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여자

세여자 7

바라쿠다 2017. 9. 3. 17:52
"아이~ 이러지 마."
"츠암, 보기만 한다니까.."
"안돼."
"에이~ 치사하게.."
유경이야말로 요즘 들어 찬호의 들이댐 때문에 맘이 불편하다.
평가시험이 끝나고 찬호가 노래방에 가자고 할때부터 짐작은 했다.
그 전에도 가벼운 페팅 정도는 눈감아 줬더랬다.
하지만 점점 농도가 짙어지고, 틈만 나면 기회를 노린다.
학교 친구들 중 처녀 딱지를 뗏다고 자랑하는 애들도 있다.
솔직이 찬호와 있게 되면 나 역시 야릇한 감정이 생기기도 한다.
이제 고1일뿐이고 하나뿐인 날 바라보는 엄마와 할머니를 실망시킬순 없기에 그
유혹을 참아내고자 한다.
"집에 갈래."
"벌써?"
"자꾸 이상한 짓이나 하잖어."
"잠깐 보기만 한다니까.."
"싫어, 대학가면 보여줄께."
"그때까지 기다리라구?"
"싫으면 말구.."
"에이~ 가자, 집에.."
"삐졌어?"
"몰라."
자주 있는 일이기에 지금부터는 찬호를 달래야 하는 시간이다.
한번 삐지면 톡도 씹은채 제법 오래 버틴다.
벌써 키가 180에 가깝고 생긴 모습도 제 엄마를 닮아 귀여운 편이다.
친구년들이 나를 부러워할만큼 어디에 내 놔도 손색이 없다.
학교 성적도 좋아 지금처럼만 하면 서울에 있는 대학은 무난하단다.
"떡볶이 먹자."
"애들이냐.. 소주면 몰라도.."
"먹자 그럼.."
"진짜?"
"먹고 싶다며.."
"후후.. 가자."

"몇시야?"
"3시.'
"미안.. 정신없이 잤네."
"술 조금씩만 해, 무슨 남자가 나보다 약해."
"피곤했나 봐."
샤워를 하고 나오더니 잠시 눈 좀 붙이겠단다.
일견 보기에도 피곤해 보여 그러라고 했다.
자꾸 미안해 하길래 무릎을 베개삼아 희철이의 머리를 끌어 안았다.
자장가 대신 그의 가슴을 토닥여 주자 금새 잠에 빠져 가늘게 코까지 곤다.
첫인상이 샤프했던지라 잠자는 그의 얼굴을 찬찬히 뜯어보는 재미를 만끽했다.
무릎이 뻐근해 지면 조심스럽게 희철이의 머리를 반대편 무릎으로 옮겼다.
그런데도 세상 모르고 달게 자는 모습이 친근하게 와 닿았다.
핸폰을 꺼내 그런 그의 모습을 카메라로 찍고, 작게 코 고는 소리까지 영상에 담았다. 
"그만 가자, 씻어."
"벌써?"
"애들 올 시간 됐어."
"그렇다고 그냥 가?"
"피~ 누가 취하래.."
"애들 다 컷다며.. 피자 시켜 먹으라고 해, 내가 사 줄께."
"뻥치네, 여기서 무슨 재주로.."
"선미씨 구닥다리네, 얼굴이라도 이뻐서 다행이야."
".........."
"집주소 불러, 피자 시키게."

"왜."
~..........~
가끔 찬호의 집에 놀러오는 유경이다.
그 전처럼 거실 장식장에서 양주 하나를 꺼내어 찬호방에서 홀작이는데 핸폰이 울린다.
핸폰을 들여다 본 찬호가 입에 지퍼를 채우는 시늉을 하면서 스피커로 전환한다.
"공부."
~피자 배달시켰어, 저녁대신 먹어~
평소에 날 이뻐해 주는 찬호엄마의 목소리가 핸폰을 통해 들린다. 
이모라고 부르라며 곰살맞게 챙겨 주시기에 찬호집에 오는 부담은 없다.
"형은.."
~늦는데..~
"엄마는.."
~8시쯤.. 밖으로 새지 말고.. 참, 유경이 불러서 같이 먹던가..~
"알았어."
"와~ 오늘 술빨 받겠다."
"어린게 술 타령은.."
핸폰을 침대에 내 던진 찬호가 양주병을 챙겨 거실로 나간다.
24시 편의점에서 과자 부스러기를 안주로 사 왔을 뿐이다. 
술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엄마를 닮아서인지 가끔 맛 보면서 취한적은 없다.
더군다나 찬호네 집에서 마신 양주는 제법 달달하니 목에 기분좋은 자극까지 
줬더랬다.

"응.. 그래.. 그때 만나."
"누구야?"
"쫄~ 니가 왜 궁금떨구 지랄이야, 웃기고 있어 증말.."
"걍 물어본건데.."
인희의 스폰중의 하나인 서박사다.
나이는 으뜸 스폰인 최회장보다 5살 어린 55이지만 인희에게 13년이나 연상이다.
인희의 성격이 어떤 남자가 됐던지 그의 지위를 인정치 않고 끌어내려 동년배로 만드는 재주도
있지만, 대형병원 과장인 서박사의 취향이 그러하다.
둘이 만나게 됐을때 역할극을 자주하는데, 서박사가 원하는 배역이 그런쪽으로 다양하다.
대충 열거하자면 마님을 받드는 돌쇠나 군대의 상관을 모시는 쫄다구, 돈에 팔려 온 노예이기도 하고
심지어는 주인을 따르는 개가 되어 쇠줄을 목에 걸기도 한다.
"담배나 내 놔."
"..네."
옆에 벗어놓은 양복주머니에서 담배 하나를 꺼내 인희에게 건네주고는 라이타 불까지 댕긴다.
모텔이라는게 주위의 시선이 차단되었기에 망정이지, 쇼파에 엉덩이를 묻고 담배연기를 내 뿜는 인희의 발 끝에
팬티 한장 달랑 걸치고 무릎까지 꿇은채 머리마저 조아리고 있다.
"손가락에  감기 걸렸니?"
".........."
"자기 전에 핸폰하랬지.."
".........."
"따귀 세대."
"짝 짝 짝"
서박사가 손을 들어 자신의 뺨을 때린다.
"약해 다섯대."
"짝 짝 짝 짝 짝"
모르는 사람이 보면 마치 죽을죄를 진 죄인이다.
인희의 평소 습성대로 서박사 역시 그녀의 틀 안에서 존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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