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노옴~ "
" 헉~ 신령님.. "
여유롭게 시골길을 걸으며 오후의 햇빛을 만끽하고 있는데 신령님이 허공에서 내려 오신다.
" 고얀 놈. "
" 소생이 무슨 잘못이라도.. "
" 계집만 밝히는 못된 놈. "
" ..그게.. "
느닷없는 신령님의 호통에 오금이 저린다.
진작 찾아뵐 걸, 게으른 자신이 후회가 된다.
"배고파, 이 놈아. "
" 네? "
" 밥 달라구~ "
" 밥이라 하심은.. "
" 오곡밥. "
" ..네. "
허허들판에서 어찌 밥을 구해야 하는지 막막하다.
지난 밤은 정애와 술을 마셨고, 이어지는 아침까지는 순희와 내내 있었다.
피곤했는지 늦은 오후이다.
잠에서 깨어 난 국진이는 생생히 기억되는 꿈이 예사롭지 않다.
달력을 보니 추석이 가깝다.
여자들과 쏘다니며 지낸지라 신령님이 화가 나신듯 하다.
~ 고양이 ~
~ 냐옹 ~
만만한게 연숙이지 싶어 메시지를 날린다.
~ 뭐 하는고 ~ "
~ 걍 집에서.. ~
~ 낼 바람쐬러 가세 ~
~ 넹 ~
~ 오곡밥 할줄 알겠지 ~
~ ??? ~
~ 못하면 슈퍼에서 사다 놔 ~
끼가 다분한 년인지라 오랜시간 방치하면 날라가 버린다.
요 근래 밑천을 책임지니 관리를 해야 한다.
그나저나 젯상 음식이나마 차리기 위해 쇼핑이라도 가야지 싶다.
~ 도사님 ~
~ 왜 ~
차를 몰고 이마트로 가는중인데 순희에게서 메시지가 뜬다.
~ 저기.. ~
~ 또 그런다 ~
할 얘기는 다 하면서도 의외로 수줍음이 많은 여자다.
뜸 들이는 걸 보니 부탁이 있지 싶다.
~ 목걸이 갖고 싶어요 ~
~ 목걸이? ~
~ 기념으로 ~
~ ㅇㅋ ~
인연 된 기념으로 선물을 받고 싶은 모양이다.
어제 얘기했듯이 애인이 되고 싶다며 부끄러워 했다.
지친 생활에 위로가 된다면 품어줘야 할 것이다.
" 이쁘다, 엄마 닮아서.. "
" 감사합니다. "
" 조심해, 잘못하다가 수염 뽑혀. "
인아 딸을 회사에서 근무케 하고자 면접 대신 만나기로 했다.
제 엄마를 닮아 이쁘기도 하지만 쳐다보는 눈빛이 당당하다.
높은 힐을 신어서인지 인아보다 한뼘은 더 크다.
" 엄마는 나만 미워해.. "
" 이쁜짓을 해야 이쁘지, 이 년아. "
" 자~ 그만들 하고.. 컴은 다루지. "
" 조끔.. "
" 어렵진 않아, 며칠이면 파악할테구.. "
" 네, 사장님. "
5년간이나 있던 직원이 시집을 갔기에 충원이 절실하다.
동업자가 두명이나 있기에 그들간의 보이지 않는 힘겨루기도 있다.
눈치채지 못하게 회사의 분위기를 내게 알려줘야 한다.
" 지연이는 뭐 좋아하니.. "
" 소주.. "
" 근데 이 년이.. "
"면접은 내가 보는거야, 왜 나서.. "
" 거 봐. "
" 어휴~ 속 터져. "
" 그래, 입사하면 가끔 사 주마. "
" 네~호호.. "
은행의 입출금보다 더 중요한게 동업자간의 조율이다.
눈치 빠르게 그런것까지 소화해 낼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