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러운 음악소리 때문에 말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
" 춤 안춰요? "
" 걍 둘이 놀아요. "
친한 친구를 부르겠다는 희정이의 뜻에 따라 근처 나이트로 왔다.
이 곳에 들어오기전 친구인 인아와 커피숍에서 수인사를 나눴는데 제법 끼가 있어 보인다.
" 같이 가지 왜. "
" 편하게 놀아, 나 잠깐 다녀올께. "
" 어디를.. "
" 묻지 마 알면 다쳐,후후.. "
내 옆에 앉은 희정이가 귀에 대고 속삭였지만 나름 생각이 있었다.
어차피 내 애인으로 점 찍었으니 딴 남자들이랑 껴안고 부르스 춰 봐야 질투나지도 않을 것이다.
둘이서 플로워에서 노는 모양을 지켜보다가 밖으로 나왔다.
원래 사람들이 붐비는 이런 곳에는 취미가 없고, 호젓한 술집에서 대화하는걸 더 좋아하는 습성을 지녔다.
두어시간이면 웬만큼은 땀을 빼리라 생각하고 여유롭게 어두워 진 밤거리를 걷기로 했다.
" 이거 얼마나 합니까. "
" 27만원이에요, 이쁘죠? "
" 소재는.. "
" 18k입니다. "
한껀 했다 싶은지 돗수있는 안경너머로 아줌마의 눈이 초롱초롱 빛난다.
" 이쁘게 포장해 주세요. "
" 네. "
아까 희정이가 원피스를 입었을때 고운 목선이 눈에 들어왔기에 그 목에 걸어주면 어울리지 싶다.
포장된 목걸이를 안주머니에 갈음하고 하릴없이 밤거리를 걷기로 한다.
날마다 술에 찌든듯 보이겠지만, 가끔은 한숨 돌려 사람들을 지켜보는 취미를 가졌기에 어두워 진 거리를 거니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 모든것을 경험해야 세상이 올바로 보이고, 그래야 나를 찾는 손님에게도 말빨이 뒤지지 않는다.
" 어때, 재밌어? "
" 자기 없으니까 별로야. "
" 나갈까? "
딴에는 신명나게 흔들었는지 두사람 모두의 얼굴이 땀으로 적셔 졌고 머리카락도 들쑥날쑥이다.
복집으로 들어가 복지리와 불고기를 시켜 몇잔씩 건배를 했더니 제법 신이 난 표정들이다.
" ..국진씨라고.. "
둘이서 나에 대한 얘기를 대충 나눴을 게지만 처음 만난 인아라는 친구는 아직도 궁금한게 많은 표정이다.
" 맞아요, 국진이.. "
" 두살 어리다구.. "
" 그것도 정답,후후.. "
분위기가 화기애애하니 인아의 궁금함이 귀찮을리는 없고, 지금의 이 상태를 자연스레 유지시키면 될 것이다.
" 지지배 좋겠다.. "
" 뭐가? "
" 잘 생긴 연하가 이런 이쁜 옷에 신발까지.. 애들 먹거리까지 사 줬다며.. 부러워라,호호.. "
예상대로 저희들끼리 찧고 까불며 무슨 무용담이나 다름없이 죄다 파헤쳤지 싶은 생각에 때는 이 때다 싶다.
" 이거 풀어 봐. "
" 뭐야? "
진작부터 주려고 준비했던 목걸이를 꺼내 희정이 손에 쥐어 줬다.
" 축하해 희정씨. "
" ..................... "
이쁘게 포장된 꾸러미를 희정이가 조심스레 끄르고, 옆에서는 친구 인아가 눈을 반짝인다.
" 어머~ 이쁘다 얘. "
인아가 먼저 탄성을 지르고 정작 당사자인 희정이는 멍한 표정이 되어 눈만 깜박인다.
" 근데 무슨 축하에요? "
희정이는 잠시 말이 없고 먼저 신이 난 인아가 대신 묻는다.
" 나 같은 놈 만난 축하,후후.. "
" ...................... "
" 어머~ 호호호.. "
모르긴 해도 친구인 인아가 부러워 했을게고, 덕분에 희정이도 내심 우쭐했을 것이다.
그녀의 생활을 자세히 알수는 없어도 웬지 주눅 든 느낌을 받았더랬다.
내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여자라면 남들에게도 그에 걸맞는 대우를 받게끔 해야 한다.
" 희정씨. "
" 응? "
" 신 벗어 봐. "
" 신? "
의아해 하는 희정이가 머뭇거리며 신을 벗길래 탁자밑으로 고개를 내려 발을 쳐다 봤다.
그 발이다.
꿈속에 나오신 신령님이 보여준 그대로 엄지 발톱에 빨간색 메니큐어까지 그대로다.
" 여자 발은 왜 봐요.. "
" 씻어 주게, 발이 더럽잖어,후후.. "
두 여자는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는 표정들이지만 신령님의 말씀을 거역할수는 없는 노릇이다.
" 씻을께. "
" 깨끗이 씻어, 똥꼬까지.. "
" 하여간 연구대상이야. "
새 옷이라 그럴까, 벗은 옷을 곱게 마무리하고 욕실로 들어가는 희정이의 뒷모습이 이쁘다.
내 스스로 단점이라고 고치고자 노력했지만 쉽지 않기에 거의 포기한 것이 있다.
보통 이성간의 만남이라면 쌀을 익히고 뜸을 들여야 밥이 되는 법인데, 어쩌다 맘에 드는 여자를 만나게 되면 중간
과정은 빼고 급히 친해지고자 무리수를 쓰게 된다.
그게 무슨 단점이냐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여자는 가랑비에 젖듯 자신도 모르게 서서히 빠지는 경우가 많다.
일컬어 정이 든다는 얘기인데, 내 경우에는 미리 앞날을 예상하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탐색전은 귀찮아 하는게
문제라면 문제다.
" 뭐 생각해. "
" 희정이 보낼 생각. "
이런저런 상념에 잠겨 있는데, 샤워하고 나온 희정이의 목소리에 정신이 든다.
" 어디로.. "
" 홍콩. "
" 어머나 좋아라,호호.. "
아마도 질리는 일은 없지 싶은 희정이의 나신은 내 욕망을 부채질 할만큼 크나 큰 유혹을 머금고 있다.
다른 놈과 더불어 그녀의 몸을 공유하지 않는게 복 받았다고 생각할 정도로 이미 매력에 빠져버린 국진이다.
샤워를 한 때문이겠지만 곁으로 다가 온 그녀에게서 시원한 느낌이 오기에, 몸을 겹치고는 차근차근 순서에 따라
불 지피면 최상의 화음까지 내리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