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여자

세여자 44

바라쿠다 2018. 11. 28. 16:48
"커피 마실까?"
"어쩐 일로.."
"ㅋ~ 그렇게 안봤는데 성격이 급하네, 천천히 얘기하자구.."
"커피 마실께요."
선미의 영계 애인을 집 근처 커피숍으로 불렀다.
유일하게 맘을 나누는 친구 선미의 임신 소식을 듣고 어찌해야 할지 여러날 곰곰
되새기며 생각했다.
"선미 얼마나 이뻐?"
"..다 알면서.."
어릴때부터의 친구 선미가 12살이나 어린 진수의 애를 가졌음이 신기하다.
아울러 제 멋대로 뛰노는 철부지쯤으로 여기던 진수가 다시 보이기도 한다.
"축하해.."
"..느닷없이.."
"능력있다 진수씨, 임신했어 선미."
"..??? "
"진수씨 애야.."
모르긴 해도 선미는 당연히 애를 지우려고 할 것이다.
애 아빠인 진수에게는 일언반구 언질 역시 숨기리라 본다.
나 역시 중뿔나게 이 사건을 떠벌려야 하는지 고심했다.
"..그걸 왜 인희씨가.. 선미누나는 왜.."
"왜는.. 지우려고 하겠지."
"안돼~"
"안되다니.."
"지우면 안돼, 낳아야지.."
진수에 대해 아는거라고는 돈 많은 철부지가 선미를 무척이나 좋아한다는 
사실뿐이다.
물론 현실적으로 어림도 없는 조합이지만, 선미에게 향하는 진수의 해바라기 
연정은 못내 부럽기까지 했다.
그런 진수에게 최소한 임신 사실은 알려주는게 이치에 맞는 일이다 싶었기에
만나자고 연락을 한 것이다.
"애를 낳아?  누구 맘대로.."
".........."
"두사람 불륜이야.."
".........."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애를 낳는다는건 현실적으로 불가능이야."
선미를 좋아하는 마음이 아무리 크다 한들 처해 진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애를 지우려는 선미의 생각이 틀린것만은 아니다.
"..낳아야 돼.. 나 이혼할거야.."
".........."
"나 일어날께요, 누나 만나야 돼."
"잠깐만.. 급히 서둘 일이 아냐."
당장 자신의 아이를 어찌할까 싶어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진수를 붙들어 앉히는 
인희다.
"진수씨 말 믿어도 돼? 이혼한다는 말.."
"아버지 시한부라 얼마 못사세요, 와이프 딴 남자 있구요.."
"선미는 어쩌구, 남편도 있고 다 큰 아들들도 있는데.."
".........."
"만약에 말이지, 내가 선미 이혼시켜 주면 뭐 해 줄거야.."
안그래도 선미에게 이혼을 권할 생각이었다.
겉다르고 속다른 찌질이는 선미의 남편자격이 없는 위인이다.
"다~ 해 달라는거 몽땅.. 이혼시켜만 줘요."
"됐구.. 선미한테나 잘해 줘, 이 나이에 아기 키운다고 생각해 봐, 얼마나 힘들겠어.."
"걱정마요, 뭐든지 다 해 줄테니까.."
"ㅋ~ 한가지 또 있는데."
"뭔데요, 빨리 얘기해요."
"나 미워하지 않기~ 내가 진수씨 소원 풀어주는거자너.."
"피~ 그럴께요."
"조용히 기다려, 쓸데없이 선미 닥달하지 말고.. 내가 선미 꼬실때까지.."
".........."

"그게 뭐야.."
"홍시.. 장모님 좋아하시잖어."
유성씨가 퇴근하면서 홍시를 한상자씩이나 들여 온다.
"이긍~ 무겁게.."
"아냐, 안무거워."
"손만 씻어, 다들 기다려."
"OK~"
유성씨 아파트에 방이 3칸이라 이 곳으로 합친게 벌써 두달이 지났다.
다행스럽게 엄마나 유경이도 이 사람과 친근하게 어울린다.
일견 좋아하는 마음이 일시적인 감정이 아닌 것 같아 어려운 결정을 하게 됐지만, 
남자의 속성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동물인지라 마음이 항시 느긋할수만도 없다.
"먼저 드시죠.."
"사위얼굴 보면서 먹어야 맛있는걸 어쩌누.."
"할머니는 삼촌만 좋아하더라, 손녀딸은 배고파 쓰러지겠는데.."
"에구~ 공주님한테 미안해서 어쩌나.."
"삼촌이 뭐야, 엄마 남편인데.."
"놔 둬요 엄마, 갑자기 되겠수.."
예민한 나이에 삼촌이라고 부르는것만도 제 딴에는 크게 마음 먹었을게다.
유경이가 되바라진 성격이 아닌게 천만다행이다.
유성이 역시 딸아이와 엄마를 살갑게 대하려고 노력하지 싶다. 
"장모님 한잔하셔야죠.."
"나야 한두잔이지 뭐."
"자기도 적당히 해, 하루씩 건너뛰던지.."
"알았어, 줄일께.후후.."
"많이 마시지도 않는구먼, 너무 바가지긁어도 못써."
"엄마는 속도 모르고.. 이 인간 술마시는 이유 따로 있네요."
"이유?"
"이 사람이 별소릴 다.."
"왜 양심이 찔리시나.."
부부간의 일은 아무리 가족이라 해도 말 못할 얘기도 있는 법이다.
더군다나 합친지 얼마되지 않은 시점이라 더 조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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