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로 빠진 차가 네비가 일러준대로 도착한 곳이 신길동 우성아파트 앞이다.
아파트 입구에 정재윤과 부인으로 보이는 여자가 서 있는것이 보여 그 앞에 차를 세웠다.
시간이 저녁 9시가 넘은 시간이라, 근처 사거리 2층에 있는 호프집으로 들어갔다.
" 뭣 땜에 저를 보자고 하셨는지.. "
자리를 잡기위해 시킨 술과 안주가 나오자 궁금했는지 본론부터 꺼내는 부인이다.
자신보다 어리게 보이는 여자들이 벤츠를 타고 와서 저으기 놀란 눈치다.
" 우선 제 소개부터 하죠. 무역업을 하는 진희라고 합니다. 창고업을 하는 고사장의 소개로 정사장을 만나 같이 사업을
하기로 했어요, 물론 동업은 아니고 서로간의 분야를 활용해서 최대한 사업을 키워볼려고 합의를 했는데, 오늘에서야
정사장이 죄가 많은 사람인걸 알았네요.. 제가 따로 벌이는 사업이 또 있어서 저녁마다 만나서 미팅을 하기로 했는데,
갑자기 못 나오겠다지 뭡니까.. "
진희가 목이 타는지 맥주 한모금을 마신다. 당사자인 정재윤이는 고개를 아래로 떨군채 말이 없고, 부인은 조용히
지켜 보는 중이다.
" 이번에 제가 무역에 쏟아 넣은 돈이 10억이 넘어요, 이대로 방치가 된다면 손해도 막심해 질 것이고.. 나도 진작에
정사장이 여자문제로 정신을 못차리는 사람인줄 알았다면, 같이 시작할 생각도 하지 않았겠지만 어쩌겠어요..
이미 돈은 투자가 됐고.. 정히 정사장이 이 일에서 발을 빼겠다면, 처음에 약속한대로 손해나는 돈을 벌충을 해 주는게
맞겠지요.. 해서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부인을 만나 보기로 한겁니다. 계속 일을 할런지, 그만둘 생각인지.. "
옆에서 지켜보던 숙희는 감탄을 하는 중이다. 조리있게 말도 잘하지만 당당하게 빚어진 손해를 책임지라는, 진희의
허세에 넘어간 부인의 난처해 하는 모습이 읽혀 진다.
" 오죽했으면 일하는 사람을 못 나가게 바가지를 긁겠어요.. 그동안 이 사람이 여자들 치마폭에 가져다 버린 돈이면
빌딩이라도 하나 샀을거예요. 그런데도 아직도 정신을 못차리고 밤에 출근을 해야 한다고 하니까 믿을수가 없었죠.
직접 만나 보니까 이 사람 말이 사실인것 같아서 마음이 놓이네요. 나이도 나보다 어리신것 같은데 말씀을 하시는
것도 이치에 맞고 확실해 보이니까, 내일부터 나가게끔 하겠습니다. "
" 잘 생각하셨네요, 아마도 우리 사무실로 출근하면 쓸데없는 곳에 눈을 돌리는 일도 적어 지겠죠. 이번 파스만
끝나면 다시는 정사장을 만나고 싶지 않아요. 일과 여자를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과는 저도 같이 일하기 싫으니까요. "
" 아니예요, 그러지 마시고 제발 좀 오랫동안 같이 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지금의 나로서는 진희씨만큼 확실한
사람이 필요해요, 부탁드립니다. "
고개를 숙여서까지 진희에게 자신의 남편을 부탁하는 부인이다. 자신의 남편과 몸을 섞었을 뿐 아니라, 하인처럼
부려먹기도 하는 여자가 눈앞의 진희란걸 알면 부인은 어떤 표정이 될지 상상조차 안된다.
그만큼 남자를 상대로 피도 눈물도 없이 행동을 할수있는 진희의 원천은 어디서 나온 것인지 사뭇 궁금하다.
" 최이사님은 앞으로 정사장이 다른 여자를 만나는 기미가 보이면 곧 바로 부인에게 알려주세요. "
옆에 있던 태호를 보며 일침을 놓자, 더욱 안심이 되는지 얼굴 한가득 편안함까지 깃드는 부인이다.
" 조금 안 돼 보이더라,후후.. 정사장 부인이 우리 마님한테 완전히 넘어갔네.. "
돌아가는 길에 태호가 방금 전 정사장 부인의 얘기를 꺼낸다. 진희의 행동이 과했다는 뜻일게다.
" 시끄러 ~ 운전이나 잘해. 자기는 별다른 인간이냐.. 내 치마속에서 발버둥 치는건 똑같애. 자기나 정사장이나
내가 아니라도 다른 여자한테 빠져서 허우적 댔을거야.. 그리고 내가 다른 여자들처럼 돈만 밝혀서 사기를 치는것도
아니잖어. 자기가 나를 탓하는건 알겠는데, 죄의식 같은건 개나 물어가라고 할거야.. "
" 누가 뭐랬다고 그래.. 내가 언제 마님이 하는일에 딴지 거는거 봤어? "
어린애가 억울함을 호소하듯이 금새 풀이 죽어 진희의 눈치를 살피는 태호다.
얼마나 진희를 좋아하기에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에 희비가 교차하는지 눈으로 보면서도 믿을수가 없는 숙희다.
" 하기야 그게 태호씨 잘못은 아니지, 유난히 돈독이 오른 나 때문일거야.. 나도 이런 내가 싫어질때가 있어.
오늘이 그날인가봐, 미안해 태호씨.. 자기가 내 모든걸 받아 주니까 편하게 투정을 하게 되네.. "
돈에 집착해서 물불을 안 가리면서도, 그에 따르는 행동을 할수밖에 없는 자신에게 회의를 느낀다는 진희다.
" 괜찮어, 우리 마님이 어떻게 해도 나는 괜찮으니까 마음이나 풀었으면 좋겠어. "
" 아무래도 뭔가 매끄럽지 못하고 일이 자꾸 꼬이는 느낌이야. 회사일이 부드럽게 흘러가야 하는데.. "
사업을 하는데 있어 누구나 만반의 준비를 한다지만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왕왕 틈새가 생길수도 있다.
그런 점을 진희가 걱정하고 있을 것이다. 느닷없이 법의 심판을 받게된 그녀로서는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 설마하니 또 그런 나쁜일이 생기겠어, 너무 초조해 하지 마. "
태호로서는 진희가 맘 편히 지내는 것만이 전부인듯, 그녀를 챙기는걸 사명감으로 알고 살아가는 사람이다.
" 숙희야.. 집에 안가도 되면, 기분도 그런데 우리끼리 술한잔 할래? "
회사를 이끌어 가는 오너는 진희다. 자신의 생활을 책임질만큼 월급을 주는 진희의 말을 거절할수는 없다.
더구나 인연이 닿아서 생소한 경험을 하기도 했지만, 그녀의 모든걸 배우자고 작정까지 한 숙희다.
" 괜찮어.. 아들한테 전화나 해 주지, 뭐. "
" 다 벗어, 우리 까 놓고 마시자구.. "
오피스텔에 도착해서 태호가 술상을 준비하자 진희가 일어서더니 옷을 벗기 시작한다.
태호가 진희의 명에 따라 같이 옷을 벗는 바람에 숙희도 따를수 밖에 없는 분위기다.
실오라기 하나 걸친것도 없는 남녀 셋이서 술을 마시면서, 이렇듯 파격적인 분위기를 몰랐던 숙희는 태호의 벗은 몸을
보면서 야릇해 진다.
자신을 들뜨게 한 태호의 거시기가, 양주를 칵테일 한다고 움직일때마다 꺼떡이고 있다.
태호의 시중을 받으면서도 자연스러운 진희의 알몸은 같은 여자가 보기에도 도발적이고 유혹적이다.
" 앞으로는 숙희가 잘해야 할거야, 고태산이한테 얽매이지 말고 자신을 돋보이는데 신경을 쓰라구.. 그까짓 푼돈이나
주려는 고사장보다 능력있는 남자를 만나는게 더 나을수도 있어. 그러려면 태호씨랑 자주 접촉하도록 해 봐. 내가
뭐라고 하지 않을테니까.. 태호씨도 숙희와 관계를 가지면서 몸을 정상적으로 만들려고 노력하고.. "
술을 마시면서 옷을 입었을때나 다름없이, 알몸이 자연스러운 진희에게서는 카리스마까지 풍긴다.
" 나도 진희가 부럽긴 하지만 부족한가 봐. "
아무래도 진희에게는 타고난 여자로서의 매력이 넘쳐 보이지만, 숙희로서는 노력한다손 치더라도 쉬운일이 아닐것이다.
" 일단은 자신이 없는것도 문제야, 이런 기회도 흔치 않아.. 태호씨가 됐던 정재윤이가 됐던 여자로서 매력을 보여서
유혹을 해보란 말이야. "
" 정사장한테까지 그럴 필요 있을까.. 우리 마님에게 엄청난 피해를 입힌 사람인데.. "
" 그러니까 그 인간을 써 먹을수 있는 곳엔 어디든지, 뭐가 됐든 이용을 할만큼은 해야지.. "
" 그럴 생각이었어? 나는 전국적인 판매망을 써 먹을려고 용서한줄 알았구만.. "
" 용서라니.. 난 용서할수가 없어. 정재윤이 때문에 손해를 본게 10억이 넘어.. 나를 해꼬지 한 인간을 응징하지 못하면
억울해서 잠도 못 잘뿐더러, 내가 살아가는 원칙에도 어긋나는 일이야. "
" 도대체 어쩔 생각인지 나한테 힌트라도 줘야, 미리 대책이라도 세우지.. "
벗은 몸으로 쇼파에 앉아 있는 진희의 발 끝에 바짝 붙어 앉아 술잔이 비워질때마다 티 테이블에 있는 안주를 포크로
찍어 입에 건네면서 술을 따르기도 하는 태호는 그녀만을 바라보는 충직한 하인으로 비쳐진다.
" 지금이야 내가 정사장을 용서한줄 알고 있겠지만 반드시 몇배로 되돌려 줄거야.. 그 방법이 뭐가 되던지 그 인간을
망가지게 만들수만 있다면 무슨짓 이라도 할테니까.. "
" 일단은 정사장이 가지고 있는 판매망을 무시할순 없잖어.. "
" 당연하지, 정사장이 가지고 있는 판매망을 내가 움켜쥐면 그때 가서 응징을 해야겠지.. 그 인간도 뼈저린 후회를
할만큼 당해봐야 지 잘못을 깨우칠 인간이야, 태호씨도 그렇게 알고 있으라구.. "
실로 차갑고 무서운 집착을 가지고 정사장을 망가뜨릴려고 칼을 갈고 있는 진희를 보며 섬뜩한 기분이 드는 숙희다.
" 내일부터 정사장이 출근하게 되면 내 말대로 숙희가 그 인간을 상대로 실험을 해 보라구, 정사장이 숙희에게 빠질
정도가 되면 고태산이도 별수 없을테니까.. "
말을 마친 진희가 무릎 앞 거실바닥에 앉아 자신을 올려다 보고 있는 태호의 사타구니 사이에 왼발 끝을 올리더니 그의
물건을 지그시 눌러간다.
나머지 발을 두손으로 공손하게 받들어 혀 끝으로 씻고 있는 태호의 눈은 촉촉이 젖어 이미 순한 강아지로 변신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