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춘

회춘 13

바라쿠다 2018. 11. 9. 15:23
"잠깐 기다려요."
"에이~ 말 놔."
"호호.. 알았어."
아까 마시던 맥주병만을 치운 그녀가 술냉장고로 다가간다.
"꿀~꺽.."
꿈에도 나타나던 그 실루엣이 다시 실현되려 한다.
묘한것이 가게안의 모든 조명이 꺼지고 단순히 술냉장고의 네온조명이 있을때, 그 앞에 서는 사람의
뒤태가 고스란히 비쳐진다.
지금 역시 그녀 몸의 굴곡이 다분히 뇌새적이다.
흰 티속에 짙은 브라를 했는지 뚜렷이 구분이 간다.
팬티라인이 푸짐한 엉덩이를 감싸고, 그 위를 헐렁한 긴 주름치마가 나풀대듯 덮어 하늘거린다.
잘 빠진 종아리 밑으로 가는 발목에도 시선이 머물고 앙징스런 뒷굼치를 받친 굽낮은 하이힐 역시 교태가
흐른다.
그녀 자신은 모르겠지만 몰래 지켜보는 나로서는 오금이 저리다 못해 숨이 가쁘다.
"운동하나 봐, 뒤태가 이뻐.."
"정말? 호호.. 그런 얘기 자주 들어, 싸게 줄거지?"
회가 동하는지 술마시기 전임에도 옆자리에 붙어 앉아 들이댄다.
이런 성격은 급한만큼 단순하기 마련이고, 그때마다 대처하기가 쉬운 법이다.
"그래야지, 오빠 동생사인데.."
"싸게 줘 오빠, 오빠한테 맥주는 써비스할테니까.."
"난 공짜 싫어해, 돈만 많이 벌어."
"걱정 마, 내가 원래 또순이야."
벌써 계약이 성사 돼, 돈 버는 그림이 그려 지는지 호들갑이다.
더불어 전작이 있었는지 벌써 눈꼬리에 졸음이 섞여 가볍게 하품을 한다.
"매상은 얼마나 올렸누.."
"여기? 한 30됐으려나?"
"그것도 손님이랑 맥주마시면서 그랬겠지."
"오빠 쪽집게다.. 속쓰려서 매일 약 먹어."
돈이 궁하면 몸이 고생하는건 당연지사기에, 한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악착을 떨었을게다. 
악착떨어 봐야 손님 테이블에 앉아 매상 올리는 미련한 짓거리만 반복될 뿐이다.
"이렇게 하지.. 그 가게 월세 350이야, 계약서에는 200이라 쓰고 장사하는게 맘에 들면 50만 받을께."
"정말?  근데 맘에 들게 장사하는건 뭐래?"
"내가 장사는 잘 몰라, 하지만 은경이처럼 손님이랑 술마시며 매상올리는건 아니라고 봐.. 모르긴 해도 그 가게에서
150에서 200정도는 매출이 될텐데, 꼴난 맥주팔겠다고 테이블에 앉는건 아니지."
"그거야 그렇지, 그 정도 매상이 있으면 테이블에 앉을 시간없어.. 근데 처음본다며 내 이름을 어찌 알꼬.."
"..아까 얘기했나 보지.."
"그랬나.."
"그랬을걸.. 아웅~ 졸려, 자야겠다."
은경이가 취기가 있어 망정이지, 하마터면 구면인게 탄로날뻔 했다.
"집에 가려구?"
"가야지, 왜 재워주게?"
"안돼, 집에 딸있어."
"은경이도 한숨 자야지."
"에이~ 얘기 더 하고 싶은데.."
"내일하자구, 콧바람이나 쐬러 갈까나.."
여자는 맘에 있어도 서두르는 남자를 달가워하지 않는다.
다 된 밥일수록 잔잔하게 뜸을 들이는 남자를 선호한다.
믿느냐 안믿느냐의 차이지만, 서두르는 기색을 보이면 일단 발을 빼는 모양새를 취하고 상투까지
거머쥐려 한다.
"콧바람? 어디로 가게?"
"맛난 점심이나 먹지 뭐.."
"몇시에 갈건데.."
호감을 가지면 다 된 밥이나 다름없다.
별것 아닌 외식에 큰 의미를 갖는게 여자들의 속성이다.

"돈 많은가 봐, 수입차네.."
"별로 안비싸."
"부럽다, 나도 놀러 다니면서 살고프다."
몸매가 이쁜지라 청바지에 바람막이만 입었을 뿐인데 제법 어울린다.
픽업을 해야 했기에 자연스레 은경이의 집을 알게 될수 있었다.
은경이 입장에서는 싼 가격으로 손님붐비는 가게를 얻을수 있어 기대에 부풀어 있을 것이다.
그녀를 취하려 들지 않아도, 스스로 약조 차원에서 몸을 섞고 싶을 것이다.
"놀러 다녀.. 어찌 일만 하냐."
"그럴 팔자가 돼야지."
"어때서.. 이쁜 여자는 그럴 자격이 있는거야."
"오빠가 먹여 살릴래? 호호.."
처음 만난 일년전부터 맘에 있었지만, 끈기있게 기회를 노렸기에 마침내 무르익은 것이다.
"은경이가 원한다면,후후.."
"..됐어, 농담이야.."
아직까지 완전히 맘을 여는게 부담스러운 듯 하다.
인간인지라 주는대로 덥석덥석 미끼를 물수는 없는 노릇이리라.
어느 정도의 교감이 있어야 더욱 가까워질수 있음이리라.
"오늘 장사할거야?"
"일요일인데 쉴래,왜?"
"방향잡으려고.."
"아무곳이나 가, 속쓰려."
"매운탕이나 먹자구."

"와~ 그림이다,호호.."
사당동에서 운치있고 가까운 시외라야 강화도가 유일하다.
양수리쪽도 괜찮지만 귀가할때 정체가 장난이 아니다.
"구경이나 해, 매운탕 시켜놀께."
가끔 들리는 곳으로 새로 생긴 석모대교를 건너 해안도로를 끼고 5km정도 달리다 보면 얕으막한 언덕위에
아담하게 꾸며 진 카페가 있다.
제 철에 나오는 여러가지 횟거리와 솜씨 좋은 여주인의 집반찬이 별미다.
해안가가 내려다 보이는 거실에 통나무로 만든 앉은뱅이 식탁이 운치를 뽐낸다.
더불어 아담한 펜션이 붙어 있어 하룻밤 지내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어머~ 이뻐라,호호.."
거반 상차림이 끝나갈 무렵 은경이가 툇마루에 걸터앉아 등산화를 벗는다.
등산과는 거리가 먼 탓인지 맨발로 거실을 가로질러 테이블로 다가온다.
"맛있게들 드세요,호호.."
상차림이 끝났는지 소주와 잔을 가져 온 여주인이 인사치례를 하는데, 입가에 웃음기가 맴돈다.
얼마전에도 숙희와 다녀 간 적이 있는지라 내 얼굴을 기억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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