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여자

세여자 43

바라쿠다 2018. 11. 27. 06:20
"바쁘시네요."
"바쁘긴, 이 분은.."
"먼 친척누나에요, 피의자 동생분.."
"안녕하세요."
서초동 법원앞에 즐비한 변호사 사무실중 한 곳이다.
초로의 반백인 변호사와 마주앉은 진수가 당당해 보인다.
이제 서른밖에 되지 앉은 애송이로만 여겼건만, 의젓한 변호사와 마주해서도
전혀 위축감이 없다.
"자네 얘기듣고 급히 서류를 떼 봤는데 시간이 좀 걸리겠어."
친정오빠의 사건 서류인 듯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데 그 두께만으로 사안이 크다
싶어 가슴한켠이 무겁다.
"빨리 빼 주세요."
"그러고 싶지만 절차라는게.."
"노모가 몸져 누우셨대요, 그 분 저한테도 큰 어머니나 다름없고.."
우리네야 보통 변호사나 법조인을 보면 잘못도 없이 주눅들곤 하는데 비해 진수는
또박또박 제 입장을 주장하면서도 굽힘이란 없다.
"허~ 최사무장 변호인 접견 신청해, 피의자 얘기 들어보게.."
,네, 변호사님."
근처에서 추이를 지켜보던 사내가 변호사 말이 끝나기 무섭게 사무실 전화기를 
집어 든다.
"나도 같이 가요."
"그럴텐가.."

"잘될까.."
"잘될거야."
700시리즈 BMW 위력이란게 생각외로 대단할지도 모른다.
물론 고급차란게 몰고 다니는 차주의 지위를 대신하겠지만, 사무장이 밖에 나와 허리굽혀 
전송까지 한다.
변호사와 각자 승용차를 타고 서울구치소로 향하는 중이다.
"자기가 어찌 알아.."
"박변은.. 아버지는 변호사를 박변이라고 불러.. 우리집 개인 변호사나 마찬가지야, 저래봐도 
힘있는 사람이야.. 모르긴 해도 교도소소장이 직접 마중 나올만큼.."
"진짜?"
"남들 눈이 있으니까 그렇게까지 하지는 못하고, 자기 심복을 보내 편리를 봐 주겠지, 세상은
그런거야.. 돈 앞에 머리숙이게 돼 있어, 두고 봐.. 면회도 개인접견실에서 할테니까.."
철부지같은 진수의 다른 면모를 깨닫는 새 서울구치소 정문을 들어 선다.
진수의 말처럼 일반 면회실이 아닌 개인 접견실에서 초췌해 진 오빠의 얼굴을 본다.
"..오빠.."
"웬일이냐.."
"개인 얘기는 나중에 해, 변호사 접견끝나고..'
교도소 직원과 접견실로 들어서는 오빠에게 다가가려 하자 진수가 손을 잡아 이끈다.

"누구신지.."
"그냥 아는 사람, 몸은 좀 어때"
변호사가 접견을 끝내고 교도소 간부인듯 한 직원과 따로이 얘기중이다.
"괜찮어, 어머니는.."
"오빠생각이나 해, 밖은 신경끄고.."
어느덧 귀밑에도 희끗희끗 흰머리가 생기고 맘고생이 심한지 얼굴이 반쪽이 됐다.
"유치장엔 몇명이나 있나요?"
"..일곱인데.."
지켜보던 진수가 처음으로 대화에 끼여 든다.
"거친 사람들인가요, 폭력이라든가.."
"..그렇긴 한데.."
"방 옮겨 드릴까요?"
".........."
"걱정마세요 형님, 곧 나올겁니다."
".........."
"우리 오빠 괜찮을거야, 너무 걱정마."
"내가 나온다면 나와."
진수에 대해 알만큼은 안다고 자신했는데, 그의 다른 면모를 보는 선미다.

"됐어요?"
"가능할것 같애.."
접견을 마치고 주차장에서 변호사와 마주 섰다.
"가능가지고 안되죠, 무조건 빼 줘요."
"허~ 이 사람.."
"그렇게 알고 갈께요, 가자."
"안녕히 가세요."
어이없어 하는 변호사를 뒤로 하고 진수가 운전석에 오른다.
"자기 너무 심한거 아냐, 우릴 도우려는 사람인데.."
"그렇게 다뤄야 해."
"그건 또 뭔소리래.."
"아버지가 매달 주는 돈이 얼만데, 글구 요구할때는 당당히 하랬어."
"아버님이?"
"아버지 얼마 못 사셔, 저 사람도 그걸 알구.. 모르긴 해도 날 놓치지 않으려고 할게구.."
".........."
진수 말대로 돈이 있고 없는 차이가 그 사람의 계급이 되는 세상이다.
살아 온 바탕이 틀려서 그런지 그의 정신세계를 이해 못할때도 있다.
"집에 데려다 줄께."
"늦어도 되는데.."
"누나 친구가 만나재, 중요한 일이라구.."
"인희가?"
"응, 누나한테 얘기하지 말랬는데.."
인희가 진수와 만나려는거야 알고는 있지만 어떤 얘기가 오갈것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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