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생(殘生)

잔생 14

바라쿠다 2016. 12. 19. 04:10

" 집에 데려다 주게? "

" 당연하지. "

밤새 뒹굴며 시달린 폭이지만 몸은 하늘을 나를듯 가뿐하다.

" 그냥 가요, 들릴데 있어. "

" 에이, 딴 놈이 채 갈까 봐 불안한데.. "

듣는 사람 기분좋게끔 말도 이쁘게 하는 국진이다.

다른 곳에 볼일이 있어서가 아니라 혹여 남편에게 들킬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생긴다.

더군다나 그가 사 준 옷과 신발꾸러미까지 손에 쥐고 있다.

그랬기에 친절을 애써 사양했지만 내심으로는 그와 헤어지는게 싫은 희정이다.

이토록 사내 욕심내기도 오랜만이지 싶다.

" 가 그럼. "

" 여보두,호호.. "

보답이나마 해 주는건 그의 말을 따르는 것이 유일하지 싶다.

 

버스에서 내려 골목길로 접어 든 희정이의 눈에 의상실 간판이 눈에 띈다.

멀치감치 비켜서서 들여다 보니 아니나 다를까 남편의 옆 얼굴이 보인다.

뭐가 좋은지 귀에 입이 걸릴만큼 파안대소하는데, 평상시에는 어림도 없는 모습이다.

( 아주 지랄을 해요, 쓰지도 못하는 좃대가리 달고 사는 주제에.. )

~ 뭐해 ~

울화가 치미는 중에 방금 헤어진 국진이가 떠 오르는건 왜일까.

집에까지 가는 길이 무료하길래 장난삼아 메시지를 날려 본다.

~ 집, 샤워하려고.. ~

~ 벗었어? ~

~ ㅋㅋ홀라당 ~

~ 보고 싶다ㅎㅎ ~

~ ㅇㅋ ~

잠시후 메시지 도착음이 울리기에 화면을 열었더니 거실인듯 커다란 거울 속에 그의 알몸이 적나라하다.

~ ㅎㅎ근데 번데기가 됐네. ~

~ 희정이가 없잖어 ~

입에 꿀을 발랐는지 하는 소리마다 달콤하다.

~ 이긍, 잘 보관해 ~

~ 먹고 싶어 ~

~ 뭐를.. ~

~ 자기 거기 ~

~ 기다려, 집에 다 왔어 ~

국진이가 먹어 줄때마다 까부라지는 젖이 몽우리 진 듯 야릇해 진다.

급한 마음에 위에 걸친 옷을 벗어 던지고 욕실로 들어 선다.

세면대 위의 거울에 상반신이 비치길래 서둘러 사진을 찍어서는 전송을 했다.

~ 거기말고 밑 ~

그 곳에는 입도 대지 않기에 그런 성향이지 싶었다.

~ 큰 거울 없어 ~

~ 담에 만났을때 먹어 줄께 ~

~ 흉보기 없다 ~

핸폰의 카메라를 직찍으로 돌리고는 타일바닥에 쪼그려 앉아야 했다.

~ 잘 나왔네, 털이 몇개인지 세어 봐야지ㅋㅋ ~

감옥같이 답답한 생활속에 활력소가 생기듯 그의 존재가 든든해 진다.

 

" 들어 오시게. "

" 네. "

정오가 넘어 고연숙이 들어선다.

신방으로 들어 와 방석위에 엉덩이를 걸치는데 은은한 향수가 코 속으로 스민다.

( 반반한 년이 암내까지 풍기고 다니니 놈팽이들이 꼬이지. )

" 자네가 얻고 싶은게 무엇이더냐. "

" 남편 바람끼죠. "

" 바랄걸 바래야지, 그 놈 팔짜야. "

" 그럼 어쩌죠. "

" 자네 앞으로 재산을 돌려. "

" 어떻게.. "

고연숙이를 어찌 요리해야 될지 수도 없이 머리를 굴린 국진이다.

" 남편 사진이랑 회사 전화번호.. "

" 사진 가져올까요? "

" 저장된거 없나. "

" 아~ 있어요, 핸폰에.. "

머리가 나쁘면 고생문이 훤한 법인데 재물복은 타고 난 여자다.

" 작업비 이백이야. "

" 네, 감사합니다 도사님. "

흥신소에 맡겨도 되고, 여의치 않으면 직접 뒷조사를 해야 한다.

" 술 마시지? "

" ..네. "

" 할머니라도 술은 여자가 따라야 해. "

" ..네. "

고연숙이를 엮게 된다면 떨어지는 콩고물이 제법 클 것이다.

이 때를 대비해 흥분제까지 준비한 국진이의 입에 침이 고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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