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생(殘生)

잔생 22

바라쿠다 2016. 12. 23. 17:56

( 헐~ 내가 이게 무슨 꼴이냐. )

그들이 갈비집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폰의 카메라에 담은 뒤 무료하게 차 안에서 기다리는 중이다.

어차피 연인이라 보이기에 음식점을 나와 갈 곳은 오피스텔이라 짐작되는지라 무료하기만 한 시간이다.

~ 뭐해 ~

~ 나갈까요? "

( 이런 푼수같으니.. )

어차피 심심하기에 저 인간의 와이프인 연숙이에게 메시지를 보낸 폭이다.

~ 왜 ~

~ 나오라는 줄 알고.. ~

~ 저녁밥 안해? ~

~ 괜찮아요 ~

제 남편이야 내 눈앞에 있는게지만, 한 가정의 유부녀가 집안 단속은 커녕 즐기며 살아 가려는 심뽀다.

저렇듯 남편과 마찬가지로 따로국밥으로 살아가니, 여지껏 온전하게 집안이 유지가 되는게 신기할 지경이다.

연숙이 남편의 확실한 증거를 잡기 전에는 이 순간을 숨겨야 한다.

섣불리 가르쳐 주었다가는 저 푼수가 산통마저 깰 공산이 큰 까닭이다.

~ 반찬없어, 낼 가져 와 ~

~ 넹 ~

비록 문자이지만 노리끼리하게 들리는건 아무래도 그녀만의 체취가 기억되기 때문일게다.

~ 깨끗이 씻고 자, 낼 검사할거야 ~

~ 넹 ~

그나저나 오피스텔 안에서 그들의 행각을 카메라에 담아야지 싶은데 좋은 방법이 없다.

 

~ 여보야 ~

~ 네, 마님 ~

연숙이와 무료한 시간을 달래는 중에 희정이의 메시지가 뜬다.

이상한 것이 희정이 생각만 해도 가운데 토막은 제 주인이나 되는 듯 불끈 솟는다.

~ 미치겠어 ~

~ 왜 ~

아마도 식당에서 일하는 시간일텐데 바쁘지는 않은듯 싶다.

~ 큰 놈이 학교가기 싫다네 ~

~ 그녀석 참 ~

두 녀석의 걱정을 달고 살길래 나름 애들이 좋아하는 청바지며 점퍼를 사 희정이한테 건네 주기도 했다.

상관없다 쌩 깔수도 있지만, 순전히 희정이에게 잘 보이려는 알랑방귀였다.

~ 취업하고 싶대 ~

~ 취업? ~

~ 응, 고 3이잖어 ~

워낙 공부에 뜻이 없다고 들은지라 꾀를 부린다 여겼다.

가뜩이나 생에 찌든 그녀가 자식 걱정까지 할때는 안쓰럽다.

~ 뭐 전공이야 ~

~ 전자과 ~

갑자기 눈 앞이 환해지듯 기발한 생각이 떠 오른다.

~ 일단 만나볼께 ~

~ 자기랑? ~

~ 응, 얘기도 들어 봐야지 ~

~ 괜찮을까 ~

엄마 입장으로야 자식에게 나쁜 모습은 보여주기 싫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 애들은 영악하고 자기 기준이 뚜렷하기에 부모의 삶에는 참견조차 않으려 한다.

~ 남자친구라고 얘기해 ~

설사 제 부모에게 애인이 있다손 치더라도 개의치 않으려는 애들이다.

취업을 위해 남자친구를 소개시켜 준다면 오히려 반길런지도 모를 일이다.

 

술까지 마셨는지 갈비집에서 나온 남녀는 불콰하게 상기 된 얼굴이고, 걷는 내내 남편의 팔에 매달린 아가씨는

다리마저 풀어진 듯 하다.

( 놀고들 있다, 세월 썩는줄 모르니 먹고 싶은것도 많겠다. )

오피스텔로 들어 선 그들과 거리를 두고 쫒아야 했고, 엘리베이터를 피한 그들이 계단을 통해 이층의 한 곳으로

들어간걸 보고는 그 호수까지 확인을 했다.

이미 어두워 졌기로 오피스텔의 뒤쪽으로 가, 그네들이 있음직한 방의 창문에 불이 밝혀진 것도 보인다.

그 뒤쪽은 아마도 일층 대부분을 차지한 상가의 주차장인 듯 몇대의 차량이 한가롭게 서 있다.

~ 쓰레기를 무단으로 버리면 고발됩니다. ~

경고문이 씌여 진 위쪽 기둥에 CCTV마저 달려 있다.

( 옳다구나~  척척 맞아 떨어지네. )

일이 잘 되리라는 예감마저 품으며 세워 둔 차로 다가가는 국진이다.

" 뭐하냐. "

~ 죽지 못해 산다, 왜 ~

" 어디야. "

~ 회사 ~

어릴적 친구인 희철이는 전자계통에서 잔뼈가 굵어 제법 알짜인 회사를 가지고 있다.

일이 꼬일때마다 부적을 밝히고, 베개속이나 제 지갑에 품고 다닐 정도로 무속 신앙인이나 다름 없다.

" 언제 끝나? "

~ 퇴근하려구 ~

" 술 살테니 보자. "

~ 잘 나가나 보다 ~

앞으로의 일이 머리속에 그려지며 새로운 투지마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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