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벌

여왕벌 6

바라쿠다 2011. 10. 19. 12:51

진희가 결혼한지 2년이 지났다.     결혼후 처음에는 마냥 행복할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의 결혼이 잘못됐음을 알았다.      철호가 최회장의 친자식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금의 시어머니인 정여사가 데리고 들어온 자식이라는 것이다.    그 사실을 알고는 철호와 대판 싸우고 이혼까지 하려

했었다.

이미 뱃속에서 아이가 자라고 있었고, 경제적인 풍요로움을 맛 본 진희가 이혼을 결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결국 차일피일 하다가 점점 배가 불러오고, 예쁜 딸 아이를 출산했다.    

그녀가 꿈꿨던 보라빛 인생과는 점점 거리가 멀어지고 있었다.     엊저녁에도 철호는 말도 없이 외박을 했다.

얼마전에는 딸 소연이의 돐잔치를 했다.     철호는 회사에서도 인정을 받지 못하는지, 가족끼리 간단하게 치룬 돐잔치

에서도 시아버지인 최회장의 못 마땅한 표정을 읽었다.

이제는 뭔가가 바뀌어야 한다.    이런식으로 내 인생이 흘러가도록 내버려 둘수는 없다.   성식이의 얼굴이 떠 오른다.

 

어느덧 내 나이도 서른이다.       진희를 보내고 견딜수 없었던 성식이다.

오랜시간을 힘들게 보냈다.      잊고 싶어서 무진 노력을 했다.      가슴이 찢어지는 세월이 어찌 흘러갔는지 이제와

생각해도 대견할 뿐이다.      

그만큼 하루가 일년이라고 느껴질 만큼 잊고자 하는 인고의 시간이 흘러갔다.

주어진 일에 심취하기 시작했다.      회사에 사표를 내고는 선배와 함께 세계를 무대로 하는 무역시장에 뛰어들었다.

세계 곳곳을 누비고 다녔다.      시작은 브라질이었다.       소규모 도매상들을 상대로 운동화와 의류를 수출했고,

구 소련 연방이나 동남아, 심지어 아프리카에 중고차를 팔기도 했다.

중간중간 진희의 친구 영애에게서 연락이 왔다.     영애 역시 안타까운 세월을 보내야 했다.     

오래전부터 맘속에 품어왔던 사람을 쉽게 취할수 있을줄 알았다.     허나, 당사자는 일에 파묻혀 살았다.    

여자된 입장에서 셀수도 없을 만큼 눈치의 시간을 보냈다.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직접적으로 좋아한다고 말할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2년이 흐른것이다.

 

" 오빠 ~ 나, 진희.. 잠깐 볼수 있을까. "       

2년전 그날 그대로다.   토씨하나 틀리지 않는다.     2년만에 듣는 진희의 목소리다.    

성식이의 가슴에 작은 파문이 일어난다.    이럴수도 있는지 본인 역시 이해되지 않는다.

어느 정도는 잊은줄 알았다.     아니, 어느 정도는 퇴색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진희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그동안 뼈를 깍는 아픔으로 견뎌온 2년의 세월이, 터무니 없는 시간이였음을 인정할수

밖에 없었다.

" 영애한테서 가끔 소식들었어, 오빠 하는일이 잘 된다고.. "

논현동 쪽 조용한 카페에서 마주 앉았다.     얼굴살이 조금은 빠진듯 보였으나, 예전보다 많이 성숙해 보인다.

스스로 생각해도 이해할수 없는일이다.     눈앞에 앉아있는 이 여자때문에 오랜 세월 그토록 가슴아프게 살았는지..

진희를 무시하려고도 했다.     진희의 말마따나 돈에 팔려간 싸구려 여자라고, 애써 퇴색시키고자 했다.

하지만 그것은 이성일 뿐이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여전히 성식에게의 진희는 결코 지울수 없는 우상 그 자체다.

" 나도 영애에게 얘기를 들었지, 너 닮은 이쁜 딸을 낳았다고 하더라. "

앞에 놓인 위스키 잔을 들어 마신 진희의 얼굴에 문득 결연한 결심의 흔적이 스친다.

" 오빠 딸이야.. 소연이.. "

그말을 듣는 순간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무엇으로 머리를 얻어 맞은것처럼 한참을 멍하게 진희를 바라 보았다.

" 우리 애기라고..  오빠의 피를 이어받은 우리 딸이야. "     

다시 한번 되새기듯 또렷하게 내뱉는 진희다.

" 그러니까..   내 아이란 말이지..   그 아이가 내 딸이라는..   그럼, 그때.. 너 결혼하기 며칠전에.."    

실감이 나질 않아 말까지 더듬게 된다.    오히려 실감이 나는게 더 이상할 지경이다.     

" 맞아..   오빠랑 마지막으로 밤을 지새운 그 날, 처음엔 나도 몰랐어..    나중에 임신이 된줄 알았을 때도 그 아이가

오빠의 핏줄일줄은..   하지만 오빠의 애기였음 좋겠다는 생각은 했지.."

" 어떻게 그런일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아이가 자라고 있었다는게.. "

" 오히려 잘된 일인줄도 몰라..   오빠같은 사람을 버리고 한 결혼이 이런식으로 틀어질줄은 몰랐으니까..   그렇다고

오빠한테 소연이를 책임지라는 소리는 아냐.   그냥 오빠와 나 사이에 결실이 있다는걸 알려주고 싶었어."

진심으로 그녀가 행복하길 바랬던 성식이다.      비록 자신을 팽개치고 떠나간 그녀였지만,  자신에게 아픔을 주고

떠나간 만큼 행복하게 잘 살기만을 바랬던 것이다.      이런식으로 그녀에게 아픈일이 생겨서는 안되는 것이다.

많은 날들을 힘들게 참고 버티어 낸 그 시간들은,  그녀가 행복하게 살아가길 바랬던 때문에 가능할수 있었다.

" 모든걸 정리하고 소연이를 데리고 나한테 와라..   이제부터라도 다시 시작하면 되겠지. "

그녀를 이대로 내버려 둘수는 없는일이다.     그녀의 슬픔을 바라다 본다는 것은, 성식이에게는 더 큰 고통으로 다가올

것이기 때문이다.

" 싫어,오빠..  다시는 결혼이라는 굴레를 쓰고 싶지는 않아..  오빠는 영애하고 갈길을 갔으면 좋겠어.   다른 욕심은

없어.   이렇게 가끔 보고 싶을때 볼수있는 것만으로 충분해.   오늘밤만 같이 있어줘.."

 

같은 시간, 철호는 자주가는 카페에 앉아 여자와 술을 마시고 있었다.

이틀만에 집에 들어 갔지만 진희는 나가고 없었다.    살림을 도와주는 아줌마한테 행선지를 밝히지도 않았단다.

요즘에 와서는 맘을 붙일 곳이 없는 철호다.     그럴때마다 들리는 단골집이다.

" 아이 ~ 오빠. 말 좀 하면서 마셔라..  오늘은 유난히 말이 없네..  호호.. 언니랑 부부 싸움이라도 했나?"

" 부부싸움이라.후후..  내가 무슨 힘이 있나, 도도하신 마님한테 감히 덤빌수도 없는 못난이 주제에.. "

처음에는 행복한 신혼이었다.    비록 진희의 허영심을 충족시키고 한 결혼이었으나 맘에 드는 여자를 쟁취했다는

승리감이 일었고, 그런만큼 여느 부부처럼 재미있고 행복하게 살아갈 줄 알았다.

하지만 자신이 아버지의 친자식이 아니란걸 알게 된, 진희의 태도가 싸늘하게 변한 시점부터 먹구름이 드리워 졌다.

다행히 딸 아이를 임신했던 터라 최후의 선택만은 피할수가 있었다.     돈의 위력이 아닌 자신의 능력을 진희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아버지의 자금을 관리하던 사무실에 출근하던 철호는 엄청난 실수를 범 하고야 말았다.

아버지의 친아들인 태호형이 하던 방식대로 회사돈을 주식에 투자했다가 엄청난 손실을 입히고 만 것이다.

태호처럼 안전하게 분산투자를 했어야 했는데, 그만 자신의 과욕이 화근을 불러 일으키게 됐다.

친구의 말만 믿고서 신생 컴퓨터 프로그램 회사에 투자를 했다가 무려 50억이라는 피해를 끼쳤다.

그 일로 인해 아버지의 호된 질책을 받아 사무실에 출근도 할수 없게 되었고, 어머니에게서도 도움을 받을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진희가 그 사실을 알게 되고는, 자신을 더욱 무능한 인간을 보듯 대 놓고 무시하는 눈빛을 보내곤 했다.

" 그렇게나 언니가 무서워?  호호.. 나도 겁난다.    여기까지 쫒아와서 내 머리채를 뜯어 버리면 어쩌누.. "

" 쓸데없는 소리는 그만하고 그만 가게문이나 닫고 니 집으로 가자.   피곤한데 잠이나 자야겠다. "

" 어제도 안 들어갔으면서 또 외박하면 진짜로 쫒겨나는거 아닐까 몰라.. "

" 쫒겨나면 니가 밥 먹여줄거라며..   설마하니 우리 이쁜이가 모른척 하지는 않겠지. "

 

대충 주방을 정리하고 가게문을 잠근 다음 철호와 함께 집으로 향하는 수정이다.      

일년전부터 가게에 드나들던 철호였다.      같이왔던 일행중의 한사람이 선릉쪽에 위치한 선영빌딩의 건물주 아들이라고

귀뜸을 해 주었다.

간혹 들려서 꽤 많은 매상을 올려주며 매너도 그만하면 좋은편이었다.     

몇달이 지난 어느날,  잔뜩 술이 취해서 가게에 나타난 그가 자신의 몸을 요구했을때 주저없이 그를 집으로 이끌었고,  

최선을 다해 뒷수발을 들듯 첫날밤을 지냈다.    

그와 이런저런 얘기끝에 그가 자신보다 두살이나 어린걸 알았지만 아직까지 오빠라고 부른다.

요근래 들어 자주 들리더니 그 전과는 달리 외상술을 먹기 시작했다.       몇차례 먹은 술값이 벌써 5백만원이다.

하지만 그까짓 외상값은 걱정되지도 않는 수정이다.      어느틈엔가 자신보다 어린 철호에게 은근히 맘이 가는중이다.

" 피곤하다면서 술을 또 마시냐.. "

샤워를 하고 나와보니 철호가 거실 탁자에 꼬냑을 가져다 마시고 있다.      얼음통과 치즈까지 가져다 놓은걸 보면

자기집처럼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자연스럽기까지 하다.

" 이리 와서 한잔하자구..  오늘은 좀 마시고 싶어. "     

샤워를 하고 달랑 수건 한장만 몸에 걸친채로 철호에게 다가가 앉는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수정이의 몸매는 늘씬하다.      카페에서 짧은 치마를 입고 있을때 역시 벗기고 싶을 정도로 매력이

있지만, 벗은 몸을 보고 있자니 당연히 안고 싶을만큼 매혹이 넘친다.

진희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성관계를 할때도 뚜렷한 차이점이 있다.    

진희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긴장의 끈을 놓쳐서는 안 될만큼 빨아 들일듯한 강한 흡인력에 대응코자 조심을 해야

하지만, 수정이는 자신이 이끌어 가는대로 따라와 주고 내 컨디션에 따라 올가즘을 느끼는 강도마저 달리하는 편안함이

있다.

더군다나 술을 파는게 직업이라서 그런지 말이나 행동이 착착 감긴다.

" 수정아 ~ 수건 한장이야 걸치나 마나인데 아예 벗고 있지 그러냐, 눈요기라도 하게.. "

" 내 몸을 안주삼아 마시겠다.호호.. 기발한 생각이네.."      

수건을 풀러 옆으로 던지고는 자신의 무릎위로 앉는다.      내 술잔을 집어들고는 꼬냑을 입에 머금어서 입 속으로

흘려 준다. 

  

치즈를 찢어 입 속에 넣어 주고는 손가락은 입안에 둔 채 쳐다 본다.     

미소를 머금고 있던 철호가 수정이의 손가락을 소리내어 빤다.

한모금의 꼬냑을 다시금 철호의 입으로 흘려준 수정이가 이번엔 치즈 한조각을 자신의 젖꼭지에 붙이고는 철호를

향해 가슴을 내밀고 장난스레 웃음을 흘린다.      고개를 숙여 간 철호가 젖가슴에 머리를 묻는다.

한동안 철호의 머리를 내려다 보던 수정이가 꼬냑을 병채 들고 일어 서더니, 쇼파에 다리를 포개 꼬고 앉아서는

스스로 자신의 계곡에 술을 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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