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생(殘生)

잔생 23

바라쿠다 2016. 12. 23. 20:51

알람이 울려 이른 아침 깨어 난 국진이다.

희정이의 퇴근시간에 맞춰 부지런을 떨었다.

" 타. "

그녀가 다니는 가게에서 조금 벗어 난 골목길에서 그녀를 태웠다.

" 고마워 여보, 쪼~옥 "

미리 퇴근시켜 준다고 약속을 했기에 이 곳까지 온 턱이다.

큰 아들애가 날 만나게 되는게 연신 불안했는지 늦게까지 메시지가 온 까닭이다.

메시지만으로는 의중을 전달키 힘들다 싶어 직접 설명해 주기 위함이다.

" 내가 더 고맙지,후후.. "

" 호호.. 맘대로.. "

가끔 주눅 든 그녀를 바라봐야 하는게 안쓰러워 자신감을 키워주고자 부단 뇌세를 시켰다.

~ 너는 갑이고 나는 을이야, 세상 어느 갑이 을 눈치를 보더냐..  좋아하는 감정은 내가 너보다 크다, 그런 나를

칭찬해 주는건 이해하지만 이쁜 여자는 도도해 질 필요가 있다.  내 사랑을 당연시 받아 들여야지, 과분하게 여긴다면

네 값어치는 떨어 진다.  마님으로 대접받고 싶으냐, 아님 옆집 아줌마로 취급 받느냐는 순전히 너에게 달렸다. ~

웅변을 토해내듯 그녀를 이해시키려 노력했기에 요즘에 와서는 약간 위상이 높아 진 희정이다.

" 아들놈한테는 걍 친구라고 해. "

" 믿을까? "

" 믿게끔 할께, 걱정 붙들어 매. "

" ..알았어. "

승용차로 10분 거리에 그녀의 집이 있기에 시간을 끌기 위해 먼 거리로 돌기로 했다.

" 다음주 이틀쯤 시간되나? "

" 어디 가게? "

" 바람쐬러 가자, 신혼여행 대신.. "

" 의심할텐데.. "

그녀와 자꾸 엮어지고 싶은 내 마음이 큰 폭이지만, 다음주에는 속리산에 가야 한다.

어제 위령제를 부탁한 선배의 일이 있기에 이틀간이나 희정이와 떨어지는게 싫다.

" 먼저 그 친구랑 놀러간다고 꾸미든지. "

" 흠~ 해 볼께. "

집 근처 공원에 그녀를 내려주고는 서둘러 악셀을 밟아야 했다.

 

아니나 다를까, 주차시키고 옥상으로 오르니 연숙이가 평상에 앉아 있다.

" 기다려. "

" .................... "

그녀가 바리바리 싸들고 온 꾸러미를 낚아채고는 바삐 집으로 들어섰다.

허술한 틈을 보였다가는 따라 들어오려는 낌새가 보였기 때문이다.

가장 신경써야 할 일이 이런 경우란걸 알기에, 당하는 여자가 서운할지라도 빈틈을 보여 줘서는 곤란하다.

한두번 몸을 섞게 되면 수염까지 뽑으려 드는게 여자들의 심리라는걸 진작에 경험했던 나다.

이 집에 무단으로 드나들수 있는 여자는 희정이 하나로 족하다.

" 뭐 먹을까. "

" 보신탕 어때요? "

" 이런 답답한 중생을 봤나, 한창 공 들이고 있건만 도루아미타불 만들고 싶냐. "

" 어머~ 죄송해요. "

경험이 많은 고참들이 말리는 짓은 피해야 한다.

그 맛이야 기가 막히지만 우리 직업에서는 금기사항으로 받든다.

" 주는대로 먹어. "

" 넹~ "

( 미치겠다, 애교가 점점 노골적이다. )

아주 작정을 하고 온 듯 야시시하게 비치는 치마와 소매없는 나시를 입고서, 대낮부터 고양이 울음 소리를 내니

참아내기가 고역이다.

" 어제 신랑 들어왔지. "

" 12시쯤, 대리운전으로.. "

짐작한대로 숨겨 놓고 동거를 하는 것일게다.

제대로 물증만 거머 쥔다면 당분간 연숙이는 내 손안에 있게 된다.

" 마셔. "

" 넹~ "

결국 만두 전골집에 마주 앉아 술이 약한 그녀에게 거푸 잔을 주어 마시게끔 유도를 한다.

연숙이의 얼굴이 곱게 달아오르게 되면 그 고혹스러움은 나조차 빠질만큼 이쁘기 때문이다.

 

" 또~ "

" .................... "

" 스스로.. "

" 호호.. 넹~ "

얼추 불콰해 진 그녀와 모텔방으로 들어섰고, 쭈빗거리는 모양새에 야단을 치는 폭이다.

뒤늦게 알아차린 연숙이는 배시시 미소지으며 걸쳐 진 옷을 벗는데 교태가 줄줄 흐른다.

남에게 자랑하고 싶을만큼 희정이보다 두살 연상인 그녀의 몸은 군살하나 없다.

옷 속에 감춰 진 몸을, 오직 그 누구인가에게 보여 주고픈 맘으로 꾸준히 단련했지 싶다.

" 먼저 씻어. "

" ..씻었는데.. "

" 또 씻어. "

" 넹~ "

하기사 명령대로 아침부터 구석구석 비누칠을 했겠지만 내가 잠시 잊은 턱이다.

벗은 몸으로 그녀가 욕실로 들어 간 뒤, 재밌는 생각이 나길래 훌훌 옷을 벗고는 따라 들어 선다.

막 샤워기의 물을 튼 그녀가 의아해 바라 보았지만 개의치 않으려 한다.

" 싫으냐. "

" 아뇨.. "

제법 잘 빠진 몸이기에 샤워기를 들고 있는 그녀의 젖가슴 하나를 움켜 쥐고 눈을 직시한다.

아무리 바람끼 많은 여편네라 한들 이런 분위기에는 익숙치 않을 것이다.

제 나름으로는 사귀는 남자들에게서 공주같은 대접을 받았을게지만, 지금과 같이 하인처럼 시키는대로 따르기는

처음일게다.

마침 커다란 거울이 원형 욕조 뒤에서 우리를 바라 본다.

" 이쁘긴 하다. "

".. 저기.. 오줌 마려운데.. "

" 눠. "

" ...................... "

머뭇거리며 당황스러운 표정에 새록새록 장난끼가 스멀거린다.

이런 경우 역시 처음일게고, 뭐 이런 놈이 다 있나 싶겠지만 내 스타일에 길들여야 한다.

" 창피하냐. "

" ..네. "

" 모든걸 보여줘야 하느니, 해결되기까지는 네 몸은 내것이니라. "

" ..넹~ "

결국엔 변기 위에 앉았고, 겪어보지 못한 상황이 어색해 다소 늦게 방광이 열린게지만 쪼르르 옅은 소리를 내던

오줌빨은 시원스레 변기를 두드려 댄다.

" 시원하겠구나. "

" 호호.. 넹~ "

타고 난 우물이다.    보통 여자에게는 어림도 없을 일인데 지켜야 할 부끄러움보다는 밀려드는 야릇함을 즐긴다.

" 이게 뭔지 아나? "

" 도사님 몽둥이, 내 보물. "

" 영양 주사일세, 자네의 영양제지. "

" 얼른 찔러주세요,야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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