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생각없어

아무생각없어 5

바라쿠다 2011. 11. 7. 14:15

~ 그동안 잘 지냈어? ~~       

이년전에 헤어진 성미년이다.     홀몸으로 딸 하나를 키웠는데, 이년씩이나 깊이 사귀다가 능력이 없는 남자라며 내게

이별통보를 하고는 돈많은 놈과 결혼하겠다며 떠났었다.

전생에 무슨 인연이 있었는진 모르겠지만, 내 곁을 떠나간 여자가 느닷없이 전화를 해서는 안부를 묻는다.

" 웬일이냐..  한참 깨가 쏟아질텐데, 날 돌아볼 시간도 있네.. "

~ 여전하네, 비비꼬는 말 버릇은..   어머니하고 딸은 잘 있지? ~~

" 야, 임마~  니 식구들이나 챙겨..  안 그러더니 오지랖 넓어졌다. "

~ 너무 그러지 마라, 오빠야..   내 딴에는 궁금해서 전화한건데. ~~

" 쥐가 고양이하고 데이트 하는 소리도 듣네..  용건 없으면 전화 끊어.. "

~ 지금 집이지?  내가 그쪽으로 갈테니까 술이나 한잔하자구.. ~~

열살 아래인 성미와 만나면서 음식 솜씨도 좋고 붙임성이 있어 대충 합치려고 했다.     능력없는 내가 문제였겠지만

자신의 행복을 위해 떠난 여자가 무슨일로 보자는건지 알수가 없다.

 

" 옛날이나 지금이나 변한게 하나도 없네, 떠날때랑 똑같이 니 멋대로 나타나는 꼴이.. "

" 오빠도 그대로네.호호..  말투도 여전히 도전적이야..  내가 다른놈한테 시집가서 삐진거지. "

구반포 삼거리 단골식당에 마주 앉아 매운탕을 시켜놓고 술잔을 기울였다.    연신 술잔을 채워주는 성미를 보며,

다시금 즐거웠던 예전의 기억이 떠오른다.

애교가 많아 항시 기분을 편안케 해 주던 성미였다.      속궁합까지 잘 맞아, 밤새워 뒹굴어도 피곤한 줄 몰랐다.

집으로 데려가 모친과 딸에게 소개 시키려고 마음 먹던 차에, 자신의 능력 없음을 빌미삼아 떠나갔던 여자다.

하기사 무위도식하는 인간이었으니, 그녀 자신과 딸을 책임질수 있는가에 회의감이 들기도 했을것이다.     

처음엔 화가 나기도 했지만 그녀의 입장을 이해하려 노력했고, 주위에 꼬이는 여자들 땜시 차츰 잊혀 져 갔다.

" 그래..  이제와서 널 미워한들 뭐하겠냐..   날 떠난만큼 너라도 행복하면 다행으로 여겨야지. "

" 오빠~ 나 벌 받았다.호호..   얼마 전에 갈라섰어. "      

소주 한잔을 털어 마시며 쓸쓸한 웃음을 짓는다.      시간을 두고 사귀었어야 했는데 딸 애한테 들어가는 교육비 땜에

돈 많고 착한것만 보고는 결심을 했더란다.

또 그렇게 해야만 나를 잊을수 있을거라고, 딴에는 독하게 마음먹고 결론을 내 버렸단다.      

하지만 살다보니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았고, 돈쓰는 것도 너무 눈치를 보게끔 쫀쫀하게 닥달까지 하더란다.     

자신의 팔자다 싶어 참고 살려 했지만, 꼴에 바람까지 피우면서도 당당하더란다.

갈라선지 여섯달이나 되었고 나를 찾아 오기까지 고민을 많이 했으며,  자기를 다시 받아주지 않더라도 죽을때까지

가슴속에만 담아 두고 있을 자신이 없어, 더러운 여자라고 욕을 먹을지언정 날 만나러 왔단다.

" 히히~ 오빠, 꼬소하지..   바보같은게 배신을 때리더니 꼴 좋게 됐구나 싶지.. "

처연해 하는 그녀를 바라보며 가슴 한구석이 시려 온다.     얼마나 맘 고생이 많았는지 이해가 되는 것이다.

" 이년아~ 오빠를 걷어 찼으면 잘 살기라도 해야지, 그걸 눈이라고 달고 다니냐..   에구~ 바보같은 년..  지지리도

복도 없는 년, 어찌 만나는 놈들마다 그런걸 고르는지..   한심한 년.. "

" 맞아, 오빠 말이..  지지리도 복이 없는 년이야, 히히~  근데 오빠, 오늘 나 한번만 안아주면 안될까.. "

" 어이구~ 지 딸한테 쪽팔려서 어찌 살려구.. 허허.. "

결국 성미를 내치지 못했다.     원래 아무 생각없는 인간이 누굴 탓하고 누굴 저울질 할 자격도 없음이다.

 

"오빠는 거짓말 못하잖어, 말해봐 만나는 여자 있지? "     

한번의 절정을 맛보고서, 담배를 물고있는 내 턱밑에 팔을 괴고 올려다 보는 성미다.      자신의 실수는 젖혀두고라도

궁금한가 보다.

" 당연히 있겠지, 도망간 여자를 기다리는 일편단심은 없는 놈이니까. "      

천정으로 뿜어지는 담배연기가 유난히 짙다.

" 솔직이 말해봐, 그 여자랑 결혼까지 생각하는거야?.. "

" 요즘 이런 생각을 많이 했어..   내 사주에 결혼 이라는게 또 있는건지..   너 한테는 진심이었걸랑..    모친과 딸한테

소개 시키려던 차에 니가 도망 가 버리고 말았지만.. "        

진심이 실린 내 말에 한동안 말이 없는 성미다.

" 당분간 오빠 곁에 있고 싶어..  내 잘못이 크니까 자격이 없는지 모르지만 기다릴께..  다만 너무 오래 걸리지 않았으면

좋겠어. "       

처연하게 내뱉는 그녀의 표정이 안쓰럽다.      그러길래 욕심만 부리지 않았더라면..

" 이리와 봐, 오랜만에 보는건데도 이 자식이 반응을 보이네. "      

" 어머~ 오빠, 보약 먹어?   그새 일어섰네, 호호..  에구, 귀여운 놈. "     

원래부터 성미와는 속 궁합이 잘 맞았다.      성미가 벌떡 일어선 방망이를 쥐어 온다.

" 그러게,  오늘 모처럼 힘이 남아 도네.후후.. "     

" 얘가 사람을 알아보네.호호..    하기야 옛날부터 나만 보면 반갑다고 인사 하나는 잘했어. "

그 전부터 특별나게 몸을 달구어 주지 않아도 모든 준비가 돼 있는 여자였다.

성감이 발달해서 그런지 자신이 먼저 들이 댈때도 많았고, 그런 날은 이미 그곳이 흠뻑 젖어 자신이 먼저 아래를 부딪쳐

오며 큰 교성을 질러대던 여자였다.

젖가슴을 물어가자 금새 몸이 달아오르는 성미다.      내 등을 껴안고 발끝으로 등이며 허리를 부벼대고 있다.

그녀의 몸짓은 항시 나를 흥분시킨다.      애무해 주는 내 몸을 휘어감는 교태가 오히려 나를 흥분케 하는 것이다.

어느새 내 물건이 화를 내며 신경이 곤두선다.        이미 젖어있는 고향집의 문을 들어선다.

" 하 ~~ 자갸 ~~~ 아 ~~ 조 ~아 ~~~ "

그녀 안에 들어가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위쪽으로 찔러가기도 하고 아래나 옆쪽으로 기웃 거리기도 했다.

끝까지 밀고 들어가 노크를 하기도 하고, 속도를 조절해서 그녀의 반응에 따라 불을 질러댔다.

" 아 ~~~ 오 ~빠 ~~~ 아 ~~~~~~ "

교성소리가 높아가는 성미의 팔에 힘이 들어가고,  다리를 들어 내 허리를 감고는 입은 벌린채 들뜨는 중이다.

" 하 ~~~ 여 ~보 ~~~허 ~~엉 ~~~~~ "

나를 끌어안고 매달려서 교성을 내뱉는 그녀를 내려다 보며  아래에 힘을 주고는 몽땅 쏟아 버렸다.

 

그렇게 한달여가 지났다.      딸아이가 학교에 가서 없는 성미네 집에 들러 식사를 하고, 가끔 벌건 대낮에 끌어안고

뒹굴면서 예전의 시절로 돌아갔다.

제일 조심스러운게 미진이였다.     사귄지 얼마 안 된 미진이로서는 당연히 나를 챙기고 싶은 마음에, 수시로 반찬을

해서 우리집으로 날라댔고, 때로는 모친과 단 둘이서만 외식을 하기도 했다.

성미 때문에 양심에 찔리기도 했지만,  자신의 남편과 결판이 나기까지는 미진이 역시 자유스러운 몸이 아닌지라

며칠에 한번 정도만 미진이네 집에서 잠을 자곤 했다.

수정이와 만나야 할때는 꼭 따라나와서 감시 아닌 감시를 했고, 냉담한 내 태도에 기운이 빠진 수정이만 애를 태웠다.

그러던 어느날 큰 사고가 터지고 말았다.       갑자기 수정이 남편이 중국에서 교통사고로 죽어서 돌아온 것이다.

남편의 장례를 치루고, 며칠동안을 뒷수습에 정신이 없던 수정이한테서 연락이 왔다.

" 오랜만이다, 그동안 얼굴이 많이 빠졌네..   어떻게 위로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 "

막상 얼굴을 맞대고 있으려니 측은한 마음이 들어 좋은 말이라도 해 주고 싶었다.

" 대충 마무리가 되는중이야..   애아빠 회사측과 얼추 합의가 됐고, 보험 회사와도 절충이 돼서 큰 문제는 끝났어. "

" 그야말로 불행중 다행이네..   회사측에서 나 몰라라 했으면 골치 깨나 아펐을텐데.. "

" 수정이 신랑이 제일 많이 투자를 했었다네.."      

" 이 참에 자기 마음을 알고싶어..   애아빠가 남겨 놓은걸로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수는 없거든. "

미진이와 내가 동시에 한대 맞은 기분이다.     갑자기 돌발상황이 생겨버린 탓에 잠시 머리를 굴려야 했다.

아무 생각없는 나에게 또 다른 시련이 닥친것이다.      그것은 미진이도 마찬가지 일게다.

" 내 마음을 알고 싶다니..   무슨 뜻이야? "       

대충 감이 오지만, 수정이 입으로 듣는 사이 시간이라도 벌 요량이다.

" 자기가 하고 싶은게 있으면 나랑 같이 할수 있잖어,  이제는 눈치 볼 사람도 없는데.. "

" 얘가 신랑이 죽은지 얼마나 됐다고..   나랑 같이 합치자는 말이냐, 지금? "

" 못할것도 없지..   당장 합치기는 그렇지만, 뭘 하더라도 같이 할수는 있다는 말이지. "

" 내가 무슨 능력이 있다고 같이 하자는건데.. "

" 왜 능력이 없어, 내가 있잖어..   모르긴 해도 한 10억 정도는 있어. "

" 그러니까 니 남편 돈으로 나한테 사업을 하라는 얘기네.. "      

미진이의 표정이 수시로 변하는 중이다.    옆에서 지켜보며 내 입에서 나올 말을 기다리는 중이다.

" 할거 없으면 고기집이나 하나 차리지, 뭐..   장사는 내가 할테니까 오빠는 가게문이나 열어주고.. "

상황이 이 정도로 급박하게 변할줄 몰랐다.      솔직이 구미가 당기는 얘기이긴 하지만 넙죽 받을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미 내 마음속에는 미진이가 들어와 있고, 더군다나 성미까지 기다리고 있음인데..

" 내가 누구냐, 자유로운 영혼인걸 너도 알잖어..  그런 나를 묶어 놓겠다는거야? "

" 나도 오빠를 알 만큼은 알지..   그러니까 다른 여자랑 바람만 안 핀다면 내가 먹여 살린다잖어. "

미칠 노릇이다.      아무 생각없이 살고싶은 나에게 하늘은 어찌 이런 시련을 내리시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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