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생(殘生)

잔생 48

바라쿠다 2016. 12. 30. 01:25

" 이 노옴~ "

" 헉~ 신령님.. "

여유롭게 시골길을 걸으며 오후의 햇빛을 만끽하고 있는데 신령님이 허공에서 내려 오신다.

" 고얀 놈. "

" 소생이 무슨 잘못이라도.. "

" 계집만 밝히는 못된 놈. "

" ..그게.. "

느닷없는 신령님의 호통에 오금이 저린다.

진작 찾아뵐 걸, 게으른 자신이 후회가 된다.

"배고파, 이 놈아. "

" 네? "

" 밥 달라구~ "

" 밥이라 하심은.. "

" 오곡밥. "

" ..네. "

허허들판에서 어찌 밥을 구해야 하는지 막막하다.

 

지난 밤은 정애와 술을 마셨고, 이어지는 아침까지는 순희와 내내 있었다.

피곤했는지 늦은 오후이다.

잠에서 깨어 난 국진이는 생생히 기억되는 꿈이 예사롭지 않다.

달력을 보니 추석이 가깝다.

여자들과 쏘다니며 지낸지라 신령님이 화가 나신듯 하다.

~ 고양이 ~

~ 냐옹 ~

만만한게 연숙이지 싶어 메시지를 날린다.

~ 뭐 하는고 ~ "

~ 걍 집에서.. ~

~ 낼 바람쐬러 가세 ~

~ 넹 ~

~ 오곡밥 할줄 알겠지 ~

~ ??? ~

~ 못하면 슈퍼에서 사다 놔 ~

끼가 다분한 년인지라 오랜시간 방치하면 날라가 버린다.

요 근래 밑천을 책임지니 관리를 해야 한다.

그나저나 젯상 음식이나마 차리기 위해 쇼핑이라도 가야지 싶다.

 

~ 도사님 ~

~ 왜 ~

차를 몰고 이마트로 가는중인데 순희에게서 메시지가 뜬다.

~ 저기.. ~

~ 또 그런다 ~

할 얘기는 다 하면서도 의외로 수줍음이 많은 여자다.

뜸 들이는 걸 보니 부탁이 있지 싶다.

~ 목걸이 갖고 싶어요 ~

~ 목걸이? ~

~ 기념으로 ~

~ ㅇㅋ ~

인연 된 기념으로 선물을 받고 싶은 모양이다.

어제 얘기했듯이 애인이 되고 싶다며 부끄러워 했다.

지친 생활에 위로가 된다면 품어줘야 할 것이다.

 

" 이쁘다, 엄마 닮아서.. "

" 감사합니다. "

" 조심해, 잘못하다가 수염 뽑혀. "

인아 딸을 회사에서 근무케 하고자 면접 대신 만나기로 했다.

제 엄마를 닮아 이쁘기도 하지만 쳐다보는 눈빛이 당당하다.

높은 힐을 신어서인지 인아보다 한뼘은 더 크다.

" 엄마는 나만 미워해.. "

" 이쁜짓을 해야 이쁘지, 이 년아. "

" 자~ 그만들 하고..  컴은 다루지. "

" 조끔.. "

" 어렵진 않아, 며칠이면 파악할테구.. "

" 네, 사장님. "

5년간이나 있던 직원이 시집을 갔기에 충원이 절실하다.

동업자가 두명이나 있기에 그들간의 보이지 않는 힘겨루기도 있다.

눈치채지 못하게 회사의 분위기를 내게 알려줘야 한다.

" 지연이는 뭐 좋아하니.. "

" 소주.. "

" 근데 이 년이.. "

"면접은 내가 보는거야, 왜 나서.. "

" 거 봐. "

" 어휴~ 속 터져. "

" 그래, 입사하면 가끔 사 주마. "

" 네~호호.. "

은행의 입출금보다 더 중요한게 동업자간의 조율이다.

눈치 빠르게 그런것까지 소화해 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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