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사냥

남자사냥 19

바라쿠다 2011. 12. 6. 10:28

오랜만에 기분좋게 수면을 취했는지 개운하다.      자신을 안고있는 영호의 가는 숨소리가 들린다.

얼마인지 모를 오랜 시간 자신을 품고서 견뎠을 것이다.      이미 창밖은 어두운 저녁이다.

영호를 위해 맛있는 저녁을 차려주고 싶어 살며시 품에서 빠져나와 주방으로 향했다.

좋아하는 매운탕을 끓이고 있는데 뒤에서 영호가 안는다.     겨드랑이 사이로 손이 들어와 젖가슴을 쥔다.

" 하지마.. 저녁 차려야지. "

뒤쪽에 있는 식탁의자로 안아 가서는 자신을 무릎위로 앉힌다.     몸을 돌려 앉히고는 내 눈을 들여다 본다.

" 애기를 가졌단 말이지..  우리 미진이 이쁘다, 정말. 후후.."       

" 그렇게나 좋아?   애기를 가진게.. "        

" 당연하지, 자기를 닮은 딸이면 좋겠다. "

" 아직 애기를 낳겠다고 결정한건 아냐, 어째야 할지 모르겠어.. "

남편을 만나서 애기를 어찌해야 할지 결정짓고 싶었다.      

남편쪽에서 먼저 신의를 저버렸지만 자신도 외간남자를 받아 들였기에 영호에게는 비밀로 하고 애기를 지우려고 했다.       

그렇치만 남편이 끝냈다던 그 여자와 버젓이 한집에 같이 있는걸 본 순간 모든것이 변해 버렸다.       영호에게 알리지

말아야 할 얘기까지 해 버린 것이다.

" 무슨 소리야, 모르겠다니..   내 애기를 죽이기라도 하겠다는 말이야, 지금? "    

 영호를 만난후 처음으로 화가 난 표정이다.     이 정도로 흥분을 하리라곤 예상치 못했다.

" 그럼 날더러 어쩌란 말이야..  가정이 있는 여자가, 더군다나 고등학교에 다니는 딸까지 있는 애 엄마가 딴 남자의

애를 낳아야 되겠냐구.. "        

영호의 철없는 소리에 짜증이 밀려와 목소리가 격양이 됐다.

" 무조건 낳아야지, 당신이 싫다면 나 혼자서라도 키울거야.. "      

" 자기야 ~ 그렇게 고집만 부린다고 되는게 아냐..   자기는 애기가 이쁘겠지만 내 입장도 생각해 줘야지.. "

" 아까 미진이가 내 품에서 잘때 생각했어..  당신 남편이 돌아오기 전에 애기가 태어 날테니까 그건 염려하지 않아도

될테고,  당신이 가정으로 돌아 가더라도 애기만 있다면 나는 견딜수 있을것 같애. "

저토록 애기한테 집착을 하리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영호를 달래 해결하고 싶은데 어렵지 싶다.

영호가 자신을 좋아하는 크기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지 않는 미진이다.      그렇지만 좋아한다고 결혼을 한다든지,

좋아하는 사람마다 애를 낳아 줄수는 없는일 아닌가.

아무리 영호를 사랑한다손 치더라도 해 줄일과 못할 일은 구분해야 하는 것이 자신의 입장이다.

주위의 눈만 없다면 영호와 같이 살면서, 그와의 사이에서 낳은 사랑의 결실을 키우고 싶은 마음이야 왜 없겠는가.

남편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자신의 딸인 지연이한테는 뭐라고 할것인가.      딸아이의 얼굴을 마주볼수 있는 염치가

없는 일이다.     

하지만 저렇듯 사랑하는 영호가 간절히 원하고 있음에 가슴이 먹먹해 진다.

" 몰라.. 자신 없어, 이제 얘기는 나중에 하고 저녁이나 먹어. "       

" 안먹을래, 저녁.  아니, 미진이가 애기를 낳겠다고 할때까지 굶을거야. "

" 왜 그래, 자꾸만.. 나라고 편할것 같아?   나도 힘들단 말이야.. 제발 좀 이러지마.. "

기어코 울컥이며 눈물이 쏟아진다.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섧은 눈물이 흘러 와이셔츠까지 적신다.

" 그만 가..  미진씨 집으로 돌아 가라구. "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다.      몸살기운이 있던 자신을, 본인의 몸보다 더 끔찍하게 아껴주던 그의 입에서 축객령이

떨어졌다.    

좋아하는 여자가 울고 있는데 달래기는 커녕 내치고 있다.

 

집에 돌아와서도 머리가 아픈 미진이다.      남편의 불륜 현장을 목격하고는 적잖은 충격에 휩싸인 탓에 영호를 만나

위로나마 받고 싶었다.     

그의 가슴에 안겨 안정을 찾고 싶었는데 더 큰 고민이 생긴 것이다.

" 엄마 ~ 언제왔어? "      

지연이가 학교에서 돌아와 상념에 잠긴 미진이를 깨운다.

" 밥이 없는데 할머니한테 가자. "      

학원에 가야할 지연이를 데리고 친정으로 가야했다.

친정 어머니가 차려준 밥을 먹는 지연이를 놔 두고는 거실 쇼파에 앉아 또 다시 생각에 잠겼다.

" 너, 무슨 걱정이 있는게냐..  안색이 어둡구나. "      

지연이가 나간후에 커피를 가져온 친정 어머니가 말을 건넨다.

" 어쩜 좋아요, 애비가 그 여자랑 일본에서 같이 지내고 있네요. "

" 아니, 그 인간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더란 말이냐, 지금? "      

평소에 인자하고 조용하던 어머니의 눈에서 불길이 치솟는다.

" 하마터면 기절할뻔 했어요, 얼마나 놀랬는지.. "       

" 못된 놈 같으니..  지가 어떻게 학교에서 교수가 됐는데, 천하에 다시없을 놈이구나..  그래, 어쩔 셈이냐. "

" 모르겠어요, 다시는 쳐다보기도 싫어요.. "      

" 이혼 하거라.  나도 그런 녀석을 사위라고 더 이상 봐 줄수가 없겠구나.. "

처음부터 탐탁치 않게 여겼던 어머니다.      자신의 집에 문이 닳도록 찾아와 딸과 결혼시켜 달라고 했을때도 무덤덤했던

어머니다.      사위로서 눈에 차지 않았던 때문이다.      

같은 학자 집안으로 사위감 아버지의 됨됨이를 알고 계셨던 어머니가 그 집안 남자들의 내력이 여자를 밝힌다고 얘기를

하면서, 자신에게도 신중히 생각해 결정을 하라고 충고까지 했다.      

하지만 딸이 결혼을 하겠다고 했을때는 묵묵히 축복을 해 주셨던 어머니였다.

" 그 때 엄마의 말을 따랐어야 했는데..   지연이가 상처를 입을까봐 걱정돼요. "

" 지연이도 너처럼 심성이 착해서 별 탈은 없을게다.    요즘에야 이혼이 큰 흉도 아니니 너무 염려 안해도 될게고.. "

하기사 지연이 역시 엄마를 실망시킨 제 아빠를 곱게 보지 못하고 한참동안을 밖으로 빙빙 돌았던 것이다.

 

" 얼마만이냐 이게..  그렇게 연락도 없이 사니까 마음이 편하디, 지지배가.. "

" 미안해, 그동안 이 가게를 개업 한다고 바쁘게 다녔지. "        

뱅뱅사거리 근처 냉면집이다.     친정에 있는데 오인방 멤버중의 하나인 성미에게서 핸폰이 왔다.      

부랴부랴 멤버들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소연이만 연결이 되는통에 그녀의 애인 둘과 넷이서 만나러 온 것이다.

안그래도 남편 문제와 영호의 고집 때문에 골머리가 아파 한잔술이 생각나던 참이다.

" 소연이는 더 이뻐진거 같은데.. "      

성미가 소연이의 남자친구들을 보면서 반긴다.

" 말도 마.. 애인을 둘씩이나 데리고 다니느라 얼굴에 꽃이 펴서는.호호.. "    

" 그러는 미진이 언니도 연하의 애인하고 깨가 쏟아 지면서 뭘 그러우.. "

" 얘네들이 내가 없는 사이에 경기들이 좋아졌네, 그나저나 소연이는 행복하겠구나.호호.. "

" 행복은 무슨..  서로 자기가 사 준걸 입어야 된다면서 생떼들을 써 대니 속상해 죽겠구만.. "

" 야 ~ 우리 소연이가 공없는 소리를 하네..   똑같이 선물을 해야 된다고 여우짓까지 했으면서.후후.. "

소연이의 양쪽에 앉아 종업원이 가져온 안주를 챙겨주고 술까지 따라주는 애인들의 보살핌이 가히 극성스럽다.

" 너같이 얌전한 애도 애인이 있다니 별일이다, 진짜로 부뚜막에 올라간 고양이네.호호..   근데 뭐하는 사람이야? "

" 그냥 평범한 직장 다녀, 언제 한번 같이 올께. "      

성미와 얘기를 나누면서도 영호의 고집 때문에 맘이 편치 못한 미진이다.

" 정희 언니하고 연주 언니도 잘 지내지.. "       

" 이번 주말에 한번 뭉치지,뭐.  그때 와서 이집 안주들을 거덜 내자구. 히히.. "     

같이 어울려 술을 마시지만 도무지 흥이 나질 않는다.      영호의 굳은 얼굴이 머리속에 맴돌기 때문이다.

그새 또 보고픈데 찾아갈수가 없고 핸폰도 할수가 없다.      자신을 보면 애기를 낳으라며 괴롭힐것이다.

" 오늘은 이만 가봐야 되겠네, 지연이가 학원에서 오기전에 가야 돼. "

얼추 10시가 가까워진 시각이다.       소연이와 자리에서 일어나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주량대로 마셨는데도 취하질 않고 맹숭하기만 하다.      배웅해 주는 성미를 뒤로 하고는 택시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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