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여자

세여자 34

바라쿠다 2017. 10. 9. 18:35
"어디 가.."
"카페."
"카페?"
"걱정 마,거기 다 있어."
배낭을 맨 진수의 뒤를 따르는 선미다.
이 곳 현지 주민들과도 막힘없이 대화하는걸 지켜봤다.
초행지인 오스트리아에서 믿는건 어린 애인뿐이다.
서울에 있는 그런 카페가 아니다.
예전 고 이주일씨가 선전하던 극장식 식당과 흡사하다.
이백여평이 넘는 공간 끝에 피아노가 놓여있는 무대가 있고, 둥그런 원형 테이블에 삼삼오오 
모여앉은 이들이 담소를 나누며 음식을 먹는다.
"누나 뭐 먹어.."
"뭐가 뭔지 알아야 시키지.."
펼쳐진 메뉴판에 음식 사진은 없고 알수없는 외국어 뿐이다.
"맥주랑 같이 시킬께."
"쐬주는 없겠지?"
"주당 아니랄까 봐.."
"또 기어 오른다~"
솔직이 입맛당기는 음식이 없어 별로다.
제 딴에는 고심해서 주문했겠지만 햄버거를 분해한듯 한 요리와 바게뜨 빵이 전부다.
겨우 하루일 뿐인데 벌써 서울이 그립다.
"맛 없어?"
"웅.."
"소주없어서.."
"웅.."
"호텔가서 찿아볼께."
"곱창두.."
"이런~"
애인과의 달콤한 신혼여행인데 속은 허전하다.
나이 어린 진수앞에서 혀 짧은 응석쟁이로 변신한다.
 
"적당히 마셔,임마."
"그게 잘 안된다,희철아.."
딴에는 숙자씨한테 마음을 준 모양인데 보기가 애처롭다.
독한 소주를 벌써 세병이나 비윘는데 또 술을 찾는다.
웬만하면 돌려 보내고 싶지만 유성이가 겪어내는 고통이 짐작되기에 지켜만 볼 뿐이다.
"숙자씨도 별나다, 그런 얘기까지 하구.."
"그런 여자야,숙자씨는.."
보통의 상식으로는 좋다고 쫒아다니는 남자에게 그런 식으로 허물을 보여주지 않는다.
어떻게든 자신의 약점은 숨기려 드는게 일반적인 개념이다.
그렇게 보면 숙자라는 여자는 최소한의 양심은 지니고 산다.
그래서 매몰차게 숙자를 내치지 못하고 저렇게 괴로워 하는 것이리라.
"답이 없는거네.."
"얼마나 다행이냐, 술이라도 있으니.후후.."
"웃음이 나오냐.."
"그러네.. 웃음밖에 안 나오네.허허.."
유성이를 지켜봐야 하는 내가 더 먹먹하다.
뉘라서 뒤늦은 나이에 가슴앓이를 하는 유성이의 심정을 헤아릴까 말이다.

"약 올라?"
"응.."
서박사와 거나하게 마시고 호텔에 들었다.
얘기중에 선미년이 보낸 오스트리아 사진까지 보여줬다.
"보내 줘?"
"혼자 무슨 재미로 가냐?"
"이,삼일은 괜차너.."
"됐어, 일이나 해."
제 딴에는 세미나 핑계로 며칠 바람쐬러 나가는게지만, 늙다리 스폰과 무슨 재미가 있겠는가.
어린 애인과 목하 열애중인 선미년이 부러운 이유다.
"서박~"
"응.."
"담배 줘, 불 붙여서.."
남자란 동물을 믿을수 없어 홀로서기를 한게 15년이 넘었다.
누구에게도 구속받을 성격이 못되는지라 내키는대로 살았다.
생활이 쪼들리지도 않았고, 손짓만 해도 수컷들은 줄을 섰다.
하등 동물인 그들과 애틋한 감정을 섞는것 자체를 우습게 여겼다.
하지만 오늘처럼 가끔이나마 허전할때가 있다.
그런때는 선미년과 어울려 술이라도 마시며 그 순간을 비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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