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생(殘生)

잔생 55

바라쿠다 2016. 12. 31. 06:23

" 뭐가 이리 많어, 팔 아프겠다. "

" 어쩌누, 재롱둥이가 밥 차려달라는데.. "

" 잉~ 재롱둥이.. "

" 그래 이 둥이야~ "

오랜만에 온 희정이로 인해 집안 가득 훈기가 돈다.

냉장고를 열고 여러가지를 집어 넣는 모습조차 사랑스럽다.

한 여자와 인생을 저당잡혀 사는게 비생산적 삶이라 여겼다.

모르고 살았던 그런 모습조차 친근하게 마음에 와 담긴다.

" 잠깐 기다려, 옷부터 갈아입고.. "

제 집이나 다름없지만 옷장을 열어 갈무리하는게 이뻐 보인다.

" 칵~ 밖에서 기다려.. "

" 헐 ~ 언제는 안 봤나.. "

팬티와 브라만 걸치고 옷을 입으려던 그녀가 면박을 준다.

별것 아닌 그런 동작까지 흐뭇하게 지켜보게 된다.

이렇듯 정에 빠진 기억이 없건만, 아무래도 전생의 연일까 싶다.

움직이는 뒷모습만 봐도 기분이 좋아진다.

" 어여 와. "

" 보지 말라며.. "

" 근데 이 인간이.. 자꾸 시비걸거야~ "

" 시비싫어, 술이 좋아 킥~ "

" 허이구~ 그래 술이나 마시자, 밥은 찌개 다 끓으면 먹고.. "

" 네, 마님~ "

그녀가 가져 온 반찬들로 식탁이 풍성하다.

서로의 잔에 술을 따라 한잔씩 비워 낸다.

" 조금씩만 마셔, 그러다 몸 상해. "

" 응, 거기 언제까지 다닐거야.. "

" 음 ~ 보름쯤 남았으니까 다음주까지.. "

" 그냥 쉬어도 되겠구만.. "

" 안돼, 틀 깨져. "

곧 죽어도 돈 때문이라는 소리는 죽어도 않는 여편네다.

그런 그녀의 마음가짐을 더 이뻐하는 게지만..

애들을 키우며 힘겨움을 이기고자 궂은 일마저 견디는 그녀가 온전한 즐거움에 파 묻히길 바래 본다.

 

섹스는 시각이 우선이다.

샤워를 하고 온 그녀의 살결이 곱기에 저절로 손이 간다.

겉에 걸친 옷를 하나씩 벗기우며 소담한 젖가슴과 매끈한 라인이 눈을 어지럽힌다.

섹스는 후각에 따라 정신을 혼미하게 한다.

물에 적셔진 머리내음이 마음을 들뜨게 하고 희정이의 몸에서 나는 비누 냄새가 욕구를 건드린다.

목이며 가슴에 그리고 아랫배 부근을 헤매며 입을 맞추는 순간에도 그녀만의 향기는 코로 스민다.

섹스는 맛이다.

혀 끝에 감지되는 곳곳의 맛이 제각각이기에 자꾸 허기가 진다.

가랑이 사이에서 배어 나오는 달디 단 그녀의 꿀은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가 않는다.

나를 껴 안은 팔이나, 허리를 비틀고 자유스럽게 허공을 휘젓는 늘씬한 다리의 움직임이 뇌에서 중추신경까지 전달되어

음심마저 이끌어 내고야 만다.

" 하아~ 둥이야.. "

희정이의 달 뜬 교성이 나를 칭찬하는 듯 귀를 자극하기에 열심히 충성을 바치게 된다. 

숲속의 옹달샘은 퍼도 퍼도 마르지 않는 생명의 신비이기에 허벅지를 두 손으로 감아 안고 그녀의 비상을 기다린다.

" 허엉~ 그만.. "

가끔은 그녀의 투정을 무시해야만이 붉게 상기된 열꽃까지 보는 행운이 따른다.

신비가 시작된 그 끝에 달린 진주마저 혀로 씻기우면 그제서야 덜덜 다리를 떨어 댄다.

" 미쳐.. 여보야~ "

엉덩이가 하늘로 솟고 제 자리를 찾지 못하는 허리의 뒤틀림이 애처로워 보인다.

미치겠다는 그녀의 손아귀에 내 머리카락이 한웅큼 잡혀 기어코 뽑아 내겠다는듯 힘주어 당긴다.

" 허~엉~ 얼른.. "

태생이 거역을 모르는 놈인지라 위로 올라야 하고, 그녀의 뜻에 따라 그 속에 밀어 넣는다.

마치 고향처럼 편안하고 따뜻한 기운이 녀석을 반기기에 물 만난 미꾸라지처럼 신나는 유영을 한다.

" 여보야~ 나~ 어떠케.. "

도도하던 눈이 초점없이 풀어지고 괴로운듯 도리질까지 해 대는 그녀는 욕망의 화신이다.

 

젖은 수건을 가져 왔지만 그녀는 널브러 져 숨을 고르고 있다.

뜨거운 욕망의 동굴부터 차근차근 식히고, 부들부들 경련을 일으키던 다리마저 차분하게 달랜다.

" 보약 먹었어? "

" 갑자기 보약은.. "

" 그 놈 힘이 좋길래.. "

귀신같은 희정이다.   그녀가 도착하기 전 비아그라를 삼킨것까지 궤뚫어 본다. 

" 워낙 이쁘니까 그 놈이 흥분했나 봐. "

" 립써비스는.. "

" 아냐, 난 거짓부렁 못하잖어. "

" 갈께, 술 조금만 마셔. "

침대에서 일어 난 희정이가 욕실로 향한다.

요염하게 뒤뚱이는 엉덩이를 보자니 또 다시 욕심이 난다.

" 벌써?

" 애들밖에 없어. "

" 데려다 줄께. "

이제는 편안하게 데려다 줘도 내치지 않을 것이다.

그나저나 이 밤을 혼자 지낼 생각에 급 우울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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