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춘

회춘 12

바라쿠다 2018. 11. 9. 01:28
"오늘은 나 혼자인가 봐.."
"네, 이제부터는 따로 관리합니다."
"왜.."
"뭐랄까.. 반응이 틀려서요, 이판석씨는 효과가 큰데.."
" 나 이름 바꿨어, 이동석이야."
"이름은 왜.. 아하~ 그럴만도 하시네요, 이렇게 젊어지셨는데 후후.."
매번 찾아오는 검사일이라 제약회사 실험실에서 담당자를 만나는 중이다.
어느덧 신약을 복용한지 1년이 지난 시점이다.
스스로 거울을 봐도 10여년이상 젊어지기도 했거니와, 신체나이 역시 힘이 넘친다.
무의미했던 인생을 다시 사는거와 진배없고, 요즘 만나는 여자만 해도 여럿이다.
무려 10살이나 어린 숙희랑은 같이 운동을 하는 관계로 일주일에 세번은 봐야 하고, 시시때때로 몸을 섞는다.
만나는 여자중에 가장 활활 타는 용광로같은 몸을 지녔다.
친구 성호땜에 알게 된 최윤미는 등산모임에 가입을 하면서, 그룹내 커플마냥 지내긴 하지만 아직은 깨끗한 사이다.
제법 미모인지라 같이 다닐때 우쭐댈 정도이긴 하지만, 나이가 60에 가까운지라 조금은 조심스럽다.
요즘 들어 은행에 다니는 장정희라는 여자를 우연찮게 알게 됐는데, 20여년이나 어리기에 그녀 또한 조심스럽다.
한쪽은 나이가 많아 혹 달라붙지나 않을지 염려되는게고, 장정희는 내 실체를 들켜 노인네 취급을 당할까 싶어서다.
도로공사에서 보상받은 땅값을 은행에 예금하러 갔다가 알게 된 장정희의 제복에서 은연중 풍기는 향수가, 그녀의 알몸에도 
배어있지 싶어 궁금한 중이다.
"윤지숙씨 상태는.."
"알수가 없어요, 젊어지지도 그렇다고 신체나이가 느는것도 아니니 참.."
언젠가 윤지숙이에게서 들은 기억으로는 답보상태라 하면서 자신을 부러워 했다.
심경의 변화가 있는겐지 자신이 소개한 학원에서도 얼굴을 볼수가 없다.

"그동안 고마웠수."
"고맙긴요, 워낙 열심히 하셨는데.."
"이젠 못해, 낼모레면 칠십이야."
"아직 정정하신데.."
"늙은이 그만 놀려요, 그나저나 이사장이 자꾸 젊어 져.. 무슨 보약이라도 먹은겐지.."
사당동 건물에서 근 10여년 동안 장사를 했던 세입자 할머니가 그만 두겠단다.
막걸리와 녹두전이 맛있기도 했지만, 위치가 좋아 주말이면 좌석이 모자라 손님들이 긴 줄을 섰다.
(노팬티로 나와)
(안돼 오늘, 아들 휴가나와서 식구들 모였어.)
내 여자나 다름없는 숙희가 없으니 심심함을 어찌 풀어야 할지 난감스럽다.

"혼자세요?"
"그렇게 됐네, 시원한 병맥주 부탁해요."
이 곳에 오기 전 이곳저곳 기웃거리다 새벽 한시쯤 됐지 싶다.
예상대로 늦은 시간이라 손님없이 그녀 혼자 카운터를 지키고 있다 반긴다.
오매불망 그녀를 만나기 위해 일년여를 기다려 온 지난 날이다.
처음 우연히 만난 날 은근히 무시를 당하고도 잊혀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너무나 강렬했던 그녀의 실루엣은 머리속에서 떠 오르곤 했다.
젊어지기도 했거니와 여럿 여자를 상대하면서 자신감도 생겼다.
"우리 전에 만난적 있나요?"
"글쎄.."
맥주와 마른안주를 가져 온 그녀가 빈잔에 술병을 기울이며 묻는다.
홍어집 최여사와는 달리 눈썰미가 있는겐지 어디서 본듯한가 보다.
"나도 한잔줘요."
"술꾼인가 보네."
빈잔을 가볍게 쥔 그녀의 손에 노란색 메니큐어가 이뻐 보인다.
"술꾼아니네요, 매상이 없어 마시는거지.."
"저런.. 위치가 나쁜게야."
"어머~ 정답~호호.."
"가게를 옮겨야지, 손님몰리는 곳으로.."
"에이~ 가게세가 비쌀텐데.."
"아냐, 여기보다 저렴해."
"뭔소리를.. 큰길만 해도 이백이 넘을텐데.."
"못믿네.. 지금 가 보자구, 믿게 해줄께."
"지금?"
"응, 가까우니까.."
긴가민가하는 그녀와 택시를 타고 막걸리집으로 자리를 옮기자고 했다.

"아직도 손님이 있네."
"그렇더라구.."
새벽이건만 아직도 두엇 테이블에 손님이 있다.
"사장님이 이 시간에 어쩐 일이유~"
"맥주마시다 왔어요, 두어병주세요."
"새로 가게할 사람인가 보네.'
"후후.. 아직 몰라요."
"어머~ 여기 사장님이세요?"
"아마 그럴걸.."
할머니가 맥주를 가지러 간 사이 몸을 숙이고는 궁금증을 풀잔다.
치사하지만 돈의 위력을 과시하는게 낫지 싶었다.
돈이 궁해서 장사를 했을게고, 그리되면 잔돈푼에 연연하는게 사람심리다.
뚜렷이 내세울게 없는 지금 사탕발림이라도 할 요량이다.
"근데 사장님 올해 몇이에요?"
"사장.. 별로야, 오빠라면 몰라도.."
"호호.. 우리 오빠 몇살일까~"
"후후.. 아마 비슷할걸~"
"아무리.. 40은 넘어 보이는데, 난 37."
젊어 보이긴 하지만 무려 두바퀴나 띠동갑이란다.
어젯밤 꿈이 좋더니 이런 횡재수를 만났다 싶다. 
"몇살위야.. 오빠라는 호칭이 맞아."
"..가게.. 얼마에 줄건데.."
"호프집으로 가서 얘기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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