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스타 정세희 의 적나라한 성 체험 고백
그리고 15시간에 걸친 뜨거운 사랑에 관하여…” □ 글·김지영(연예전문라이터) □ 사진·김용해 기자 |
‘에로스타 정세희’.
정세희를 만났을 때 그녀가 내민 명함에는 ‘영화배우’라는 말 대신 이런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 “사람들은 제가 책을 낸다고 하니까 서갑숙씨 따라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더라고요. 하지만 아니에요. 아주 오래 전부터 생각해온 일이었는데 서갑숙씨의 책이 나오고 나서야 제가 책을 낸다는 것에 관심 갖는 분들이 늘어난 것이죠.” 그는 분명 자신의 직업을 누구보다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었다. 처음 에로배우를 시작할 당시에도 당당했다고 한다. 아동복 모델을 시작으로 중·고등학교 시절에 크고 작은 패션쇼 무대에 섰던 그는 부산 경상대 방송연예과에 다닐 때까지만 해도 전도유망한 연기자 지망생이었다. 대학 2학년 때는 SBS 공채 탤런트 시험을 보기도 했다. “그때 탤런트 김지수, 김원희씨랑 같은 조에서 함께 시험을 치렀어요. 그 분들이 기억할지 모르지만요. 김지수씨는 당시 SBS에 합격하고, 김원희씨도 MBC 공채시험을 다시 치러 합격했지요. 얼마 전 김원희씨가 진행하는 인천방송 프로에 나갔을 때 만감이 교차하더라고요.” 정세희는 탤런트시험 낙방 후 한때 좌절했으나 교수 추천으로 진해군항제 벚꽃 미인대회에 나갔다가 ‘진’이 되었고, 창원 KBS 방송에서 왕종근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의 리포터로도 활동했다. 그러다 서울에서 영화를 찍어보지 않겠냐는 학교 선배의 권유로 무작정 상경해 방을 얻고 에로배우로 첫발을 내딛었다. 이것이 인연이 되어 그는 지금껏 4백여 편의 에로비디오 영화에 출연했다.
가슴 작은 에로배우의 고민 2남 1녀 중 막내로 귀엽게만 자란 딸이 에로배우가 됐다고 고백했을 때 부모는 펄쩍 뛰었다. 육군 중령 출신의 아버지는 물론, 인자하고 자상한 어머니까지도 이번만큼은 납득할 수 없다는 듯 화를 내셨다. 그러나 그는 “결코 부모님을 실망시키지 않겠다. 제발 나를 믿어달라”며 간곡히 호소했다. “지금 부모님들은 최고의 후원자이자 팬이 되어주고 계세요. 아버지는 제가 출연한 영화를 보면서 제 가슴이 작은 것은 어머니 탓이라고 가끔 장난을 치신대요. 그러면서 우리 세희도 수술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씀하신대요.” 에로배우지만 유독 가슴이 작아, 이로 인한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충무로에서 ‘욕쟁이 감독’으로 소문난 J감독과 함께 작업할 때의 일이다. 그 감독은 배우들이 조금만 연기가 서툴러도 사정없이 욕을 해대어 웬만한 끈기가 아니면 버티기 힘든 감독으로 소문이 나 있었다. 에로영화시장이 그렇게 넓지 않아 정세희도 욕쟁이 감독과 운명적인 만남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한 시네마타운에서 두 작품을 하기로 계약했는데 한 작품의 감독이 바로 그 욕쟁이 감독이었던 것이다. 그 감독에 대한 소문을 익히 들었던 터라 정세희는 며칠간 고민에 빠졌으나 일단 부딪혀보기로 마음을 굳게 먹었다. 드디어 욕쟁이 감독과 첫 만남을 갖게 되었다. 과연 그 감독은 ‘욕쟁이’라는 닉네임이 무색하지 않게 욕을 입에 달고 다녔다. 첫 만남부터 인상 구길 필요는 없다는 생각에 공손히 인사를 하자 그 감독이 던지는 첫 마디가 가관이었다. 다짜고짜로 “너 가슴은 얼마만큼 크냐?”고 물었던 것이다. “가슴이 작다고 하면 된통 욕을 먹을 것 같았어요. 그렇지 않아도 가슴이 작아 마음 한켠에 콤플렉스가 있었는데 감독에게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 은근히 부아가 났지요. 그래서‘현장에서 내 가슴 보고 기절하시지나 말라’고 받아쳤죠. 그 감독은 만족한 듯한 표정으로 ‘에로 배우는 무엇보다 가슴으로 죽여야 하는 거’라고 하더군요.” 드디어 촬영 날이 되었다. 정세희는 사실이 들통나 욕을 먹지나 않을까 속으로는 조마조마하면서도 당당하게 옷을 벗었다. 물론 상의부터 벗은 것이 아니라 하의부터 벗고 떨리는 손에 힘을 주면서 상의의 단추를 하나씩 풀었다. 그때까지 욕쟁이 감독은 별 다른 낌새를 채지 못했는지 촬영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브래지어를 벗자 욕쟁이 감독의 얼굴이 변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경악하는 표정을 짓더니 나중에는 어이없어 하는 것이었다. ‘아이고 이제 나는 죽었다’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정세희, 너 미팅할 때 가슴 크다며? 현장에서 보자며? 우와, 이거 감쪽같이 속았네. 너 두고 봐. 고소할 거야!” 하며 욕설을 마구 퍼붓는 것이었다. “순간 질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가슴 작다고 고소하는 사람은 감독님이 처음일 거라고 되받았어요. 그러자 스태프들은 무슨 코미디 영화라도 보는 것처럼 박장대소를 하고 말았죠. 그 감독도 어이가 없는지 그저 허허 웃더군요. 그 욕쟁이 감독님을 다시 만나면 가슴 작다고 고소하실 거냐고 다시 한번 물어보고 싶어요.” 정세희는 이후 작은 가슴마저 자신만의 개성으로 삼아 에로비디오계에서 확실한 자기 자리를 만들어갔다. 동료들이 전속으로 한 프로덕션에서 일할 때도 그는 끝내 전속을 택하지 않았다. 그래야 스스로 원하는 작품을 선택하고 출연료가 맞지 않으면 과감히 출연 제의를 거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철저히 자신을 관리하는 것이다. 그 덕분에 정세희는 편당 출연료 6백만~7백만원 정도로 업계 최고의 대우를 받고 있다.
오르가슴을 알게 해준 촬영감독 업계 최고 대우를 해주어야 출연시킬 수 있다고 소문난 정세희. 그런 대우를 받는 데는 그의 연기력이 그만한 값어치를 하기 때문이다. 에로배우의 연기는 많은 부분이 베드신, 러브신에 할애되지만 정세희는 성경험이 풍부한 사람이 그런 연기를 잘하는 것은 결코 아니라고 말한다. 자신의 지난 날을 돌아보면 연기와 실제는 너무나도 다르다는 것이다. “베드신 연기는 그 감정을 과장되게 표현해 영화를 보는 사람들에게 자극을 주어야 할 의무가 있지만 실제 사랑하는 사람과의 섹스는 그렇지 않거든요. 어디까지나 관객을 의식할 필요없는 우리만의 공간에서 마음껏 그 기분을 즐기고 누리는 것이기 때문에 시작부터 다르다고 할 수 있죠.” 그녀에게 처음으로 오르가슴을 맛보게 해준 사람은 그가 에로배우 초년병 시절에 만난 촬영감독 S였다. 충무로에서도 제법 유명한 촬영감독으로 알려져 있었는데, 섹스에 대해서도 실력있는 사람이었다고. 관계를 갖기 전, 온 몸을 마사지해주고 애무해주면서 뼛속까지 사랑을 느낄 수 있게 해주었기 때문에 S와 섹스를 할 때는 언제나 오르가슴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S와 새벽부터 한밤중까지 15시간에 걸쳐 가졌던 뜨거운 정사에 대해 들려주었다. “영화촬영이 끝나고, S와 S의 친구들과 함께한 술자리에서 미아리를 가보자고 졸랐어요. 전부터 S에게 미아리 구경을 해보고 싶다고 했으나 한번도 구경시켜주지 않아 내친 김에 말을 꺼냈죠. 그 세계에 대한 호기심은 아니었어요. 연기공부를 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았죠. 연기자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인생체험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미아리촌에는 붉은 조명 아래 여자들이 흰 드레스를 입고 다소곳이 앉아 있었다. 대강은 어떤 곳인지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막상 눈으로 확인한 그곳은 어딘지 이국적이면서도 묘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쑥스럽긴 했지만 애써 담담한 표정으로 방 하나를 지정하고 그곳으로 들어갔다. 주인으로 보이는 나이 많은 여자가 안내한 2층 방에서 ‘쇼’ 를 구경하게 되었다. S의 친구들은 숨죽여 침을 삼켰지만 S는 새색시처럼 얌전하게 술만 마시고 있었다. 벌거벗은 여자들의 낯뜨거운 쇼를 지켜보다 더 이상 자리에 앉아 있기 힘들 때쯤 밖에 나와서 그 곳에서 일하고 있는 여자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혹시 에로영화를 보는 사람들도 미아리 아가씨들을 보는 심정으로 나를 보고 있는 것이 아닐까.’ 미아리에서 친구들과 헤어진 후 S는 그의 집으로 함께 왔다. S는 한동안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는 S가 그 아가씨들과 섹스를 했을 것이라는 상상에 묘한 질투심이 일었다. “즐거웠어요? 내가 있어서 제대로 놀지도 못했죠? 파트너 아가씨도 꽤 이쁘던데?”라고 물었더니, S는 “세희야, 난 본래 그런 곳에 흥미없어. 억지로 끌려서 몇번 갔지만 그곳 아가씨들이랑 잠을 잔 적은 없어. 오늘도 네가 조르지 않았으면 안 갔을 거야”라며 그녀의 입을 자신의 입술로 막았다. 두 사람에게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필요 없었다. “창밖에는 아침이 밝아오고 있었어요. 우리는 미아리에서 참았던 흥분을 토해내기라도 하듯 격렬하게 키스하기 시작했죠. 그의 혀가 내 입 속으로 들어와 한참동안 머물렀고, 길고 긴 키스를 하는 동안 온몸이 젖어 버렸죠. 부드럽고 달콤한 그의 키스는 내 입술에서 가슴으로 흘러내렸고 나는 두 눈을 지그시 감고 그의 사랑을 음미했어요. 몸이 달아오르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의 옷을 벗겨 주었어요. 감정이 방해받지 않도록 아주 천천히 부드럽게 하나씩…. 그의 애무는 길고도 끈끈했죠. 저절로 신음이 터져 나왔죠. 견딜 수 없는 자극으로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이었어요.” 그렇게 시작된 첫 섹스는 무려 4시간동안 이어졌고 이날 그와 S는 무려 15시간에 걸쳐 6번이나 절정에 이르렀다고 한다. “S와 처음 섹스를 할 때는 그렇게 흥분될 수가 없었어요. 그것이 연기인지 실제인지 계속 혼동이 되었어요. 열중하려고 해도 주위에서 카메라가 돌아가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죠. 나도 모르게 치솟는 그런 혼돈을 잠재워주고 진정한 성을 가르쳐 준 사람이 바로 S였죠.” 정세희는 학창시절부터 모델로 활동했을 만큼 외모가 출중했다. 게다가 성적도 우수한 편이어서 선생님들에게도 귀여움을 받았다. 그는 특히 고등학교 시절 국어 선생님을 잊지 못한다. 그 선생님이 바로 정세희의 첫사랑인 것이다. 사범대학을 갓 나온 총각인데다 탤런트 같은 수려한 외모로 인해 그뿐만 아니라 많은 여학생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었다.
고등학교 시절 선생님과 첫 키스, 정세희는 순정 만화의 한 토막처럼 선생님과의 사랑을 꿈꾸며 로맨틱한 상상의 나래를 펴곤 했다. 라디오에서 애절한 발라드가 흐르면 선생님을 그리며 눈시울을 적신 적도 여러 번이었다. 일부러 아이들을 꼬드겨 선생님한테 떡볶이를 사달라고 조르기도 하고, 선생님이 신설한 독서반에도 들어갔다. 고등학교 2학년때 독서부에서 지리산으로 MT를 갔을 때는 일부러 선생님의 옆자리에서 잘 수 있도록 아이들과 입을 맞추어 놓기도 했다. 수없이 국어 선생님과 키스하는 꿈을 꾸었던 정세희의 첫 키스 상대는, 그러나 다른 선생님이었다. 그 선생님은 아이들이 신랑이라고 놀릴 정도로 정세희에게 드러내놓고 호감을 보였다. 친구들도 정세희가 그 선생님을 몹시 싫어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더욱이 그의 마음이 온통 국어 선생님에게 향해 있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아는 친구들은 묘한 삼각관계에 놓인 세 사람을 꽤나 흥미를 가지고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선생님이 정세희를 조용히 부르더니, “이번 일요일날 시간이 있느냐?”고 물었다. 무슨 일이냐고 묻자 대답 대신 부산대학교 앞에서 만나자고 했다. 특별히 할 일도 없었지만 유부남인 선생님이 수업도 없는 일요일날 학생에게 단둘이 만나자고 하는 것이 왠지 석연치 않았다. 하지만 설마 제자에게 무슨 짓을 하랴 하는 생각에 약속 시간 바로 전까지 고민하다 약속 시간보다 조금 늦게 도착했다. 그는 밥을 사주었고 분위기 있는 바닷가 커피숍에서 커피도 사주었다. 공부하면서 힘든 점에 대해 털어놓자, 그는 고민을 들어주게 된 자신이 무척 자랑스럽고 뿌듯하다고 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맥주 한 잔 하자는 제의를 했다. 술을 못한다고 하자 주스를 마시라며 조명이 희미한 어느 바로 데리고 갔다. 마지못해 바에 들어가서 주스를 마시는데 정세희의 얼굴을 찬찬히 살피던 그는 목이 탔는지 연거푸 맥주를 ‘주욱’ 들이키고는 낮은 음성으로 “세희야! 난 네가 제자 같지 않아. 넌 참 예쁘고 다른 애들보다 남다른 데가 있어. 그래서 너를 남달리 귀여워했던 거야”하면서 손을 잡았다. 온몸에 쭈뼛쭈뼛 소름이 돋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하염없이 추파를 던지던 선생님은 드디어 무슨 결심이라도 한 듯 비장한 표정으로 테이블을 가로질러 그의 옆에 와 앉더니 기습적으로 키스를 퍼부었다. 정세희는 자리를 박차고 나와 비를 맞으며 입술을 몇 번이나 빗물로 닦고는 첫 키스의 추억을 더럽힌 그 선생님을 저주했다. 그 일이 있고 난 후 그 선생님의 행동은 많이 조심스러워졌다. 수업시간에도 그 선생님은 더 이상 그의 곁으로 오지 않았다. 그 선생님을 괴롭히기 위해 참고서에서 어려운 문제만 뽑아서 질문을 해댔고, 답을 못하고 우물쭈물하기라도 하면 “선생님, 그것도 모르세요?”하면서 핀잔을 주었지만 그는 얼굴만 빨개질 뿐 아무런 말대꾸도 하지 못했다. 그의 첫 섹스 역시도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되지 않았다. 그의 처녀성을 빼앗은 남자는 정돈된 듯 자유분방한 모습의 대학선배였다. 그를 처음 본 것은 방송카메라 스터디 모임에서였다. 정세희는 그를 흠모하고 있었는데 그도 그녀가 싫진 않았는지 자상하게 대해주었다. “이 사람이라면 내 순결까지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언젠가 그 선배에게 고이 간직했던 순결을 주리라 생각하고 야한 비디오를 구해 가지고 와서 관찰하고 연습까지 해두었을 정도였어요.” 기회는 아주 우연하게 찾아왔다. 어느 날 모임 멤버들끼리 자연스럽게 술자리가 만들어졌다. 중간에 아이들이 하나 둘씩 빠져나갔지만 그는 선배와 같이 있고 싶어서 끝까지 남아 있었다. 최종적으로 남아 있던 사람은 모두 4명이었다. 자연스럽게 가라오케에서 노래까지 하고 나오자 이미 시간은 새벽이 되었다. 선배 중의 한 사람이 자고 가자고 제안을 했다. 술집을 나와서 여관으로 들어가더니 방을 두 개 잡았다. “내 딴에는 방 하나는 내가 쓰고 다른 방에서 남자선배들이 자나보다 생각했는데 내가 좋아했던 선배를 제외한 다른 선배들은 훌쩍 다른 방으로 가면서 우리 두 사람을 한 방에 몰아넣었어요.”
나는 결코 망가진 인생이 아니다 방을 열어보니 마치 운동장 같았다. 방 한 가운데 신랑신부들이 첫날밤을 보내는 원앙이불이 깔려 있었다. 어색하게 앉아 있던 선배는 샤워를 하고 나오더니 그더러 씻으라며 손짓을 했다. “좋아하는 선배이긴 했지만, 외간남자와 단 둘이 있는 공간에서 옷을 벗고 샤워를 한다는 건 여간 두려운 일이 아니었어요. 제법 어른 티를 내는 선배 앞에서 기죽기 싫어 배짱 좋은 척, 샤워를 하고 나왔어요. 내 가슴은 몹시 떨리고 있었죠. 그가 갑자기 나에게 다가왔어요. 가만히 키스를 해주던 그가 나의 몸에 남아 있던 속옷들을 하나씩 벗기기 시작했어요. 온몸에 잔털이 일어서는 기분이었어요. 엉겁결에 눈을 감아버렸죠. 그는 내 가슴을 애무하더니 격렬하게 입을 맞추었고 한참 후에 내 위로 올라왔어요.” 격렬한 고통을 참을 수가 없어 바락바락 소리를 질렀지만 그 선배는 별로 개의치 않고 또다시 그녀를 공략했다. 그녀가 아파하는 모습을 마치 흥분해서 교태를 부리는 것이라고 생각한 듯했다. 그 선배는 사정이 끝나고 난 후 이불에 그려진 처녀의 흔적을 보고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내가 숫처녀라는 사실에 놀란 것 같았어요. 학교에서 천방지축 잘도 뛰어다니던 걸 보고 처녀가 아닌 줄 알았나봐요. 어쨌거나 그는 자상한 말 한마디도, 따뜻한 위로의 말도 없었죠. 행위가 끝나고 나자 그는 들어올 때와는 정반대의 얼굴이 되어 나를 한번 힐끗 보더니 배고픈 늑대가 배를 채운 후 더 이상 먹이에 관심을 갖지 않듯 나를 팽개치고는 주섬주섬 옷을 걸치고 방을 나가버렸죠. 텅빈 여관 방안에 홀로 버려진 내가 그때처럼 어리석게 느껴진 적은 없었어요.” 그를 사랑했고 그에게라면 모든 것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와 사랑을 나눈 자리에 남아 있었던 것은 허탈감과 자괴감뿐이었던 것이다. 그 뒤 한동안 학교에 갈 수 없었다. 피임을 하지 않고 섹스를 했기 때문에 임신에 대한 걱정도 있었고, 무엇보다 내 몸을 바쳐 사랑한 대가가 너무 큰 상처로 다가왔기 때문에 감정을 추스를 시간이 필요했다. 수년이 흘러서 그를 다시 만난 곳은 동문회에서였다. 그는 공중파 방송의 카메라맨이 되어 있었다. 막상 만나고 보니 덤덤한 심정이었다. 그는 정세희가 에로배우가 되었다는 사실을 누군가에게 들었는지 ‘망가졌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했다. 마치 자신 때문에 망가진 것처럼 생각했는지 자책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는 나에게 그런 평이나 동정을 보낼 자격이 없어요. 책을 낸다고 하니까 한번도 연락이 없던 선배들이 학교 이름을 밝히지 말라고 전화를 걸어왔어요. 하지만 전 당당히 밝힐 겁니다. 지금까지 남부끄럽게 살지 않았다고 자부할 수 있기 때문이죠. 내가 책을 내려는 것도 그런 이유였습니다. 항상 음지에 가려져 있는 에로비디오 영화를 알리고 그 속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애환을 많은 사람들이 알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죠.” (정세희 e메일 erosehee@yahoo.co.kr / 홈페이지: www.erosehee.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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