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춘

회춘 16

바라쿠다 2018. 12. 8. 07:28
오늘은 은경이가 오픈하는 날이다.
초저녁에 가게밖에서 동향을 보니 손님들로 북적여 정신없어 보이길래 11시가 넘은
늦은 시간을 택했다.
"바쁘시네.."
"어머, 사장님 오셨네.. 이쪽으로 앉으세요."
"반갑습니다."
이전 가게에서 하던 치킨집은 은경이의 주종목이기에 대처하기가 쉬우리라 여겼다.
손님이 들이닥칠걸 예상했는지 홀에서 움직이는 여자 둘이 더 있다.
"맥주 드릴께 잠시 계세요,찡긋~"
이런 경우 은경이가 하는대로 따라주어야 한다.
사귄지 불과 얼마전인데 마치 내여자라도 된 양 굴어선 곤란하다.
은경이 역시 아직은 지인들에게 날 소개할 계제가 아니기에 눈치못채게 윙크를 
날리고 자리를 뜨는걸게다.
"안주드릴까여.."
맥주와 컵을 가져다 놓은 여자가 묻는다.
"바쁘지 않으면 통닭이나 주시죠."
"바쁜거 다 끝났어요."
은경이보다는 나이가 있어 보이는데 미모가 제법 뛰어나다.
콧날이 곧은 대신 콧망울은 귀엽게 도톰하고 입가 옆 뺨이 날렵한 미인형이다.
"저도 한잔주세요."
하릴없이 맥주 한병을 비웠을때 은경이와 그 여인이 테이블로 와 앉는다.
"축하해요.."
"감사합니다, 사장님 덕분이에요."
은경이와 옆에 앉은 여인네에게도 맥주를 따랐다.
맥주잔을 쥔 손이 가늘고 손가락 역시 긴 편이다.
"두분 인사해요, 건물 사장님이시고 여긴 막내이모. 같은 개띠,호호.."
"반가워요."
"처음 뵙겠습니다."
뭐랄까 차분하면서도 은근 풍기는 섹시함이 보기 좋다.
예전에 듣기론 색기가 있는 여자는 도화살을 타고 났다고 들었다.
뭇사내들의 눈길을 끄는 매력은 감춘다고 감춰지는게 아니다.
무심한 표정을 짓더라도 몸에서 나는 향수의 향기처럼 은은하게 주변의 시선을 
끌 뿐이다.
특히나 은경이 이모처럼 눈동자가 유난스레 짙은 여인은 색을 밝히는 타입이다.
여자가 궁했던 과거라면 어찌 구걸이라도 해 보겠지만, 현실은 교통정리라도 해야 
할만큼 여난으로 복잡한 요즘이다.
"우리 이모 이쁘죠?"
"미인이시네.."
"ㅋ~ 사장님 침 떨어지겠어요.."
"얘는.."
정강이를 차인 느낌이 나 테이블 밑을 보니 은경이가 신을 벗고 발끝으로 장난을 친다.
"허허.. 들켰네, 침 닦아야지."
"오늘 사장님이 쏘시는거 맞죠?"
"당연한 얘기를.. 안그래도 개업선물 못했구만.."
"이건 내가 대접하는거구 노래방쏴요."
"벌써 장사끝내게? 이 동네 새벽까지 장사하는데.."
"닭이 없어요, 손님이 어찌나 많은지.."
"다행이네, 갑시다 노래방.."

"더 젊어지셨네.."
"그러게, 비싼 보약있으면 나눠먹자."
"운동해서 그런가 봐.."
친구 성호녀석이 며칠전부터 술한잔 마시자고 호출했었다.
자꾸 빼는것도 모양새가 아니지 싶어 최여사네 홍어집으로 왔다.
예상대로 제 여자친구와 배여사를 대동하고 나타났다.
녀석이 소개할만큼 곱게 생기긴 했으나 예전의 이판석이 아닌 이동석이다.
"찜으로 드릴까, 아님 회?"
"두가지 다 주슈.."
주문받으러 온 최여사와 마찬가지로 이제는 구걸하는 시절이 아니라, 젊고 이쁜 
영계들의 사랑을 받는 위치에 섰다.
더군다나 맘에 쏙 드는 애인이 둘씩이나 생겼으니 스케줄관리라도 해야 할 인기남이
된 것이다.
"이사장님은 무슨 일 하시나요?"
"일은 무슨.. 가진 돈 쓰기 바쁠텐데.."
"아냐, 나 바뻐.."
생각치 못했던 얘기를 꺼내놓고 아차 싶었지만, 뭐가 됐든 소일거리라도 해야지 
싶다.
남들 시선도 그럴듯 해 보일뿐더러, 여친뜰에게 핑계거리가 있어야 자유롭게 
즐겨도 탄로나지 않을 것이다.
"으잉? 무슨 일.."
"비밀이야,흐흐.. 술이나 한잔하자."
"건배해야지 첫잔인데,호호.."
"원샷 알지? 호호.."
"마시고 죽자~"
그냥저냥 예전처럼 생각없이 살아선 곤란하다 싶다.
여복이 차고 넘치는 지금, 안이하게 지내다간 얼굴에 어느 여자의 손톱자욱으로 
피칠이 될수도 있다.
중간중간 눈짓을 주는 배여사 역시 미끼만 던지면 덥석 물지 싶다.
어디에 내 놔도 돋보이는 미모이긴 하지만 훨씬 어리고 이쁜 숙희와 은경이가 있으니
느긋하게 미끼를 던져도 되리라.

"운동 시작할께요, 자리잡으세요."
이전에는 생각도 못한 요가로 인해 사는 재미가 쏠쏠하다.
같은 시간에 수강하는 12명중 남자는 나 뿐이다.
이 곳에서 숙희를 만났고, 청일점이기에 인기도 짱이다.
(오빠, 나 오늘 시간많어)
운동 시작전에 숙희가 다가 와 흘리듯 태클을 건다.
"첫번째 자세~ 엎드려 손을 앞으로 쭈욱 뻗습니다."
숙희 뒷 자리기에 그녀의 뒤태를 고스란히 염탐하기 그만이다.
"엉덩이를 최대한 올립니다."
눈에 보이는 빵빵한 숙희 엉덩이가 유혹하기에 강사의 구령은 이미 뒷전이다.
숙희 역시 뒷자리의 눈길을 눈치챘는지, 높게 쳐 든 엉덩이를 살살 돌리며 꼬리를 친다.
"이제는 무릎을 펴고 다리를 넓게 벌립니다."
(아유~ 미치긋다, 오늘따라 더 섹시하네..)
워낙 지근거리라 사타구니 안 깊은 곳에서 그녀의 내음까지 코로 스미는 듯 하다.

"역시 고기는 운동뒤가 딱이야.."
"그러엄~ 거기다 맥주까지,호호.."
아까부터 숙희와 질펀하게 몸싸움을 겨룰 생각뿐이었다.
운동하는 두시간 내내 방망이 끝에 힘이 몰린 탓에 아프기까지 하다.
같이 운동하는 후배 윤서가 육맥이 땡긴다며 따라 붙는다.
"인생 뭐 있어, 먹는게 남는거야.."
"역시 오빠는 내 맘 안다니까.."
"오빠? 둘이 수상해~"
"이 지지배가 수상하긴.. 먼저 이 집에 왔을때 그러기로 해짜너, 지 년이 술이 떡 돼설랑 
오빠잉~ 아양 떨어놓고.."
"히히.. 내가 그랬나? 오빠쏘리~"
참으로 세상이 많이 변해 여자들의 개성이 넘친다.

'회춘' 카테고리의 다른 글

회춘 18  (0) 2018.12.17
회춘 17  (0) 2018.12.16
회춘 15  (0) 2018.11.25
회춘 14  (0) 2018.11.23
회춘 13  (0) 2018.1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