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중반이 된 이 나이에도 문득문득 당신이 그립습니다.
그전엔 왜 몰랐을까요.
이렇듯 당신의 영정 사진을 끼고 살만큼, 왜 그런 애뜻함이 없었는지..
당신의 걸음걸이, 두터운 발톱..
모두가 당신께서 물려준, 스스로 아끼는 몸뚱아리와 자유로운 사상까지 몽땅 당신이 주신것임에
그 은혜를 왜 진작 깨우치지 못했는지..
유난히 말수가 적었던 당신, 이북 태생이시라 으례 그러려니 했던 지난날이 못내 죄송합니다.
철이 없었노라고 치부하기에는 한스럽기까지 합니다.
온 세상이 내것인양 그리 우쭐하며 살았습니다.
홀로 세상에 우뚝 섬이 내 자신 능력이라 여겼습니다.
50 중반이 된 이 나이에 아직도 철 없음을 깨닫습니다.
당신의 은혜로 이 땅에 떨궈 진 이 아들은 이제사 뒤늦게 당신이 그립습니다.
서울에서 태어나, 그 곳에서 유일했던 유모차에 실려 당신의 손에 이끌렸고, 귀했던 세발 자전거를 타고
온 동네를 주름잡기도 했더랬죠.
국민학교를 다니는 근처 형들의 팽이 놀이를 부럽다는듯 무심코 바라봤던 모습조차 눈여겨 보시고는,
직접 남대문 시장에까지 가셔서 팽이 끈을 사 오셨던 당신입니다.
그 숱한 사랑을 당연시 하면서도, 홀로이 이곳 남쪽에서 외로웠을 당신의 내면은 미처 몰랐습니다.
남은 인생 매듭을 짓고자 하는 나이가 됐음에도, 아직 당신에게는 재롱을 떨고 싶은 철부지일 뿐입니다.
그대께서 물려 주신 술 주량마저 그대로 빼 닮아 솔찬히 지출이 심한 오늘밤, 유난히 더욱 당신이
그립습니다.
먼 훗날 하늘나라에서 뵙고, 못난 아들의 무지를 용서받으렵니다.
무지랭이 자식을 크나 큰 사랑으로 감싸 주신 당신께 향기나는 술, 올리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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