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생(殘生)

잔생 24

바라쿠다 2016. 12. 24. 19:22

" 점점 이뻐지네, 언니는.. "

" 원래 이뻐 얘. "

같이 운동을 하는 정애는 4살 어린만큼 내가 봐도 싱싱하다.

딸 고은이를 학교에 보내고 남편까지 회사로 출근하게 되면 집 근처 헬스장으로 오는 희정이다.

바쁜일도 없지만 여지껏 이 곳으로 오는 재미를 거른 적이 없다.

그만큼 피나는 노력을 기울였고, 스스로는 그 결과에 만족하며 사는 중이다.

" 술 마시러 갈래? "

" 술? "

어제도 도사님을 만나 취하도록 술을 마셨기에 그 섭취물을 빼기위해 땀을 흘리고 있다.

하기사 찐한 몸싸움을 두번씩이나 했는지라 얼추 지방은 탔을 것이다.

여지껏 만나보지 못한 특이한 기운을 풍기는 도사님에게 자꾸 맘이 끌리는 요즘이다.

" 응, 괜찮은 놈씨들이 있는데.. "

" 몇살이야. "

" 49. "

" 글쎄.. "

가끔 남자사냥을 즐기는 재미로 지내는 회원들이다.

여느때 같으면 정애를 날름 따라갔겠지만 도사님의 스케줄이 어찌 될지 모르는지라 미리 살펴야 한다.

" 가자, 매너 좋아. "

" 생각해 보구. "

그까짓 매너가 무슨 소용인가, 자신을 이렇듯 꼼짝못하게 쥐어잡는 놈씨는 없었다.

제 자랑만 늘어놓으며 무슨 변강쇠라도 된 양 떠벌이지만 제대로 야문 놈은 별반 보지 못했다.

 

~ 바쁘세요? ~

~ 알아 뭐해 ~

샤워하기 전 탈의실에서 도사님에게 메시지를 넣었다.

예상했던 바 실망스런 답이 왔지만 그를 미워하기는 불가항력이다.

온 몸에 비누칠을 하고, 세찬 물줄기 밑에 서 있는 지금 그를  떠 올리는 연숙이다.

" 벗어. "

술이 취했겠지만 이제껏 겪지 못한 남자의 카리스마를 봤다.

고운 도자기를 다루듯 하는 딴 남자에게서는 경험치 못한 일이다.

결코 서두름이 없을뿐더러 마주하는 그 눈빛을 대하면 오금마저 저렸다.

4살이나 어리기에 처음 몸을 섞은 후 그를 사로 잡으리라 여겼다.

" 스스로.. "

내 스스로 알몸이 되어 가는 그 움직임을 직시하던 그다.

그런 나를 무심히 바라보던 그 눈길을 잊을 수 없다.

일체의 동요가 없는 그의 뚝심은 내 상상을 뛰어 넘는 정력을 가진듯 하다.

" 눠. "

어제만 해도 그의 눈 앞에서 못 볼 꼴을 보여야 했다.

그가 지켜보는 앞에서 수치스럽게 오줌을 질질 쌋다.

평소의 짐작이 통하지 않는 인간이다.

그 눈빛만 봐도 주눅이 들어 몸이 움직여지지가 않는다.

 

정애가 이끄는대로 시간이 남아도는 듯한 반지르한 남자들과 만났다.

우리 멤버들이 편히 찾는 장어집이기에 30분 늦게 도착을 했다.

" 늦었네, 언니. "

" 뭐 드실래요. "

" 미인이시다. "

처음 본 그들의 레파터리는 짐작을 벗어나지 않는다.

( 그는 내 의견을 무시하고 먹거리 종류까지 정했더랬다. )

중간 소개자인 정애가 분위기를 맞추고자 애를 썻지만 이미 흥미를 잃은 연숙이다.

" 맥주 드시나요? "

걔중의 반반한 남자가 친절을 베풀고자 했지만 카리스마와는 차이가 있다.

( 씻어, 검사할거야. )

거침없는 독선까지도 내 맘을 온통 헤집기에 그의 포로가 되었을게다.

" 미안해요, 약속이 있어서.. "

앉아있는 자체가 의미가 없기로 자리에서 일어 났다.

정애에게는 미안하지만 이 자리를 벗어나고픈 마음뿐이다.

 

" 동훈이 맞아? "

" 네. "

신림동에 자리한 햄버거 집에 들어 간 국진이는 희정이가 보내 준 폰의 사진에 따라, 어렵지 않게 그녀의 큰 아들을

만났다.

희정이를 닮아 키가 크고 윤곽이 뚜렷한 꽃미남형으로 제 엄마를 많이 닮았지 싶다.

" 여자친구 있냐? "

" ..네. "

" 하기사 인기 많겠다. "

" 감사합니다. "

" 취업하고 싶다며.. "

" 그게 빠르지 싶어요. "

어제 만난 친구놈에게 동훈이의 간략한 신상을 피력했기에, 견습 사원으로 받아 들이마고 약속 받았다.

처음이야 잔심부름도 감수해야겠지만 제 전공인지라 나름 배울게 많아 보인다.

월급 역시 대학나온 입사 초년생과 비슷하게 책정한다고 했기에 녀석에게는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 CCTV 만져 봤니? "

" 기본은 해요. "

" 사장 만나기 전에 알바 하나 해라, 50줄께. "

" 네, 할수 있으면.. "

" 가자. "

취업이야 결정된 바 진배없고, CCTV 설치 문제가 급하다.

동훈이를 차에 싣고 방화동의 오피스텔로 움직인다.

" 저기에 연결하면 되겠네요. "

차를 타고 가는 동안 간략한 보충 설명을 했고, 현장을 보고는 간단히 설치할수 있다는 확신을 준다.

" 부탁하자, 50은 네 수고비고 20은 재료 사는데 보태. "

" 네. "

" 앞으로 삼촌이라 불러, 면접볼때도 그리 얘기하고.. "

" 네, 삼촌. "

다행히 눈치가 있어 보이기에 사회생활은 잘 하지 싶다.

녀석도 취업시키고, 골머리를 싸매야 했던 고민까지 두가지 모두 해결된 셈이다.

" 취업이지만 대학 나온 애들과 같은 연봉 준다더라. "

" 열심히 할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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