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 올라 와 키스하는 국진이의 목을 감싸 안았다.
그를 만나기 위해 집에서 나와, 오는 내내 보고싶어 조바심마저 났다.
불과 만난지 얼마 되지 않았건만 그런 감정까지 생긴다는게 스스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웬수인 남편의 외도나 다름없는 꼴볼견을 목격했기 때문이라 여겼다.
몸을 내려 양쪽 젖가슴을 희롱하는 그로 인해, 느긋하게 애무를 받아 들이면서도 그것만은 아닐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저 그렇고 그런 사내들과의 만남이, 작은 즐거움은 가져 왔지만 이렇듯 욕심까지 내지는 않았다.
빡빡한 인생살이기에 시간이 허락하는, 그저 주어 진 어쩌면 오락같은 그런 재미였을게다.
지금 내 품에 들어 와 불씨를 피우고자 하는 이 남자는, 스쳐가는 그런 남자들과는 다른 인연이지 싶다.
10년 넘게 걸림돌이나 다름없는 웬수로 인해 삶의 재미조차 모른 채, 그저 나에게 내려 진 형벌이라 여기고 그렇게 살아
온 지난 세월이다.
이렇듯 내 몸을 제 몸인양 귀하게 여겨주는 남자는 없었다.
묵은 때를 벗기기 위한 목욕탕에 가서도, 이태리 타올에 맡겨 져 설거지를 해야 하는 그런 몸뚱아리에 지나지 않았다.
이 몸의 주인인 나 조차, 포장마차의 소주잔모냥 이리저리 아무나 돌려쓰는 허접한 물건처럼 살아 왔다.
그에게 대접받는 젖가슴 역시, 이렇듯 성감이 널리 쓰임새가 있는지 새삼 신기할 뿐이다.
여자는 남자에 의해 시시각각 변하는 뒤웅박 팔짜라고 했던가, 예전 엄마가 말하던 그 말의 의미를 알 것 같다.
" 자갸~ 살살.. "
민감한 유두가 까부러지는 중 설핏 아픔이 오기에 꾸짓듯 야단을 쳐야 했다.
어릴적 교회에서 받은 크리스마스 선물다운 이 남자에게, 내 몸의 사용설명서를 낱낱이 가르쳐 줘야 한다.
어디를 만져야 기분이 좋아지고, 어느 곳이 그의 혀에 녹아들며 또한 짓밟히듯 가해를 받아야 하는 곳이 어디인지를
그에게 숨기지 말아야 한다.
그의 손이 삼각주 주변에 머물더니 애액이 번져 난 그 곳에 공을 들인다.
젖가슴과 그 곳에 피어나기 시작한 쾌감이 온통 번지기에 정신을 가다듬기 힘들다.
사실 젤 취약한 곳이 삼각주의 그 곳이다.
그 곳에 공 들여주기 바라는데 이 인간은 손으로만 얘기하고 있다.
더운 입김이라도 쐬 주면 더 할 나위 없겠건만 직접 얘기할수 없는 노릇 아닌가.
" 어~욱.. 몰라.. "
어느틈엔가 뜨거운 불기둥이 그 곳을 헤집는다.
짓쳐오는 몸짓에 온 몸의 뼈가 뒤틀어지고 녹아 내린다.
" 엄마~ 헉~ "
부서지듯 거듭되는 방아질에 그의 몸에 매달리는 고양이가 된다.
겨드랑이 사이로 손을 넣어 그의 등을 껴안아 부비고, 다리를 들어 그의 허리를 감싼다.
신선놀음이겠지만 이런게 사내놈의 맛일런지 모르겠다.
" 다음부터는 엄마 찾지 마. "
" ................... "
" 여보라고 불러. "
한차례 폭풍이 휩쓸어 지났는데 이 인간의 느닷없는 얘기에 기함을 했다.
여보라니, 언감생심 애 아빠외엔 불러보지 못한 호칭이다.
씻기 위해 욕실로 들어섰을때 세면기 위 거울에 그간 없었던 목걸이가 눈에 띈다.
( 그냥 여보라고 불러줄까나.. )
이제는 그러려니 하는 길순이다.
평일이기도 했지만 같은 원룸에 사는 조태식씨로부터 택시 영업이 끝났다며 노래방으로 놀러오마고 했다.
오지 말라고 할수도 없었고, 동료들과 같이 온 그를 쌩 깔수도 없었다.
다행히 친한 척 하는 별다른 표식은 없었고, 다른 손님들이나 마찬가지로 이 시간을 즐기는듯 하다.
남들 눈을 피해 수고했노라며 몰래 10만원씩이나 주머니에 찔러주기도 했다.
듣기로는 택시 벌이가 시원찮다고 들었는데 선심쓰는 그에게 미안한 감정이 생긴다.
적은 돈은 아닐진대, 나이 지긋한 터에 이런 곳에 놀러 와 목돈을 쓰게 했지 싶은 걱정도 든다.
" 같이 가죠. "
어차피 끝난 시간이라 그와 함께 집에 오기 위해 택시를 집어 탔다.
" 한잔 더 합시다. "
" 이 시간에.. "
집 앞에 24시간 영업하는 감자탕 집에 마주 앉았다.
" 매일 이래 일하면 힘들겠네. "
" 사는게 그렇죠 뭐. "
" 오래 했어요, 일? "
" 아뇨, 2년쯤 됐나 봐요. "
마주보고 앉아 술잔을 기울이고, 같은 곳에 산다는 동질감이 생겨서일까 나이 많은 그가 오빠처럼, 막내 삼촌인양 허물없이
지내 온 얘기를 스스럼없이 하게 된다.
한국에 온 후로 이렇듯 허심탄회하게 속속들이 내 뱉어 본 지가 언제였던가.
" 혼자 지내시려면 힘들겠다. "
" 무슨 소리, 편해요. "
" 그래도 남잔데, 살림이 그리 쉬운가.. "
" 어~ 잘해요. 요리도 길순씨보다 맛 있을걸? "
" 에이, 그런 거짓말을.. "
" 츠암~ 중국사람 의심 많다더니.. "
피곤했기로 몸이 노곤노곤해 지며 잠이 쏟아 진다.
" 이 인간이 어디서 거짓말을.. "
" 진짜라니까.. "
이틀밤이나 외박하고 아침에 들어 온 남편이랑 한바탕 붙는 중이다.
어차피 큰 소리가 날 것이기에 고은이를 학교에 보낸 직후이다.
핸폰이 꺼진 채 이틀씩이나 라운딩을 다녀 왔다는 그의 거짓말을 어찌 믿을손가.
안 그래도 수상한 냄새가 나던 중이었기에 심하게 다뤄야 한다고 작심했었다.
" 불어. "
" 뭘? "
" 어떤년인지 얘기하라구. "
" 여자 없다니까. "
도사님 역시 그 가능성을 가르쳐 줬기로 심증은 가지만 물증이 없다.
밖에서 딴짓거리 하는거야 그렇다 치지만, 그 모든 경비가 줄줄 새는것만 같아 열불이 나는 연숙이다.
저 인간의 여죄를 잡아야 하는데 뾰족한 방법이 없다.
" 정말 없어? "
" 믿어, 믿는 자에게 복이 오나니.. "
차라리 개뿔을 믿지, 어찌 호랑말코같은 인간을 믿겠는가.
" 또 속아 준다. "
" 청렴결백일세 이 사람아. "
회사에 간다며 현관을 나서는 그를 보며, 아무래도 뒤를 밟아야겠다고 다짐하는 연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