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여자

세여자 36

바라쿠다 2017. 10. 21. 12:24
"이쁘게 생긴 처자 이름이.."
"인희, 그쪽은.."
"대봉이.. 차대봉."
해장에 가까운 몇잔이지만 속이 편안해지며 술이 받는다.
"직업이 뭐야.."
"없어, 걍 이렇게 지내."
"재주좋네, 굶어죽지 않은걸 보니.."
"얻어먹는 재주는 있는 편이야.."
"뺏어 먹는건 아니구.."
"강도나 남의 껄 약탈한다네.."
처음엔 남의 술이나 얻어먹는 그저 그렇고 그런 놈이려니 했다.
얻어먹는 술이지만 비굴해 보이지도 않고 오히려 당당하다.
"그게 그거지 뭐.."
"술값대신 내 약점이나 들추고 싶은거네, 미안하지만 약점없어."
"큰소리는.. 싸구려 술이나 얻어 마시면서.."
"아니라고 했을텐데.. 남의 말을 믿지 못하는 안좋은 버릇까지 있네, 나 돈 많어.."
"ㅋ~ 얼마나 있는데.."
"그쪽 재산의 50배 이상.."
".........."
"못 믿는건 타고 났어, 그 천성은.."
"내 재산이 얼만줄 안다는 투네.."
"다 보여, 기껏해야 이삼억 정도.. 늘지도 줄지도 않잖어."
대화가 이어질수록 특이하게 보이는 놈이  제법이다.
머리속에서 유추를 하는것도 아닐진대 첨 본 나를 제법 파악하고 있다.
어차피 남는 사간이니 눈앞에 있는 연구대상의 면모가 보고 싶다.
"그쪽 재산이 백억이 넘는다는 얘긴데 그걸 어찌 믿누.."
"믿지 마, 어차피 자네 돈은 아닌데.."
"공갈이구나.."
"물고 늘어지는 고약한 성품까지.. 그러니까 웬만한 남자는 질려서 도망가지.."
'그것도 보여?  점쟁이야?"
"난 그런거 안믿어, 그냥 보여.."
"내가 이뻐?"
"이쁘지.."
"말이 안돼, 왜 도망가는데.."
"인희가 내쫒는거야.. 맘대로 틀어 쥐잖어, 옴싹달싹못하게.."
어디서 많이 들어 본 말투라 싶었는데, 얼마전 선미의 어린 애인과 화법이 닮았다.
만나는 남자는 두가지 뿐이다.
자신의 미모를 칭송하는 쪽과 스치는 바람처럼 무신경에 가까운 부류들이다.
"주도권이 있는게 뭐가 나빠, 뺏기는 것보다야 훨 낫지.."
"각박하게 사니 여유의 행복을 모르지.."
"궤변은.."
"한가지 묻자구.. 지금의 삶이 만족스러워?"
"..내가 잘못 산다는 얘기야?"
"말귀는 빠른 편이네.. 열심히 노력하면 졸업은 하겠다.후후.."
"어디를 졸업해야 하는데.."
"인생학교, 죽기전에 깨우치고 가야지.."
차대봉과 우문현답 비스무리하게 노닥이는게지만 그의 말이 얼토당토한 얘기는 
아니다.
사는 인생이 시들해질때 가끔 자문자답하기도 했다.
어쩌면 그가 가려운 곳을 콕 찦어 대신 긁어주는 격이다.
"졸업장은 누가 줘.."
"그대 자신이 주는걸세, 성적표와 함께.."
"그 교묘한 화술은 어디서 배웠누.."
"수없이 넘어져 부닥치고 깨지다 보면 조금이나마 깨우치게 되지.."
"월사금은 얼마야.."
"안비싸, 싸구려 술과 안주면 돼."
"그것 봐, 공짜로 얻어 먹겠다는 심뽀자너.."
"대학가도 못배우네, 이 여자야.."
"가르치는 선생이 대학은 나왔나 몰라.."
"버릇없는 학생이 선생 탓을 하는게야.."

"혼자세요?"
"네, 도우미나 불러줘요."
"3호실로 가세요."
아무리 생각해도 해답을 찾을수 없어 노래방까지 온 유성이다.
실로 오랜만에 이상형을 만났는데 그 여자는 노래방 도우미 생활이 당연하다는 듯 얘기한다. 
그런 그녀에게 일편단심 맘을 줄수는 없다.
어차피 맺혀 질 인연이 아니라면 툭툭 손을 털어야 하건만 자꾸 생각이 난다.
"안녕~"
".........."
"왜 혼자래.. 많이 기다렸어?"
"그랬지, 많이 기다렸어."
혹시나 해서 숙자가 다닌다는 노래방까지 왔건만 그녀틀 지목하지는 않았다.
뚜렷한 목적도 없이 취한 김에 저절로 이곳으로 발걸음이 향했다.
기껏해야 30중반으로 보이는 도우미가 들어 왔다.
의례 그렇겠지만 처음 본 손님에게 친근감이라도 표하듯 반말로 아는 척을 한다.
"노래라도 하지 그랬어.."
"이름이 뭐야?"
"보람이.."
"보람이가 불러, 난 음치야.."
"무슨 노래 부를까.."
"애인있어요 알아?"
"오빠 차였구나, 그 노래 아는걸 보니.."
자리에서 일어나 음향기기를 만지니 '애인있어요'의 전주가 흐른다.
~아직도 넌 혼잔거니 물어오네요 난 그저 웃어요~
제법 원곡을 부른 가수처럼 쉰듯한 허스키 보이스로 감정을 탄다.
언젠가 숙자도 이 노래를 잘 부른다고 들었다.
자정이 가까운 시간인데 숙자 역시 낯선 손님과 있을지도 모른다.
아무리 생활이 어렵기로 모르는 남지앞에서 저런식으로 노래를 부르고 이차까지 간다는 
당위성을 떳떳하게 밝히는 저의가 이해되지 않는다.
모름지기 여자라면 가정에 안주하는 것이 순리라 믿고 살았다.
아무리 이혼한 와이프처럼 바람을 피는 여자가 많아 진 세상이라지만, 이렇게 사는건 아니다라는 
생각이다.
무엇을 위해서 남자들이 각박한 사회생활을 버티며 살아 가겠는가.
집에 있는 식구들 때문에 부당한 대우까지 감수하며 직장다니는 남편들은 누구에게서 안식을 
취하겠는가.
복잡하게 변해버린 세상이지만 이렇게 사는건 아니지 싶다.
"오빠야~ 박수라도 쳐라.."
"잘한다 노래.."
"듣지도 않았으면서.."
"아냐 들었어.."
"피~"
"우리 이차갈래?"
"얼마 줄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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