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 동안 귀농지를 찾아다녔던 사람입니다. 자리잡기까지 여기저기 귀농지 찾아다니다 돈도 많이 쓰고 고생도 많이 했습니다. 누군가 빈집 찾는 노하우를 제대로 가르쳐줬더라면 고생 많이 덜 했을 텐데 하고 느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닙니다. 그래서 앞으로 귀농하려는 분들을 위해 저의 경험을 토대로 좋은 빈집이나 귀농지를 찾는 노하우를 정리해봤습니다. 이것은 저의 주관적인 경험을 토대로 정리한 내용이니 자신의 위치와 처지에 맞게 이해하시고 응용하시면 될 듯합니다. 더 좋은 방법이 있다면 댓글로 달아주시면 많은 분들에게 도움이 되겠죠. 이 방법들은 돈이 많지 않은 젊은 귀농자들(40세 이하), 1, 2년 앞이 아니라 당장 빈집을 찾아서 빠른 시일내에 귀농하실 분들을 위한 내용입니다. .
빈집 OR 귀농지 찾는 노하우!!
1. 인터넷의 빈집, 귀농지 정보는 5%만 믿어라! 인터넷의 빈집 정보나 귀농지 정보는 95%는 도움 안 되는 정보입니다. 좋은 곳이라고, 특히 사진에 현혹되서 가보면 대부분 인터넷에 올라와 있던 상황과는 다릅니다. 농촌지역에는 아직도 인터넷이 활성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좋은 정보가 올라올 리 없습니다. 대부분 부동산업자들의 농간이 많고, 직접 가보면 실망스러운 집이 많습니다. 특히 다음 귀농 관련 카페 등에 올라오는 정보는 상업적인 글들이 많기 때문에 여러번 의심하면서 접근하시는 게 좋을 듯 합니다. '어느 지역 빈집 찾습니다' 등등의 글도 올려봐야 시간만 낭비하게 되는 일이 대부분입니다.
▶ 인터넷 빈집, 귀농지 정보를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 인터넷 빈집, 귀농지 정보는 먼저 전화나 메일로 꼬치 꼬치 캐물어서 직접 가보지 않아도 상황을 훤히 알 수 있도록 파악하고, 그래도 괜찮다 싶을 때 직접 찾아가봐야 합니다.
2. 귀농 본부나 귀농 관련 단체에는 의존할 생각을 말아라! 귀농 본부나 관련 단체는 아직 여력이 부족합니다. 저도 귀농학교를 수료한 사람인데, 처음에 귀농 본부에서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겼습니다. 그래서 도움을 청해봤지만, 거의 도움이 안 됐습니다. 기껏 도움 받아봐야 귀농 선배들의 연락처일텐데, 연락하고 찾아가 보면 밤새 술만 퍼마시게 되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귀농 선배들도 함부로 선뜻 '빈집'을 소개해주기는 어렵겠죠. 그래서 이렇게 귀농본부 혹은 귀농 선배들 따라다니다가 1, 2년 훌쩍 보내는 사람 여럿 봤습니다. 귀농본부에서 전국에 있는 귀농선배들과 교류하며 '빈집네트워크'를 운영하면 좋으련만, 재정적으로도 어려운 그 분들게 더 이상의 요구를 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성공하는 귀농자들이 늘어가면 귀농본부도 여력이 생기겠죠.
▶ 귀농 본부나 귀농 관련 단체 활용은 ☞ 일단 큰 도움은 기대하지 말고 초보적인 단계에서 전체적인 맥락을 잡을 수 있는 매개체로만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귀농학교 강의도 실제 귀농에는 도움이 많이 안 됩니다. 개괄적인 이해를 하는 수준으로 만족하시면 될 듯 합니다. 스스로 귀농에 대해 공부하고 찾는 자세가 더 중요하겠죠.
3. 연고가 있다면 최대한 활용하라! 가장 쉽게 귀농할 수 있는 방법이 연고를 활용하는 것입니다. 친척이나 아는 분들이 농촌에 있다면 자존심 챙기지 말고 도움을 청하세요. 처음 몇 년은 아는 분들 옆에서 농사 기술 배우고 분위기 파악하는 게 중요합니다.
▶ 연고 활용은? ☞ 친척이 제일 좋지만 없다면, 주변 친구들 중 농촌 출신들 리스트를 만들어보세요. 분명히 도움이 될만한 사람들이 있을 것입니다. 어느 마을이든 젊은 사람들이 오는 것은 근본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이니 겸손하게 접근하면 이 방법이 제일 좋습니다.
4. 꼭 빈집에 들어가야할 이유는 없다! 귀농본부나 '귀농 명망가'들은 처음에 거의 무료로 임대할 수 있는 빈집 찾고 거기 들어가서 1, 2년 산 후에 지역 분위기 파악해서 정말 좋은 곳에 집터와 땅을 사서 정착해라! 라고 말합니다. 마치 공식처럼요. 하지만 거의 무료로 임대할 수 있는 빈집, 혹은 싼 값에 임대할 수 있는 빈집 찾는 것이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연고 없는 사람들에게는 굉장히 힘든 일이죠. 그런 빈집 찾아다니는 돈과 시간도 따져보면 엄청납니다. 또 빈집 고치는 비용도 만만치 않죠. 차라리 조금만 더 투자해서 좀 살만한 집을 전세로 얻는다든지, 면소재지에 있는 빌라나 원룸 같은 곳을 임대해서 주변에서 농사를 지어본다든(6개월이나 1년만 버틸 생각하구요).... 싼 값에 집과 땅을 산다든지(주로 아래 6번 방법을 활용해서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 빈집 말고 다른 방법은? ☞ 반드시 꼭 빈집을 찾아야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리세요. 조금만 투자해서 전세나, 살만한 집 임대해서 살 수 있는 방법도 여럿 있습니다. 특히 돈이 좀 있고, 부동산 업자를 통하지 않고 지역 주민들(특히 이장들)을 통해서 집과 땅을 얻는다면 더 빨리 귀농할 수 있습니다. 물론 집과 땅을 구입할 때는 정말 여유를 두고 신중하게 선택해야겠죠. 가격은 농지는 평당 2만5천원을 넘지 않아야 하구요, 대지는 5만원, 집은 3천만원 정도를 상한선으로 두면 현명할 듯 싶습니다.
5. 귀농자를 지원하는 지역을 찾아라! 지역에 따라서 귀농자를 지원하는 곳이 있습니다. 군청 농림과나 농업기술센터 귀농담당자와 잠깐만 통화해봐도 알 수 있습니다. 여기서 지원이란 것은 '벤처 농부'니 하면서 돈 대출해주는 지원이 아니라 농사기술도 가르쳐주고, 적극적으로 귀농자들이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지원'이어야 합니다. 자신이 원하는 지역 몇 곳을 후보로 정해놓고 부지런히 전화부터 시작하세요. ▶ 귀농자를 지원하는 지역 찾기? ☞ 군청에 전화해서 '귀농하려 한다'는 의사를 밝히고 담당자를 찾으면 됩니다. '빈집 정보' 등에 대해서도 군에 따라 지원해주는 곳이 있습니다. 농사 기술 도움이나, 지역 특산물 재배법 등에 대해서는 농업기술센터에 도움을 청하면 됩니다. 전화 통화하고 직접 찾아가보면 지역에 따라 편차가 큽니다. 귀농자를 지원하는 좋은 지역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6. 관공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라! 요즘 공무원들 참 친절합니다. 5번 방법대로 군에서 귀농자에 대한 배려와 지원이 많은 지역을 찾았다면, 혹은 자신이 마음에 들어가는 지역이 정해졌다면, 지역을 좁혀서 면사무소부터 뒤지세요. 면사부소 가서 '귀농하려 하니 어느 지역이 좋겠냐', '좋은 지역 이장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하면 왠만하면 알려줍니다. 단, 이상한 사람 취급 받을 각오도 해야 하고, 자존심 상하는 여러 가지 상황을 예상해야 합니다. 하지만 어떠한 경우에도 겸손하게 '나는 이 지역에 이런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다'라는 자세로 사람들을 대하면 됩니다.
▶ 관공소 적극 활용하기! ☞ 지역을 정해서 면사무소부터 뒤집니다. 좀 말 통하는 사람이 있으면 물고 늘어져서 이런 저런 지역 정보를 캐냅니다. 이장들 연락처를 얻어서 '귀농하려는 사람인데, 빈집이나 거처할 곳이 있느냐?'고 전화해서 직접 찾아갑니다. 이장들을 위해서 뭔가 마을에 도움이 될 만한 '이러 이러한 농사를 지으려 한다. 도시에서 이런 일을 했기 때문에 당신 마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등등의 내용을 준비해야 합니다. 이장을 매개체로 하여 동네 사람들 모임에서 술 한잔 먹게되도 좋고, 식사나 잠자리까지 제공받을 수 있다면 성공한 것입니다. 일단 처음 마음을 여는 게 어렵지 농촌 분들 마음 한번 열고 '이 사람이라면 우리 마을 들어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면 가족처럼 대해줍니다. 자연스럽게 좋은 빈집 정보 등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하루 종일 찾아다녀봐야 이장 6,7분밖에 못 만납니다. 이장들에게 빈집 정보를 얻기 위한 제일 빠른 방법은, 이장 모임에 나가는 것입니다. 보통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면별로 최소한 두달에 한번 정도는 이장 모임(혹은 교육)을 합니다. 면사무소 직원이나 이장협의회 회장 등에게 날짜와 장소를 물어보면 됩니다. 각 면별로 3, 40명의 리가 있으니 이런 이장 모임 장소에서 귀농 포부와 도움을 요청하면 큰 도움을 받을 수 있겠죠. 단 이장들 중 부동산업자 못지 않게 중간 수수료를 챙기려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것 저것 잘 따져보고 판단하셔야겠지요.
간단하게 귀농지 찾는 방법을 정리해봤는데요, 서두에 밝혔듯이 이건 제가 자리잡기까지 이곳 저곳 찾아다니면서 경험한 내용을 바탕으로 하는 주관적인 방법입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연고도 없고, 인맥으로 사람들 따라다니면서 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다면 지역을 정해서 5,6번 방법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제일 좋을 것 같습니다. 귀농지 찾아다니면서 사실 '귀농에 대한 생각'들도 다시 정리되고, 귀농에 대한 환상도 많이 깨질 것입니다. 특히 인터넷을 활용하거나 귀농 본부에서 도움을 주겠지, 누군가 도와주겠지 등등... 가만히 앉아서 좋은 귀농지를 찾겠다는 욕심을 버려야 합니다. 세상에 공짜 정보는 없습니다. 특히 농촌 지역은 더더욱 정직한 노력만큼의 대가가 주어집니다. 열심히 조사하고, 계획하고, 전화하고, 지역 찾아다니고 발품을 팔아야 합니다. 미약하나마 귀농을 꿈꾸는 여러분들께 이 글이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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