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생(殘生)

잔생 84

바라쿠다 2018. 12. 21. 20:49
"한잔씩들 해.."
".........."
".........."
그녀들 집앞 도로에 포차횟집이 있다.
맛있게 고기로 배를 채운뒤라 식욕은 땡기지 않는다.
아니, 괘씸한 놈들이긴 해도 흠씬 두들겨 맞는 현장을 지켜봤기에 셋 다 개운치 못해 
어정쩡한 기분이리라.
술잔이 앞에 있으니 버릇처럼 넘기는 중이다.
"술이 쓴 표정들이네.."
"괜찮을까.."
"뭐가.. 그 놈들 많이 다쳤을까 봐.."
입이 가벼운 편인 인아가 묻는다.
그녀가 걱정하는 이유야 알지만 모른척해야 한다.
"그 놈들이 신고라도 하면.."
"무슨 신고.. 그런 일 시킨적 없어, 지나가다가 우연히 못된 놈들이라고 한 것 
밖에는..  술마시다 시비가 붙었겠지.."
"그러면 몰라도.."
요즘 세상이 어떤데 청부폭력 따위를 버젓이 할수 있겠는가.
그 정도 앞가림 정도는 윤철이와 미리 작전을 짯더랬다.
CCTV없는 곳에서 일을 꾸며 신분이 노출되지 않게끔 단속을 시켰다.
하기사 눈가리고 아웅이라고 희정이나 인아도 내가 시켰다고 짐작할수도 있다.
"속시원하기는 하더라.."
"..그래도 안됐더라.."
"난 말이지 다른건 다 참아도 내 여자가 손찌검당하는건 못참아.."
"맞은건 아냐, 서로 멱살잡고 싱갱이한거야.."
"거기서 거기야, 매일 세끼먹는게 지루할수 있어.. 별식이 먹고 싶어 딴 놈 생각이 
났겠지, 기분 상쾌하진 않지만 이해해 볼께.. 하지만 이왕이면 제대로 된 놈을 골라, 
그런 찌질한 놈에게 봉변당하지 말고.."
세상이 많이 변해 여자들도 자기가 원하는 남자를 고를 권리는 있다.
옛날처럼 한남자만 바라보는 시대는 물건너 갔다.
하지만 나보다 못한 놈에게 그런 일까지 당하면 내 자존심까지 상한다.
"..미안해.."
희정이가 주눅이 들어 목소리가 기어들어 간다.
좋아하는 여자가 찌질한 놈 때문에 저자세가 되는 것에 울화가 치민다.

"어떠냐?"
"월세가 비싸자너.."
"ㅋ~좋은데.."
희정이와 구로동에서 만나 집구경을 한 뒤, 점심시간이라 동훈이까지 불러 냈다.
식사할 곳이 시원찮아 직장인들 틈에 섞여 메밀우동을 먹기로 했다.
"비싸냐?"
"적당해요, 다 비슷할텐데.."
"엄마 돈 없는거 알지?"
"..네."
"네 아빠가 살아 계셨다면 더 좋은걸 얻어 주셨을거야, 이 정도로 만족해라.."
"이 정도면 충분해요.."
세상사 굴곡이 없는 사람은 인생을 모른다.
이리저리 발길에 차이고, 빈 주머니땜에 무시도 당해봐야 작은 웃음도 행복이라 
여기게 된다.
이제 막 사회에 첫발을 내딘 동훈이가 보람찬 삶을 이어갔으면 한다.
"보증금은 빌려 줄께, 나중에 갚아."
"그럴께요, 감사합니다."
"미영이한테는 비밀이야, 장모님 되실 분 혼자시라며.."
"..네, 외로우실텐데.."
"모시고 사는건 알아서 해라, 너 생각먹기 나름이야.."
"누구맘대로.. 군식구 있으면 돈 모으기 힘들어.."
"이 사람이 뻔뻔하긴.. 자식이 번듯하게 컸으면 그걸로 만족하시게.. 더 이상 욕심을 
부리게 되면 추해 보인다네.."
넉넉하지 못한 살림를 살면서 아들을 애지중지했으니 어찌 욕심이 없을손가.
하지만 그 자식을 위해서라도 비우는 지혜가 있어야 한다.
물질적인 효도가 나쁘다는 뜻이 아니라, 사회의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하는 모습을 보는 
기쁨도 그에 못지않게 보람된 일이다.
"..말로는 못당한다니까.."
"새 가게 키울 생각이나 하세..
집안살림은 알뜰하게 꾸려가야 한다.
하늘에서 눈 먼 돈이 그냥 떨어질리는 없다.
내 명의로 된 건물 시세가 100억이 넘는다면 희정이가 어찌 변할지 아리송하다.
자고로 여자는 엉덩이에 뿔난 철부지 송아지와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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