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여자

세여자 45

바라쿠다 2018. 11. 30. 04:53
"자기 자꾸 이럴래?"
"그럼 어쩌라구.."
저녁식사 설거지 후 안방에 딸린 샤워부스애서 대충 씻고 나오니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유성이가 달겨든다.
"좀 적당히 밝혀, 짐승도 아니고.."
"누가 이쁘래?"
"양심 좀 있어 봐, 두달동안 건너 뛴 적이 있었냐구.."
"그 좋은걸 왜 건너뛰어.."
말이 좋아 사랑이지, 허구헌날 그 짓만 하려 든다.
처음에야 날 워낙 좋아해서 그러겠거니 뿌듯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고역일수 밖에 없다.
심지어는 달거리를 하는중임에도 기를 쓰고 덤빈다.
그 짓을 얘기거리로 삼아 나 역시 면구하지만 오래 된 연애를 기억하는게 남자라면, 여자는
한번의 실수였다 후회를 하면서도 그 연애를 평생 잊지 못한다.
"안되겠어.. 날 정하자구, 일주일에 두번.."
"무슨 소리야, 마누라가 있는데 그것도 내 마음대로 못하는게 어느 나라 법이야..",
"우리집 법이다, 왜 떫어?"
"맛있는 음식 놔 두고 왜 굶어야 하냐구~"
"그럼 이틀에 한번, 더 이상 양보못해."
"헐~ 완죤 독재네.."
"싫으면 혼자 살던지.."
"누가 뭐래, 이리 와 일수찍게.."
여자의 몸은 길들여지기 나름이라지만, 나름 감정이 실려야 몸 역시 반응이 오기 마련이다.
자기딴에는 애무라지만 매일 똑같은 패턴이면 그 또한 식상하기 쉽다.
엄마와 유경이까지 거둔 그 마음을 익히 알기에 부부의 연을 맺을 결심이 선 것이다.
앞으로의 바램이 있다면 지금 그대로의 유성이었으면 한다.
남들이 들으면 웃기는 줄다리기라고 놀리겠지만, 그가 밝히는 이 몸이 질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너 이혼해라."
"미친년 느닷없이.."
집 근처 순대국집에서 인희랑 만나 한잔하는 중이다.
이 나이에 어이없는 임신소식을 친구들에게 알렸고, 인희가 진수의 핸폰번호를 물어 볼때 
저 년이 무슨 생각으로 저럴까 싶었다.
"너 내 친구 맞지?"
"당연한 소리를.. 숙자도 우리 친구자너.."
"숙자 좋은 친구지.. 너야 성격이 좋으니까 친구가 많지만, 나한테는 유일하게 속을 털어놓는 
친구는 너 뿐이야."
"지지배 별소릴.."
고1때 인희와 같은 반이 됐고, 그 이후로 쭈욱 인연이 이어졌다.
우리집에 놀러 온 인희가 당시 대학생이던 오빠에게 마음을 품었지만 뜻대로 되지 못했다.
오빠의 눈엔 사춘기를 겪는 철없는 순애보취급을 했기에 인희의 첫사랑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니 남편 애인있더라.."
"봤어? 하이고~ 별 짓을 다 하네.."
"니 남편 내 오줌까지 마셨어."
"..뭘 마셔?"
"내 얘기 잘 들어."
".........."
"니 남편 내 행실 나쁘다고 어울리지 말라고 했지.."
"..그랬었지.."
"말짱 거짓말이더라, 와이프 친구라 그럴수밖에 없었대.. 나처럼 이쁜 여자 처음이래, 내 
노예로 살고 싶다더라.."
"..어이가 없다.."
"우리집에서 한달동안 내 노예노릇하며 살았어."
".........."
"니 남편 그런 놈이야.."
".........."
인희가 잔 정이 부족해서 그렇지, 나를 속이거나 위해를 가할 친구는 아니다.
하도 놀라 넘기는 소주맛이 이렇게 쓴 적이 있었나 싶다.
20여년 가까이 살 맞대고 살아 온 인간의 배신을 어찌 받아 들여야 할지 앞이 캄캄하다.
"그리고 애 낳아.."
"..이 년이 뭐래.."
"이혼하겠대, 애 낳아주면.."
"내 나이가 몇갠데.."
"영계아버지 얼마 못산다더라.."
"그런데.."
진수아버지가 췌장암이라 조만간 돌아가신다는 얘기는 들었다.
그렇다고 어린 진수의 애를 낳아 뭘 어찌 해 본다는건 말이 안된다.
아무리 남편이 개차반이라 하지만 다 큰 자식들에게 보여 줄 행태는 아니다.
자식뿐이랴, 친정이나 날 아는 사람들의 눈은 또 어떤가, 아마도 두고두고 그들의 안주거리가 
될 것이다.
"너라면 껌뻑하자너, 그치가 널 바라보는 눈빛조차 부럽더라."
"그래서 애를 낳아주란 얘기야?
"영계라는게 조금 그렇지, 돈많은 젊은 친구가 너한테 목을 매는데 뭘 망설여.. 따지고 
보면 우리네 여자들 로망아니니?"
"말도 안돼, 기막혀.."
"무턱대고 몸 사릴게 아냐, 그 큰 재산이 굴러 들어 오는거야."
"..돈이면 다 되는거니? 이 지지배가 정말.."
"돈 없어 봐 이 년아, 숙자년이 심심해서 도우미했겠어, 돈 우습게 보는 니 년이 
이상한거야.."
하기사 구치소에 있는 오빠에게 희망을 준 것도 돈의 힘이 작용했을 것이다.
생활비 보태지 않는 남편대신에 한달에 천만원씩이나 진수의 돈을 받았다.
돈 뿐이랴, 진수가 준 법인카드로 웬만한 지출은 그것으로 모두 해결한다.
결혼 이후 요즘처럼 돈 걱정없이 살아 온 적은 없었다.
"헐~ 니 년 말마따나 팔자고친다 치자, 애들은 어쩌구.."
"큰 놈은 수능봤다며, 작은 아이는 남편이 뒷바라지 하라 그래.. 요즘 여자만 애 키우라는 세상도 아닌데.."
큰 놈이야 날 닮아 무던한 성격이니 별 문제 없다 치지만, 작은 놈은 제 애비를 쏙 빼닮아 천방지축이다.
대가리에 피도 안마른 자식이, 숙자 딸 유경이에게 못된 짓을 하려다 아직도 코에 반창고를 붙이고 다닌다.
인희말처럼 웬수같은 남편도 둘째놈 건사하려면 속 깨나 썩지 싶다.
"에휴~ 모르겠다."
"모르긴, 확 저질러.. 애 낳으면 아파트 사 준다더라.."
"다 좋은데, 이 나이에 12살이나 어린 진수 세컨드노릇은 좀 그렇다."
"아무려면 어때 이 년아, 어차피 니꺼 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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