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여자

세여자 25

바라쿠다 2017. 9. 27. 11:54
"이년 얼굴에 꽃 핀것 좀 봐.."
"호호.. 마즈~"
"됐어 이년들아.. 어쩌다 한번 사는건데.."
며칠전에 인희가 먹자계 얘기를 꺼낸 바 있어 오늘은 선미 자신이 친구들에게 사발통문을 
돌린 폭이다.
이런 일의 주동이야 언제나 인희가 앞장섰지만 내가 쏴야 할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일요일인지라 숙자나 나 역시 느긋하게 취해도 무방한 날이다.
게다가 이름있는 생고기집이라 계산 역시 만만치 않을것이기에 두년 모두 가벼운 인사치레를
던지는 것이다.
"요즘 니년이 젤 살맛 나겠다."
"마즈~"
"너만 하겠니? 우선 빨자."
"그래, 마시고 뒈지자."
"뒈지지는 말자,호호.."
"마즈~ 유경이 땜에 안돼,호호.."
지글지글 참숮에 익어가는 고기처럼 우리네들 얼굴에도 술꽃이 핀다.
인연이 있어 속을 주고받는 친구지간이 된게지만 이들이 없었다면 지난 세월이
녹록치만은 않았을 것이다.
밖으로만 도는 남편땜에 속이 문들어질때마다 이네들이 있어 큰 위로가 됐다.
남들이 보기에는 그저 술타령이나 일삼는 막가파 아줌마로 치부하겠지만 세상사
사연없는 인생이 어디 있겠는가 말이다.
허우대야 그럴싸하지만 갖고 있는 사고방식이 달라 무던히도 다퉜다.
"연하는 아직 만나?"
"연하가 아니고 진수씨.."
"헐~ 이년보게.. 씨?"
"니들도 그리 불러.."
"아주 푹 빠졌구만.."
"진수씨가 나를 샀어."
".........."
"뭐? 다시 읆어 봐.."
"다시는 노래방 나가지 말래, 선불까지 받았어."
나 역시 긴가민가했는데 친구년들이 놀래는거야 당연하다.
가벼운 일탈로 하나의 에피소드나 만들어 쳇바퀴같은 지겨운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려는 생각이야 셋 다 가지고 있다.
"얼마나.."
"천."
"천?
"응, 달마다 천만원 준대."
".........."
"세상에나.."
인희나 숙자의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술이 취한 젊은 손님과 그저 그런 썸씽이나 엮고 끝나리라 생각들 했을게다.
나 역시 그런 만남이었지만 점차 진수가 맘에 든다.
"그 옷 이쁘네.."
"이 자켓도 진수씨가 사 준거야."
추석이 코 앞으로 다가 와 쌀쌀하기도 하지만 기실 친구년들한테 은연중 자랑하려는
마음이 더 컸다.
어리다고 놀릴 친구들에게 진수씨의 됨됨이를 알려주고 싶은 욕심이다.
"비싸 보인다.."
"오백."
'오백?"
"응, 압구정동에서 샀어."
"이 년이 완전 땡 잡았네."
"마즈~"
"진수씨가 여행가재."
"여행?"
엊그제 호텔에서 찐한 에로영화를 찍은 뒤 진수가 한 말이 떠 오른다.
~우리 신혼여행가자~
~무슨 여행?~
~요즘 애인끼리 신혼여행도 해~
~설마~
~가자 응? 유럽여행~
외국이라고는 신혼여행으로 사이판을 다녀온게 고작이다.
유럽이라는 말에 은근 구미가 당겼다.
추석연휴라 애들챙기는건 접을수 있지만 문제는 남편이다.
해서 영악스러운 인희라면 기발한 꾀라도내지 싶어 오늘 모임을 주선한 것이다.
"갔다 와, 이럴때 바람쐬는거야."
"애들이야 학교쉬니까 괜찮은데 추석때 시댁 가야잖어."
"이런 바보같은 년.."

"바보?"
"그래 이 바보야.."
".........."
"넌 어째 그렇게 사냐.."
어떤 남자보다 다루기 쉬운게 태호다.
내 발 아래서 설설기는 하찮은 안간인데 정작 와이프인 선미는 그
사실을 알지 못한다.
어릴때부터 유별나게 친한 친구지만 태호의 실체를 가르쳐 주기가 
난감스런 인희다.
"내가 뭘.."
"니 인생이야, 왜 그런 놈 눈치를 봐."
"그럼 어쩌니, 애들 아빤데.."
"그게 무슨 소용인데.. 막말로 그 인간이 널 끔찍이 아껴주냐,  툭하면 사고나 치구.."
예전에도 좋은 쏘스가 있다며 처갓집 돈까지 끌어 쓰고는 몽땅 날려버렸다.
귀가 얇아 그런겐지 보증때문에도 몇번 남의 빚까지 갚아야 했고, 사업합네 까불다가 말아
먹은 일도 있다.
선미네 큰오빠가 호인이기에 유야무야 넘긴게지만 내 눈에는 한참 대책없는 인간으로
보인다. 
"그럼 어쩌냐, 이혼할수도 없는데.."
"왜 못해, 하면 되지."
"이혼하라구?"
"해 버려, 그게 정답이야."
물론 나 역시 허물이 있었겠지만 아니다 싶어 남편과 이혼을 했다.
성격 자체가 대충 얼버무리는 꼴이 싫어 애시당초 싹을 자른게다.
이유야 틀리지만 셋 중 숙자와 나는 법적인 남편이 없고 선미만이 유일하게
가정을 꾸리고 있기에 이쁘게 살아주기를 바랬다.
맘에 드는 구석은 눈을 씻고 봐도 찾을수 없지만 선미를 위해 보기 싫어도 그런 
내색조차 숨겨야 했다.
"그래도 이혼은 아니지.."
"숙자 너도 똑같애,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참고 사니?  확 저질러 버려."
"큰 잘못이 있는것도 아닌데.."
"마즈~"
"만약에 그 인간이 바람피고 다니면.."
"뭐 짚이는거 있어?"
"예를 드는거지 이 년은.."
"글쎄.. 그때 가 봐야지.."
친구라고 있는 년들이 둘 다 물러 터졌다.
직접 본 사실조차 얘기할수도 없으니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우리집에서 온갖 잡스런 일 따위를 하고 있을게다. 
문득 재밌는생각이 들어 탁자밑으로 폰을 내려다 본다
아무래도 이혼문제는 선미를 따로 만나 의중이라도 떠 봐야 하려나 보다.
"여행 나랑 같이 간다고 하구, 다녀 와."
"피~ 서로 못 잡아먹어 난리면서 행여나 그러라구 하겠다."
"아냐, 미안하다구 사과하면서 내 소원 하나쯤은 들어준대."
"진짜?"
"그래, 그러니까 재밌게 놀다 와."
선미에게는거짓말했지만 태호는 내 말을 거역하지 못할것이다.
그나저나 선미랑 같이 여행을 간다고 하면 그 동안 다른곳에서 잠을 자야 하는데
어느 누구와 지내야 하는지 걱정이 태산이다.
~까톡~
"인희 니 폰이다."
"응, 잠깐.."
폰을 들고 일어나 화장실로 향한다.

"숙자야.."
"얘가 느닷없이 분위기를 잡는다니.."
"유성씨 만났어."
".........."
"너랑 잘해보고 싶대."
느닷없이 유성씨 이름이 거론된다.
가뜩이나 심란스러운데 선미까지 알게 돼 어찌할바를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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