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일찍 왔네."
"응, 숙자씨 보고 싶어서.."
"이런~ 바람둥이.."
낮부터 몇번인가 메시지로 조르다시피 한 덕에 겨우 승낙을 얻었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고 했다.
되도록이면 자주 봐야 없던 정도 쌓인다고 들었다.
아직은 더운 날씨라 하늘거리는 매미 날개같은 치마에 역시 속이 비치는 얇은 셔츠가 반팔 티를 덮고 있다.
나이트에서의 첫 느낌처럼 온화한 미소가 맘에 끌린다.
"커피?"
"그러지 뭐."
테이크 아웃이라 카운터에서 에스프레소 두잔을 가져 왔다.
그런 일련의 움직임을 다소곳 앉아 지켜보는 모습조차 보기에 좋다.
"무슨 사무가 그리 바뻐, 얼굴 보고 싶은데.."
"원래 그래, 내 시간이 별로 없다니까.."
"세상 돈 몽땅 다 가져 가겠네."
"에구~ 그 놈의 돈이 날 피해 다녀,호호.."
일견 빡빡한 살림살이겠지만 미소짓는 얼굴은 가이없이 온화하다.
그런 아늑한 성품을 지녔기로 내 맘이 끌리는걸게다.
"오늘도 바쁘겠네."
"약속있어, 곧 가야 돼."
"이거 받어."
"뭐야?"
청탁대가는 아니지만, 지인에게서 선물받은걸 숙자에게 건넸다.
"상품권, 딸아이 옷이나 사 줘."
"어머~ 30만원이나.."
딸아이 옷을 사 주는건 숙자가 알아서 할 일이다.
뇌물같지만 그녀와 엮이고 싶은 생각이 그만큼 큰 까닭이다.
"이렇게 잠깐이래도 얼굴 좀 보여 줘."
"다 늙은 여자 봐서 뭐 해."
"아냐, 엄청 이뻐.. 매일 봤으면 좋겠다."
"듣기 좋긴 하다."
"어여 가, 약속있다며.."
"미안해서 어쩌누, 선물만 챙겨서.."
"그게 내 일이야, 숙자씨는 받기만 해."
"........."
"오늘은 숙자가 꼴찌네."
"웬일이래, 선미가 일찍 오는 날도 있구.."
리더격인 인희의 호출로 유명한 아구탕집에 모였다.
월요일인자라 그 넓은 홀에 서너 테이블만 손님이 있다.
희철이와 만났기에 30분 정도 늦었다.
벌써 소주 한병이 비워져 있고, 새로 가져 온 병도 반 가까이 축이 났다.
무슨 볼일이 있어서가 아니라 가끔 생각날때마다 모임을 갖는다.
여느 여자들과 마찬가지로 쓸데없는 잡담으로 저녁 시간을 죽인다.
계산은 주로 인희가 하는 편이고, 가뭄에 콩 나듯 선미와 내가 한번씩 낸다.
"나 원래 모범생이야, 친구를 잘못 둬서 그렇지,호호.."
"이 년이 보자마자 씹네."
"말이야 바른 말이지, 우리 신랑도 그러더라."
"그 쫌팽이가 뭐라디?"
"인희 니가 밝히게 생겼대, 조심하래,호호.."
"이룬~ 얌전한 고양이가 더 무서운줄 모르고.."
"글쎄 말이다."
오늘은 선미 남편이 도마위에 오른다.
결혼생활이 오래 지나면 선미처럼 시들해지는 모양이다.
남편이 일찍 세상을 떠났기 때문일까, 그런 선미의 언행조차 이해가 되지 않는다.
"엊그제 만난 그 놈은 어때?"
"자꾸 메세지가 오네, 한번 더 보자구.."
"어쩔건데.."
"모르겠어, 찐짜붙지는 않지 싶은데.."
"만나 그럼, 요즘 누가 일부종사한다디?"
"글쎄, 괜찮을까?"
고등학교 동창이기 때문일까, 인희와 선미 둘 사이에 비밀은 없어 보인다.
그런 그네들처럼 흉금없이 터 놓고 지냄도 은근 부럽다.
"니들 말이야.. 섹스가 뭐라고 생각하니,"
술기운으로 얼굴이 보기좋게 달아오른 인희의 목소리가 주위를 의식해서인지 속삭이는 투로 바뀐다.
"섹스라.. 운동경기 아닐까? 한판 멋지게 붙는.."
내 경우는 그렇지 싶다.
아닌 경우가 더 많겠지만 특별한 의미는 두지 않는 편이다.
"난 교감이라고 봐, 몸으로 하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대화라고나 할까.."
"지지배들 놀고 있네, 아주 재롱들을 떨어요."
"그럼 넌?"
"섹스야 당연히 거래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술이 약한 인희가 얼추 취해 보인다.
농담 비슷한 주제에 인감도장 찍듯 확인사살까지 한다.
잡담으로 일관되던 종래의 모습과는 딴판이다.
"에이~ 그건 좀 살벌하다, 몸 파는것도 아닌데.."
"이 년아, 좀 솔직해져라."
"내가 뭘.."
"너 결혼할때 남펀 능력 따졌어, 안 따졌어.."
"그야.."
"다 똑같애, 능력있는 남자를 받아들이는 여자가 대다수야. 그래 놓고 아닌척 사랑합네, 내숭떠는 여자들이 더 나뻐."
흡사 전투에 임하는 투사처럼 인희가 열변을 토한다.
근래 없던 모습이며, 처음으로 인희의 가치관을 들여다 본다.
무엇때문에 섹스를 하면서 그런 생각까지 하게 됐는지는 모르지만 일말 수긍가는 면은 있다.
나부터 돈 때문에 도우미 노릇을 한다.
사랑하던 남편이 이 세상에 있다면 과연 어찌 살았을지 궁금하다.
그때도 지금처럼 첨 본 남자들에게 웃어줄수는 없었을게다.
"그러는 넌 남자 만날때마다 저울질 한다는거야?"
"당연하지.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능력없는 남자보다야 날 비싼 보석취급하는 놈이 훨 좋아."
"헐~ 그 놈이 니 맘에 들지 않어도?"
"한두번 만나 봐, 자꾸 멋있어 질거야."
"모르겠다 난.."
"나두.."
인희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는 모르겠으나 평상시와 다른 면모를 본다.
"이따 맥주한잔 더 하지."
"집에 가야 하는데.."
"두어잔만 마시면 되지."
"늦으면 안돼."
"일찍 보내줄께."
"봐서.."
3대 3 산행을 마치고 뒤풀이 겸 한잔씩 걸친 뒤 노래방까지 왔다.
분위기가 거의 파하지 싶어 점 찍어 놓은 여자에게 귓속말을 전하는 태호다.
친구 녀석이 모임을 주선했고, 일행중 제법 섹시한 여자를 눈여겨 뒀다.
뿔뿔이 헤어지기 전에 썸씽을 만들어야 한다.
당일치기가 어려우면 후일이라도 기약해야 할만큼 제법 색끼가 흐른다.
점점 나무토막처럼 뻣뻣해지기만 하는 마누라와는 비교조차 안될만큼 애교도 많아 보인다.
예전엔 그나마 감칠 맛이 있더니 날이 갈수록 트집만 잡으려 든다.
어쩌다 오랜만에 껴안게 되도 야릇한 감흥이 일지 않는다.
그 동안 애인 노릇을 하던 영희는 남편 직장을 따라 울산으로 이사를 갔다.
보고 싶으면 내려 오라기는 했지만, 똘똘이 녀석 호강시키자고 그 곳까지 가기는 어려운 일이다.
한번 참지 못하고 다녀 왔지만, 길에 뿌리는 시간이 너무 많아 피곤하기까지 했다.
빨리 새로운 애인을 꿰 차야지, 이러다 자위라도 하지 싶어 초조한 요즘이다.
"일찍 왔네."
"응, 숙자씨 보고 싶어서.."
"이런~ 바람둥이.."
낮부터 몇번인가 메시지로 조르다시피 한 덕에 겨우 승낙을 얻었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고 했다.
되도록이면 자주 봐야 없던 정도 쌓인다고 들었다.
아직은 더운 날씨라 하늘거리는 매미 날개같은 치마에 역시 속이 비치는 얇은 셔츠가 반팔 티를 덮고 있다.
나이트에서의 첫 느낌처럼 온화한 미소가 맘에 끌린다.
"커피?"
"그러지 뭐."
테이크 아웃이라 카운터에서 에스프레소 두잔을 가져 왔다.
그런 일련의 움직임을 다소곳 앉아 지켜보는 모습조차 보기에 좋다.
"무슨 사무가 그리 바뻐, 얼굴 보고 싶은데.."
"원래 그래, 내 시간이 별로 없다니까.."
"세상 돈 몽땅 다 가져 가겠네."
"에구~ 그 놈의 돈이 날 피해 다녀,호호.."
일견 빡빡한 살림살이겠지만 미소짓는 얼굴은 가이없이 온화하다.
그런 아늑한 성품을 지녔기로 내 맘이 끌리는걸게다.
"오늘도 바쁘겠네."
"약속있어, 곧 가야 돼."
"이거 받어."
"뭐야?"
청탁대가는 아니지만, 지인에게서 선물받은걸 숙자에게 건넸다.
"상품권, 딸아이 옷이나 사 줘."
"어머~ 30만원이나.."
딸아이 옷을 사 주는건 숙자가 알아서 할 일이다.
뇌물같지만 그녀와 엮이고 싶은 생각이 그만큼 큰 까닭이다.
"이렇게 잠깐이래도 얼굴 좀 보여 줘."
"다 늙은 여자 봐서 뭐 해."
"아냐, 엄청 이뻐.. 매일 봤으면 좋겠다."
"듣기 좋긴 하다."
"어여 가, 약속있다며.."
"미안해서 어쩌누, 선물만 챙겨서.."
"그게 내 일이야, 숙자씨는 받기만 해."
"........."
"오늘은 숙자가 꼴찌네."
"웬일이래, 선미가 일찍 오는 날도 있구.."
리더격인 인희의 호출로 유명한 아구탕집에 모였다.
월요일인자라 그 넓은 홀에 서너 테이블만 손님이 있다.
희철이와 만났기에 30분 정도 늦었다.
벌써 소주 한병이 비워져 있고, 새로 가져 온 병도 반 가까이 축이 났다.
무슨 볼일이 있어서가 아니라 가끔 생각날때마다 모임을 갖는다.
여느 여자들과 마찬가지로 쓸데없는 잡담으로 저녁 시간을 죽인다.
계산은 주로 인희가 하는 편이고, 가뭄에 콩 나듯 선미와 내가 한번씩 낸다.
"나 원래 모범생이야, 친구를 잘못 둬서 그렇지,호호.."
"이 년이 보자마자 씹네."
"말이야 바른 말이지, 우리 신랑도 그러더라."
"그 쫌팽이가 뭐라디?"
"인희 니가 밝히게 생겼대, 조심하래,호호.."
"이룬~ 얌전한 고양이가 더 무서운줄 모르고.."
"글쎄 말이다."
오늘은 선미 남편이 도마위에 오른다.
결혼생활이 오래 지나면 선미처럼 시들해지는 모양이다.
남편이 일찍 세상을 떠났기 때문일까, 그런 선미의 언행조차 이해가 되지 않는다.
"엊그제 만난 그 놈은 어때?"
"자꾸 메세지가 오네, 한번 더 보자구.."
"어쩔건데.."
"모르겠어, 찐짜붙지는 않지 싶은데.."
"만나 그럼, 요즘 누가 일부종사한다디?"
"글쎄, 괜찮을까?"
고등학교 동창이기 때문일까, 인희와 선미 둘 사이에 비밀은 없어 보인다.
그런 그네들처럼 흉금없이 터 놓고 지냄도 은근 부럽다.
"니들 말이야.. 섹스가 뭐라고 생각하니,"
술기운으로 얼굴이 보기좋게 달아오른 인희의 목소리가 주위를 의식해서인지 속삭이는 투로 바뀐다.
"섹스라.. 운동경기 아닐까? 한판 멋지게 붙는.."
내 경우는 그렇지 싶다.
아닌 경우가 더 많겠지만 특별한 의미는 두지 않는 편이다.
"난 교감이라고 봐, 몸으로 하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대화라고나 할까.."
"지지배들 놀고 있네, 아주 재롱들을 떨어요."
"그럼 넌?"
"섹스야 당연히 거래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술이 약한 인희가 얼추 취해 보인다.
농담 비슷한 주제에 인감도장 찍듯 확인사살까지 한다.
잡담으로 일관되던 종래의 모습과는 딴판이다.
"에이~ 그건 좀 살벌하다, 몸 파는것도 아닌데.."
"이 년아, 좀 솔직해져라."
"내가 뭘.."
"너 결혼할때 남펀 능력 따졌어, 안 따졌어.."
"그야.."
"다 똑같애, 능력있는 남자를 받아들이는 여자가 대다수야. 그래 놓고 아닌척 사랑합네, 내숭떠는 여자들이 더 나뻐."
흡사 전투에 임하는 투사처럼 인희가 열변을 토한다.
근래 없던 모습이며, 처음으로 인희의 가치관을 들여다 본다.
무엇때문에 섹스를 하면서 그런 생각까지 하게 됐는지는 모르지만 일말 수긍가는 면은 있다.
나부터 돈 때문에 도우미 노릇을 한다.
사랑하던 남편이 이 세상에 있다면 과연 어찌 살았을지 궁금하다.
그때도 지금처럼 첨 본 남자들에게 웃어줄수는 없었을게다.
"그러는 넌 남자 만날때마다 저울질 한다는거야?"
"당연하지.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능력없는 남자보다야 날 비싼 보석취급하는 놈이 훨 좋아."
"헐~ 그 놈이 니 맘에 들지 않어도?"
"한두번 만나 봐, 자꾸 멋있어 질거야."
"모르겠다 난.."
"나두.."
인희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는 모르겠으나 평상시와 다른 면모를 본다.
"이따 맥주한잔 더 하지."
"집에 가야 하는데.."
"두어잔만 마시면 되지."
"늦으면 안돼."
"일찍 보내줄께."
"봐서.."
3대 3 산행을 마치고 뒤풀이 겸 한잔씩 걸친 뒤 노래방까지 왔다.
분위기가 거의 파하지 싶어 점 찍어 놓은 여자에게 귓속말을 전하는 태호다.
친구 녀석이 모임을 주선했고, 일행중 제법 섹시한 여자를 눈여겨 뒀다.
뿔뿔이 헤어지기 전에 썸씽을 만들어야 한다.
당일치기가 어려우면 후일이라도 기약해야 할만큼 제법 색끼가 흐른다.
점점 나무토막처럼 뻣뻣해지기만 하는 마누라와는 비교조차 안될만큼 애교도 많아 보인다.
예전엔 그나마 감칠 맛이 있더니 날이 갈수록 트집만 잡으려 든다.
어쩌다 오랜만에 껴안게 되도 야릇한 감흥이 일지 않는다.
그 동안 애인 노릇을 하던 영희는 남편 직장을 따라 울산으로 이사를 갔다.
보고 싶으면 내려 오라기는 했지만, 똘똘이 녀석 호강시키자고 그 곳까지 가기는 어려운 일이다.
한번 참지 못하고 다녀 왔지만, 길에 뿌리는 시간이 너무 많아 피곤하기까지 했다.
빨리 새로운 애인을 꿰 차야지, 이러다 자위라도 하지 싶어 초조한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