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음을 한 탓에 속이 쓰려 일어나 보니 옆에서 진희가 곤하게 자고 있다.
기억으로는 태호와 셋이 침대에서 잔듯 싶은데 그의 모습이 없다.
안방문을 열고 주방으로 나가 보니 가스렌지 위에 냄비가 약한 불에 올려져 있다.
궁금증이 일어 뚜껑을 열자 북어국이 구수한 냄새를 풍기며 창자를 자극한다.
그때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더니 태호가 들어서는데, 어디를 다녀오는지 손에 비닐봉지가 들려져 있다.
" 일찍 일어나셨네,후후.. 엊저녁에는 술이 많이 됐더구만.. "
그랬다. 진희와 태호가 거실의 쇼파위에서 찐하게 뒤엉키는 정사를 지켜보다가, 몸이 달아오르는 바람에 연거푸
양주를 들이켰더랬다.
구경만 하는데도 두사람의 화려한 몸짓에 덩달아 아래가 젖어 참기가 어려웠다.
질펀하게 들락거리는 태호의 거시기가 자신의 속으로 들어왔으면 하는 바램으로 손으로 꽃잎을 부벼댔다.
한번의 쾌락에 몸을 떨던 진희가 다시한번 태호의 거시기를 쥐고서 흥분을 시키더니만, 숙희를 불러 태호의 위에
올라타게 했다.
관전을 하면서 가뜩이나 달아올랐던 그곳에 태호의 물건이 들어차 뿌듯한 포만감을 느꼈더랬다.
태호의 위에서 쾌감을 끌어올리는 자신의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진희가 태호와 키스를 하기도 했다.
" 어디 나갔다 오나 봐요, 손에 들고 있는건 뭐래요.. "
" 아, 이거.후후.. 우리 마님이 술만 마시면 아침을 못 먹어서 죽집에 다녀오는 길이죠, 들깨죽.. "
자신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인듯, 진희를 챙기는 태호의 행동이 마냥 부러운 숙희는 자연스레 고태산과 비교를 하게 된다.
저렇듯 좋아하는 여자를 떠 받드는 태호의 시중을 받는 진희가 새삼 부러워지고, 반대 급부적으로 자신의 처지는
초라하게 비쳐 져 속상하기까지 하다.
아침이 차려진 식탁에서 졸린 눈을 비비며 진희가 수저를 들자, 입가에 함박웃음을 띄며 만족스러워 하는 태호다.
아마도 고태산이 태호처럼만 자신을 챙겨 줬더라면, 여지껏 그의 그늘 밑에서 불편함을 모르고 살고 있을 터였다.
" 저녁에 친구들 모임이 있어 나가봐야 돼, 오늘부터는 숙희가 챙길수 있는것부터 배워두라구.. 사무실의 미스김한테
무역업무가 어찌 되어 가는지 보고를 받고, 저녁에 정사장이 출근하면 거래처들을 잘 관리하고 있는지 태호씨랑 같이
점검해서 파악 하도록 해.. 앞으로는 내가 없어도 대신 꾸려나가는 연습도 할겸, 확실하게 쥐어 잡아야 돼. "
나름대로 숙희를 가르치려고 돌아가는 일을 맡기려는건 이해가 되지만 영 자신이 없는 숙희다.
" 나도 진희처럼 잘하고 싶어, 그렇지만 그게 내 맘대로 돼야 말이지.. "
" 안될건 뭔데, 언제나 남이 주는 떡을 받아 먹기만 할거냐구.. 숙희가 직원이라고 생각을 하니까 그렇지, 자기가
이 회사의 주인이라고 생각을 해 봐. 회사에 이윤이 생겨야 여러사람이 살아갈수 있는거잖어. "
" 그래도 그렇지, 숙희씨가 당신만큼 일처리가 되겠어? "
태호도 걱정이 되는지 반신반의 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 글쎄, 아니라니까 그러네.. 어차피 지금까지 업무적으로 어려운것 없이 잘 돼 왔잖어, 그리고 정사장이 출근하면
숙희가 우리 회사의 이사라고 전해 주라구.. 그래야 정사장한테 지시를 내리고 보고를 받을수 있을테니까.. "
결국 등을 떠밀리다시피 해서 이사라는 직함까지 얻어야 했다.
진희의 지시에 따라 그럴듯한 책상에 이사라는 명패를 얹고 돌아가는 업무를 배우게 됐다.
웬만한건 사무실의 미스김이 알아서 해 주기에 별반 어려운 일은 없었고, 가끔 성식이나 철호의 사무실에 전화를
해서는 수입면장의 진척 정도만 체크하는게 전부였다.
진희는 진희대로 바쁘게 돌아다녔다. 그도 그럴것이 성음의 김종철이 진희에게 빠져 수시로 불러내는 통에 가끔씩
그의 청을 들어줘야 했고, 박영필이와도 관계를 끊을수가 없기에 일주일에 한번 정도는 만나야 했다.
거기다 가끔씩 철호나 성식이와도 만나 저녁을 먹으면서 업무에 대한 도움을 받으며 친분을 유지해 나갔다.
약속이 없는 날은 태호와 숙희랑 같이 회사 업무의 전반을 의논하면서 지냈기에, 눈코 뜰새없는 나날이 계속 됐다.
" 오늘은 두분만 계시네요. "
진희가 성음의 김대표와 저녁 약속이 있어 자리를 비운사이 정재윤이 오피스텔에 출근을 했다.
" 어서 오시게, 정사장. "
여러번 만난덕에 나이가 세살이 많은 태호가 하대를 하게 됐다.
" 이사님이 되신 후로 점점 이뻐지시네요. "
" 진짜인지 모르지만 기분은 좋네.. 하지만 우리 여왕벌만 하겠어요. "
진희만 어려워 하고 자신을 만만히 보는 정사장을, 한번쯤 따끔하게 혼을 내라고 진희가 이른적이 있다.
" 우리끼리라도 술한잔 할까.. "
진희가 없어 무료했던지 태호가 진열장에서 양주를 꺼낸다.
" 태호씨가 무슨일을 하면 정사장도 도와야 하는거 아닌가.. 원래가 눈치가 없는 사람인지, 원. "
쇼파에 앉아 태호의 하는 양을 지켜 보기만 하는 정사장이 불쑥 얄미워진다. 처음으로 자신을 질책하는 내 말이
의아했던지 고개를 돌려 쳐다 보고, 태호만이 내 의도를 알았다는듯 입가에 미소를 띄운다.
" 그게 아니고, 그냥 형님이 하시길래.. "
반박을 하던지 무시를 하던지간에 뭐라고 대꾸는 해야겠는데, 아직은 확신에 찬 행동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을게다.
" 그래도 앉아만 있네.. 형님 혼자서 안주거리를 준비하고 있구만.. "
그제서야 자신을 면박준다는걸 알아 차렸는지, 주춤거리며 일어나 태호가 있는 주방으로 다가 간다.
" 됐네, 이 사람아. 도와줄것도 없어.. 정사장이 이사님한테 보고를 하지 않으니까 야단을 치시는거야, 먼저번에도
마님이 없을때는 이사님한테 대신 보고를 드리라고 지시를 받았잖어. "
태호까지 정사장의 위치를 확인시켜 주듯 나무라자, 금새 풀이 죽어 계면쩍은 표정이 된다.
그 시간에 진희는 성음의 김대표와 함께 남산 기슭의 호텔에서 부둥켜 안고 있었다.
" 진희에게 줄것이 있어, 이번에 상장을 한후에 주식이 많이 뛰었더라구.. 장외 증여로 천주를 진희 앞으로 보낼께. "
현재 성음의 주가가 삼만원 가까이 되니까 현금으로 돌린다면 삼천만원이다.
태호가 가져다 준 주식이나 현찰이면 고맙게 생각하고 받을수도 있지만, 김대표가 자신과 뒹군 대신 주는 대가라면
일반적으로 룸싸롱 아가씨의 화대나 진배없는 액수다.
" 내가 전에 얘기를 했을텐데, 푼돈이나 받자고 종철씨를 만나는게 아니라구.. 나를 그런식으로 보면 섭섭하지. "
태호에게 들은 바로는 현찰로 움직일수 있는 돈만 수천억대라고 했다. 넙죽 고맙게 받았다가는 그 정도의 취급만
받을것이다.
아예 몸을 섞는 대가로는 돈을 받지 않아야, 더 큰 이득을 챙길수 있다는 계산법이다.
" 우습게 아는건 아니야, 같이 움직일수 있는 사업은 규모도 큰 편이지만 새로운 아이템이 생길때까지 아무것도 해
준게 없어서 일단 그거라도 받아 두라는거지.. "
같이 칵테일을 마시고 곧바로 룸으로 올라왔던 터다. 이제 막 실오라기 하나 없이 뒤엉켜 찐한 교접을 하려던 차에
진희가 정색을 하고 일어나 앉자 분위기가 깨질것을 염려한 종철이 진희를 달래고자 한다.
" 주위에 돈을 앞세워 나를 옭아매고 싶어하는 남자들은 얼마든지 있다니까.. 나이가 어릴때야 멋도 모르고 덤벼드는
그들과 어울렸다지만, 이제는 그런 복잡한 생활이 신물나서 종철씨를 만나는거야.. "
듣기에 따라서 조건만 맞으면 자신과의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할수도 있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둘이 몸을 섞은건
얼마 되진 않지만 이미 진희의 몸에 빠져버린 종철이다. 진희를 찾는 회수가 늘어남이 그걸 증명하는 것이다.
" 나도 그렇게 하고싶어, 조금만 더 지켜 보라니까 그러네.. "
태호도 자신에게 빠질무렵 이런 식으로 매달린 적이 있다. 매몰차게 굴면 굴수록 진희에게 중독이 되었던 것이다.
" 오늘은 영 기분이 엉망이네, 다음에 다시 봅시다. "
어이없어 하는 종철이를 무시하듯, 벗어놓은 옷을 주섬주섬 걸쳐 입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와 버렸다.
이제는 종철이가 다른 조건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면서 그가 내밀 카드가 궁금해 진다.
호텔 로비밖에서 손님을 기다리던 택시를 집어탄 진희는 태호에게 핸폰을 한다.
" 나야.. 정사장은 출근했어? "
집으로 들어가기 전에 사무실의 분위기를 체크해야 했다. 태호가 진희를 위해 모든걸 돌 봐 준다지만, 자신의
아버지인 최회장의 일을 도맡아 해야 하고 가정이 있는 사람이다. 많은 시간을 사무실에 할애하기는 힘든 탓이다.
숙희라도 자신의 바쁜 일을 도와 부담을 덜어준다면 좋겠지만, 사회경험이나 남자경험이 적은탓에 미덥지가 못하다.
" 지금 셋이서 한잔들 하는 중인데, 오늘은 숙희가 정사장을 쥐어 잡을려고 단단히 마음 먹은거 같애.후후.."
" 옆에서 태호씨가 잘 지켜봐 줘.. 피곤해서 오늘은 그냥 집으로 들어갈래. "
그나마 태호가 옆에 있어 안심이 되기에 집으로 들어갈수 있고, 더불어 숙희의 능력도 가늠할수 있게 됐다.
" 그런데, 정사장 와이프가 핸폰을 했더라구.. 정사장이 또 한눈을 팔지나 않는지 나를 한번 만났으면 하던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