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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김지하 "아직도 이 땅에 오적(五賊)이 있다"

바라쿠다 2014. 9. 8.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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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하 "아직도 이 땅에 오적(五賊)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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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5.15 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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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하(金芝河·73) 시인은 “세월호 참사를 보면서 아직도 이 땅에 ‘오적(五賊)’이 그대로 남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고급 공무원과 국회의원 등 오적한테서 부패가 발생한다. 지금도 그대로다”라고 말했다. 김 시인은 지난 1970년 ‘사상계(思想界)’에 을사오적(乙巳五賊)을 빗대 권력층을 비판하는 시 ‘오적’을 발표했다가 구속됐으며 이때부터 저항 시인 이미지를 갖게 됐다.
14일 강원도 원주의 박경리토지문화관에서 만난 김 시인은 인터뷰 도중 상의 주머니에 시집 ‘오적’을 넣고 있었다. 자신이 쓴 저항시들을 다시 보고 있다고 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얘기를 꺼내자 “그저 슬퍼하고만 있어서는 안 된다. 개헌을 포함해 국가 시스템을 다시 만들어가는 치열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세월호 참사 소식을 접하면서 무슨 생각부터 들었나.
“슬펐다. 학생들을 두고 먼저 탈출한 선장과 선원에 대해 한없이 분노했다. 장보고의 청해진이 있었던 그곳에서 왜 그런 일이…. 하지만 이 땅의 지성인은 슬픔에만 젖어 있어서는 안 된다. 사회 지도층은 이제 개인이 아닌 나라에 대한 생각을 앞세워야 한다.”

―어디서 뭐가 잘못됐는가?
“몇몇 사람의 문제가 아니다. 아직도 이 땅에 오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적이라는 시를 쓴 게 40년이 더 됐는데, 지금도 그 오적을 중심으로 부패가 나오고 사회가 굴러가고 있다.”
김지하 시인은 외부와의 접촉을 끊고 집필에 몰두하고 있다고 했으나 시국 현안에 대해 해박했다./원주=이명원 기자
김지하 시인은 외부와의 접촉을 끊고 집필에 몰두하고 있다고 했으나 시국 현안에 대해 해박했다./원주=이명원 기자
―정치인들은 왜 이렇게 무기력한가?
“나라를 생각하지 않는다. 다들 자기 생각만 한다. 역사적 맥락에서 크게 생각하고 크게 행동해야 한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국회에서 모든 걸 논의해야 한다. 길거리에서 ‘대통령 물러가라’ ‘너 책임져라’ 하고 떠드는 행위는 자유당 시절 송욱 시인이 얘기했듯 ‘정치가 아니라 치정(癡情)’이다. 규제 개혁 등 대통령이 내놓은 것을 다 엉터리라고 하지 말고 그 안에 들어있는 긍정적 요소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박근혜 정부가 유신 분위기와 체제를 연상시키는 쪽으로 가서도 안 되지만 희생자 부모들의 슬픔을 이용해 판을 뒤엎으려는 비이성적 세력도 경계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가 여론의 비판에 몰려 있다.
“대통령의 만기친람(萬機親覽·모든 사안을 직접 챙김)에 대해 불만을 가진 사람이 많다. TV 볼 때마다 김기춘 비서실장 말고는 모든 각료가 받아쓰기하는 모습이 나온다. 김관진 같은 무골도 받아 적고 있더라. 더 이상 만기친람은 안 된다. 대통령이 결국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어야 하지만 그렇다고 대통령이 모든 걸 다 할 수는 없다. 또 하루아침에 구조적 모순을 바꿀 수가 없기 때문에 시간을 주고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한다.”

―구체적으로 무슨 조치를 취해야 하나.
“개헌을 해야 한다. 개헌 방향은 이원집정제다. 이원집정제와 책임 총리제, 대통령 중임제 등을 도입하고 고급 공무원들, 소위 관피아 문제 해결을 통한 공무원의 자기 수습과 개혁 등 관료 체제의 대개혁이 필요하다. 이렇게 해야만 만기친람도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그런 구체적 방안들을 내놓아야 한다.”

―지난 대선 선거운동 기간에 박근혜 대통령 지지 발언을 했다. 지지가 아직도 유효한가.
“대통령이 지난번 규제 개혁 끝장 토론에 참가해서 발언하는 것을 보고 상당히 감동을 받았다. 역대 다른 대통령이 생각하지 못한 부분까지 염두에 두고 있더라. 북한에 대한 드레스덴 선언 등 외교도 잘하고 있다고 본다. 다만 여성이 오랫동안 괄시받았던 한국 사회에서 첫 여성 대통령이 되다 보니 심성에 날카로운 측면이 있지 않겠느냐. 그렇다고 무슨 일만 생기면 여자 대통령이 돼서 그렇다는 식의 고루한 생각은 곤란하다. 집권한 지 1년 좀 넘었다. 일을 하도록 좀 기다려주자.”

―이번 사태에 어른들의 책임이 크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거세다.
“붉은 악마와 초기 촛불 시위에 담긴 젊은이들 열정의 의미를 기성세대가 알아야 한다. 좌도 우도 아닌 그들의 순수한 열정이 세상을 바꿔나갈 것이다. 팽목항의 부모들은 자식들의 생각과 문화를 이해하지 못한 자신들의 잘못을 가슴을 치며 후회하고 있을 것이다. 젊은이들이 가감 없이 마음속 얘기를 털어놓을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줘야 한다. 이는 부모와 자식 간 소통 의미를 뛰어넘어 궁극적으로 우리 사회와 국가가 발전할 수 있는 근본 동력이 될 것이다.”

―참혹한 사건을 눈앞에 두고도 이념 투쟁을 벌이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데모를 많이 해봤다. 데모에 이골이 난 사람이다. 좌익 공부도 많이 해봤다. 서로 상대방을 잡아먹으려고 기를 쓰는 거…. 역사에 대한 통관(通觀)이 필요하다. 이제 다 털어놓고 얘기할 때도 됐다. 좌익 이데올로기 중에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다 까놓고 얘기하는 것이다. 이제는 어떤 사상적 미스터리에 가려서 속을 정도로 우리 사회가 어리석지 않다. 그런 과정을 거쳐야만 우리가 진도의 아픔을 다 끌어안으면서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지 않겠는가.”
시 오적으로 반공법 위반 혐의로 법정에 선 김지하.
시 오적으로 반공법 위반 혐의로 법정에 선 김지하.
☞오적(五賊)
김지하 시인이 29세 청년이던 1970년 5월 잡지 ‘사상계’에 발표한 시(詩). 을사조약 체결에 앞장섰던 을사오적에 빗대 당시 권력층 다섯 부류의 부패와 부조리를 해학적이고 신랄하게 비판한 300여행의 긴 담시(譚詩)이다. 이 시로 인해 김 시인은 반공법 위반으로 구속되고 사상계는 폐간됐다. 시 속의 오적은 재벌, 국회의원, 고급 공무원, 장성, 장·차관 등이다.

☞‘오적(五賊)’ 詩 주요부분 발췌본
시(詩)를 쓰되 좀스럽게 쓰지말고 똑 이렇게 쓰럇다.
내 어쩌다 붓끝이 험한 죄로 칠전에 끌려가
볼기를 맞은지도 하도 오래라 삭신이 근질근질
방정맞은 조동아리 손목댕이 오물오물 수물수물
뭐든 자꾸 쓰고 싶어 견딜 수가 없으니, 에라 모르겄다
볼기가 확확 불이 나게 맞을 때는 맞더라도
내 별별 이상한 도둑이야길 하나 쓰것다.



첫째 도둑 나온다 재벌이란 놈 나온다
귀뜀에 정보얻고 수의계약 낙찰시켜 헐값에 땅샀다가 길뚫리면
한 몫잡고
천(千)원 공사(工事) 오원에 쓱싹, 노동자임금은 언제나 외상외상
둘러치는 재조는 손오공할애비요 구워삶는 재조는 뙤놈술수 빰치겄다.

또 한놈 나온다.
국회의원 나온다.
손자(孫子)에도 병불(兵不) 후사, 치자즉 도자(治者卽盜者)요
공약즉 공약(公約卽空約)이니
우매(遇昧)국민 그리알고 저리멀찍 비켜서랏, 냄새난다 퉤 -
골프 좀 쳐야겄다

셋째놈이 나온다 고급공무원 나온다.
되는 것도 절대 안돼, 안될 것도 문제 없어, 책상위엔 서류뭉치, 책상밑엔 지폐뭉치
높은 놈껜 삽살개요 아랫놈껜 사냥개라, 공금은 잘라먹고 뇌물은 청(請)해먹고
내가 언제 그랬더냐 흰구름아 물어보자 요정(料亭)마담 위아래로
모두 별탈 없다더냐.

넷째놈이 나온다 장성(長猩)놈이 나온다
부속 차량 피복 연탄 부식에 봉급까지, 위문품까지 떼어먹고
배고파 탈영한놈 군기잡자 주어패서 영창에 집어놓고
열중쉬엇 열중열중열중쉬엇 열중

마지막놈 나온다
장차관이 나온다
예산에서 몽땅먹고 입찰에서 왕창먹고 행여나 냄새날라 질근질근 껌씹으며
켄트를 피워물고 외래품 철저단속 공문을 휙휙휙휙 내갈겨 쓰고나서
어허 거참
달필(達筆)이다.
추문듣고 뒤쫓아온 말잘하는 반벙어리 신문기자 앞에 놓고
일국(一國)의 재상더러 부정(不正)이 웬말인가 귀거래사(歸去來辭)
꿍얼꿍얼,자네 핸디 몇이더라?



꾀수는 그길로 가막소로 들어가고
오적(五賊)은 뒤에 포도대장 불러다가
그 용기를 어여삐 녀겨 저희집 솟을대문,
바로 그곁에 있는 개집속에 살며 도둑을 지키라하매,
포도대장 이말듣고 얼시구 좋아라
지화자좋네 온갖 병기(兵器)를 다가져다 삼엄하게 늘어놓고 개집속에서 내내 잘살다가
어느 맑게 개인날 아침, 커다랗게 기지개를 켜다 갑자기
벼락을 맞아 급살하니
이때 또한 오적(五賊)도 육공(六孔)으로 피를 토하며
꺼꾸러졌다는 이야기. 허허허

이런 행적이 백대에 민멸치 아니하고 인구(人口)에 회자하여
날같은 거지시인의 싯귀에까지 올라 길이 길이 전해오겄다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출처 : 品 石 齋
글쓴이 : 구산(九山)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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