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웬일이야, 사주쟁이 우습게 보면서.. "
" 누가 그래요, 그런적 없는데.. "
(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려라, 속이 다 보이는데 내숭은.. )
저녁이 다 되어가는 시간에 사전 연락도 없이 정애가 들이 닥쳤다.
" 내가 우습게 보이지. "
" 무슨 소리를.. "
신력이 높은 역술인도 자기랑 운대가 맞지 않는 사람의 과거나 미래는 보이지 않는다.
반대로 신빨이 다소 떨어지는 내 경우에도 정애의 속은 훤히 들여다 보인다.
" 맞춰 볼까나.. "
" ..뭘.. "
" 불안해서 왔지. 돈 날릴까 봐. "
누구한테 줄른지, 엉뚱한 곳에 투자를 하든지 정애의 사주는 밑빠진 독에 물 붓는 격이다.
첨 봤을때부터 환히 들여다 보였으나 태생이 의심많은 년이라 마이동풍이라 봤다.
소 귀에 경을 읽은들 듣자는 자세가 안돼 있는데 맨땅에 박치기 하는 미친놈은 되기 싫다.
" ....................... "
" 가진건 달랑 그것 뿐인데 없어지면 어떡하나.. "
" 그걸 어떠케.. "
" 다 샐거야, 모래를 손아귀에 움켜쥔다고 남아 나나. "
재산이 몽땅 없어지는걸 모르면서 애착만 가진다고 지켜지는게 아니다.
우리 눈에는 뻔히 보이는데 당사자는 몽상에 빠져 허우적거릴 뿐이다.
" ..................... "
" 네 팔짜야, 다 없어질게야. "
" 도사님~ "
"세상이 욕심대로 된다면 부자아닌 인간 없다네. "
" 제발.. "
" 제발 뭐.. 묘수를 가르쳐 달라, 뭐 그런 뜻이겠구먼. "
이제사 알아차렸다 한들 정해진 운명은 뒤바뀌지 않는 법이다
하늘의 순리를 거역한다면 나부터 호된 불망망이가 내리쳐 질 것이다.
" 살려주세요, 이 은혜는 잊지 않을께요. "
" 어찌 갚을테냐. "
이제사 알아 들었는지 말투마저 바뀌어 져 애가 타는 모양새다.
" 뭐든 시키는대로.. "
" 벗겠느냐. "
" 원하신다면 지금이라도.. "
아무리 큰 죄를 저질렀다 해도 무릎꿇어 용서를 구한다면 마음이 약해지기 마련이다.
외면하고 싶지만 끈기 역시 부족해 험한 세상 버티지도 못할 년이다.
" 복채는 필요없어, 술이나 사라. "
" 네, 도사님. "
" 딸 몇살이야. "
" 1995.11.24. "
다행히 심지가 곧고 쓸데없는 야망은 없는 사주로 보인다.
제 엄마와 달리 공명정대하기에 공무원이라도 된다면 청백리가 될게다.
" 얼마 날렸냐. "
" ..2억.. "
" 잃어버림을 아까워 말고 남은 것에 감사해라. "
" ..네. "
" 그 돈을 딸 앞으로 돌려 관리해라. "
" 네. "
" 술 먹으러 가자. "
맹랑하던 계집이 처연하게 변하니 안쓰러웠다.
큰 사고를 당해도 모른척 하는 것이 동종계의 보편되어진 현실이다.
" 따라라 술.. "
" ..네. "
" 아직도 맘 비우지 못했네. "
" ..비웠어요. "
그냥 쫒아버리자니 짠한 생각이 들어 자주 오는 퓨전포차에 앉았다.
어두워 진 저녁인지라 술친구가 필요했기에 정애나마 데리고 온 것이다.
( 희정이는 아직도 근신중인가, 쪽팔리게 먼저 연락하기도 그렇구.. )
" 속일걸 속여야지, 다 들여다 보이는데.. "
" ..네. "
홀로 집에 가자니 쓸쓸해서 마시고, 정애는 스스로가 한심한지라 소주병이 자꾸 비워진다.
" ..근데 왜 혼자 계시는지.. "
술의 힘을 빌려 대 놓고 작업하려는 수작이다.
" 내가 맘에 드냐. "
" ..그냥.. "
" 자네는 자세가 안돼 있어. "
" 무슨.. "
" 의미없는 섹스는 싫다네. "
" ........................ "
싫기는, 스스로 생각해도 수긍이 가지 않는데 누가 이해하겠는가.
정애 역시 믿지 못하겠지만, 여자를 평가하는 기준은 남자마다 틀린 법이다.
툭하면 머리를 굴려 남자를 이겨 먹으려는 여자는 취미가 없다.
애정없이 몸뚱아리를 무기로 삼아 이득을 보고자 하는 여자 역시 거저 줘도 싫다.
" 숙제야, 집에 가서 생각해 봐. "
" ........................ "
" 아~ 취한다, 그만 집에 가세나. "
어차피 맘에 없는데 같이 앉아 있는건 서로에게 못할 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