음이 움직이지 않게 하는 방법이 
있다면 무슨 수라도 쓸 작정이다.
"ㅋ~맛있는걸 어쩌라구.."
"..살살.."
기어코 홀랑 벗겨 놓고 젖꼭지를 물고 늘어진다.
이제는 탄력 잃어버린 몸뚱아리를 유독 탐하는 유성이가 사랑스럽긴 하다.
이곳저곳 지분대며 노니는 덕에 깊은 곳에서 슬슬 열기가 피어 난다.

"안 힘들어?"
"낼 병원 가."
유성이와 유경이를 아침밥 먹여 내보내고 선미집으로 왔다.
배가 불러 운신하기조차 힘든 선미와 커피를 마시는 중이다.
"감회가 어때.."
"ㅋ~ 이상하긴 해, 애 낳아본지 20년 가까이 돼짜너.."
"ㅋ~ 그렇겠다, 무섭진 않아?"
"쉽게 낳는 체질이야, 둘 다 금방 나왔어."
"그것도 복이야, 유경이 때 죽는줄 알아짜너.."
"유경이같은 딸낳고 싶었는데.."
"ㅋ~ 아들만 빼내냐, 신기하다.."
"진수는 좋대..  그 집 손이 귀한가 봐, 잘됐지 뭐.."
어찌 보면 우리 셋 중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선미다.
선미의 어디에 그런 사랑을 받는 구석이 있는지 늘 궁금하던 참이다.
"진수는 변함없지?"
"변할게 뭐 있나, 여전하지.."
"유성씨도 그러긴 하는데 불안해, 언제 마음이 변할지.."
"아뻐하면 됐지 불안하긴.."
"이쁜 구석이 엄짜너 내가.. 매부리 코에다.."
"어머~ 그게 매력이야 너는.."
"진짜?"
"셋 중에 숙자 네가 제일 키가 크자너, 몸매 비율도 그만이고.. 유성씨도 그리 생각하니까 
널 좋아하겠지.."
"..그럴까.."
어릴때부터 코에 컴플렉스마저 안고 살았다.
인희나 선미처럼 미끈하고 곧은 콧등이 부러웠다.
"이쁘기야 인희가 최고지, 그건 객관적이고 옆에 있는 남자는 그게 아닌가 보더라.."
"진수가 그런 얘기까지 해?
"ㅋ~ 물어 봤거덩, 너처럼 불안해서.."
"뭐래는데, 자세히 얘기해 봐.."
"저 사진 봐, 나도 저런 모습이 있을지 몰랐어.. 진수눈엔 그게 보였나 봐.."
"이쁘긴 이뻐, 모델같기도 하고 여배우같기도 해.."
진수가 유명짜한 강남의 포토샵까지 데리고 가 촬영을 했더란다.
덕분에 저런 기막힌 사진이 나왔고, 자랑스레 거실벽에 걸어 둔 것이다.
저 사진들만으로 선미가 얼마나 진수에게 사랑받는지 유추가 된다.
"믿기로 했어 진수, 애까지 낳는 마당에 그래야지 싶어."
"인희는 아직도 바쁜가 봐.."
"당분간 시간없을거야, 뚝딱하면 짓는 창고도 아니고.."
"언제 모이냐.."
"톡이나 하자구, 인희 결혼식때나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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