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치들 노래방가재.."
"안돼, 국진이가 알면.."
요즘 가게에 자주 오는 부동산 최사장 일행이다.
손님이 뜸할때 가끔 그 테이블에 앉아 맥주도 마시곤 했다.
야한 농담과 함께 화술도 그럴듯 했고, 딴에는 수작을 거는 낌새가 있어 진작에 눈치챘다.
그 장면을 국진이에게도 들킨 적이 있기에 조심스럽다.
"폰해 봐, 언제 오는지.."
"그것도 안돼, 신빨 떨어진대."
"에궁~ 노래방가고 싶은데.."
"~내 여자니까~"
"국진이다~"
"와~ 동작빠르다.. 국진이라면 사족을 못쓰네, 지지배.."
어느새 정이 들었을까 이틀뿐이건만 옆구리가 허전하다.
"그냥 들어가래.."
"킥~ 잘됐다, 매상올리자.."
서울에 있을때는 항시 집에 데려다 준 국진이다.
연이틀 행군이 피곤했는지 오지 못한다는 얘기에 인아가 더 들떠 난리부르스다.
해준것도 없는데 보약이라도 챙겨줘야지 싶다.
"너 용호씨 알면 어쩌려구.."
"내 남편도 아닌데 뭐."
말 끝나기 무섭게 술냉장고에서 맥주 3병을 꺼내 최사장 테이블로 향한다.
다른 이들의 사주를 보며 먹고사는 팔자지만, 문득 내 사주가 궁금하다.
저녁무렵 서울에 도착해 박귀순을 집에까지 바래다 줬다.
성북동에 있는 그녀의 집은 대궐에 가깝다.
겉으로 봐서는 부족함이 없지만, 여자로서의 인생은 결코 부럽지 않다.
희정이에게 달려가야 하지만 고연숙이 틈새를 끼고 날개짓을 한다.
(보고싶어요.)
아닌게 아니라 너무 방치하다 보면 새로이 둥지를 트는게 여자다.
"웬일이야 집까지.."
"딸내미 MT갔어."
남편이 집에 없으니 대놓고 외간남자를 끌어 들인다.
아주 작정을 했는지 속살이 비치는 드레스에 작은 가디건을 걸쳤을 뿐이다.
바람 난 남편을 쫒아내고 물만난 고기처럼 자유롭게 살지만, 그 누리는 인생이 얼마나 갈지는 모르는
일이다.
이쁜걸로 따지면야 요즘 만나는 여자중에 단연코 남자의 눈길을 끄는 연숙이다.
속물다운 그녀의 가벼움을 애써 무시해 보지만, 섹스의 화신이기에 나 스스로 제어가 힘들다.
"술이나 내 놔.."
"준비 다 됐어, 옮기기만 하면 돼."
주도권이 암컷에게로 넘어 간 세상이라지만, 이가 빠진 동그라미일뿐이다.
자유란 책임과 의무가 따르는 법이다.
제 멋대로 사는게 여성상위의 모든건 아니다.
새끼야 열달 배 아파 낳았으니 애착이 감은 당연하지만, 수컷까지 보듬기란 아직은 미천하다 보여 진다.
수컷이란게 씨 뿌리는 본능이 있어, 암내 풍기는 여자를 보면 회가 동한다.
그런 철닥서니없는 수컷을 용서하는 암컷은 흔치 않다.
여자들의 주장이 너무 쎄다 보니 갈라서는게 보편화가 된 세상이다.
"내려와.."
"다 만들었어?"
연이틀 박귀순과 동행해서 그런지 피곤이 몰려 와 쇼파에 기대 잠시 졸았나 싶다.
쇼파앞 앉은뱅이 테이블에 그럴듯한 음식 몇가지가 올려져 있다.
"갈비찜은 시켰고 해물탕은 인스턴트 호호.."
"어련할까.."
워낙 음식솜씨는 별로인지라 아직도 노모의 신세를 진다.
TV를 마주보고 앉고, 고연숙이는 모서리쪽에 자리 잡는다.
가디건은 어느틈에 벗었는지 드레스의 가는 어깨끈이 섹시하다.
키가 크면서도 운동으로 다진 육덕진 몸은 제법 식욕을 돋구게 한다.
"잘 알면서..
"한잔하자."
"건배~"
여자들이 힐을 신고 다니면 거의 남자를 원하는걸로 봐도 무방하다.
직업이 직업인지라 옷매무새만 봐도 그 사람의 심리가 읽힌다.
연숙이 역시 도화살이 낀 사주라 슬쩍 건들기만 해도 쉽게 인연이 엮어진다.
"어디 갔었어?"
"왜 물어.."
"딴 여자 만났겠지.."
"신경끄시게."
"자주 좀 봐, 요즘 심심하단 말야.."
술탓인지 코맹맹이 소리에 눈까지 게슴치레하다.
이 여자가 외출때마다 굽높은 힐을 신는다.
술이 약한 편이라 몇잔만 마시면 눈가에 도화살이 보인다.
"불 꺼."
"..왜.."
"티비조명도 밝아, 그래야 자네가 더 섹시해 보인다네."
"ㅋ~ 밝히기는.."
분위기에 약한건 남자나 여자 가릴게 없다.
그래서 유흥가 술집 대부분의 조명이 어둡고 붉은색이 많다.
"그대로 서 있어.."
전등스위치를 내리고 다시 제자리에 앉으려는 연숙이를 멈춰 세운다.
티비조명뿐이라 그녀의 실루엣이 제법 식욕을 돋군다.
하늘거리는 실크블라우스에 가려진 나신이 그대로 투영돼 알몸이나 다르지 않다.
"벗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