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먼저 나갈께.. "
" 술 조금만 해.. 몸 생각도 해야지.. "
" ...그래, 그래 볼께.. "
정오가 다 되도록 침대에 누워있는 남편을 깨우기가 조심스러웠다.
어제밤 모처럼 덤벼 들었건만, 심경이 복잡했던지 삽입조차 못하고 수포로 돌아가자 벌렁 침대에 누웠던 남편이다.
그런 일련의 어색함이 진호와 나의 만남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어 불편한 마음을 지우기가 어렵다.
모르는 척 잠을 청하고자 했지만, 여러가지 생각이 떠 오르는 바람에 밤새 뒤척여야 했고, 옆에 누운 남편 역시도 잠을 못
이루는지 가끔 한숨을 토해내곤 했다.
새벽녘에야 설핏 잠이 들었지만 버릇대로 이른 아침에 잠이 깬 덕에, 발소리를 죽여가며 주방에서 아침을 준비하고는
남편이 일어 나기만을 기다렸다.
식어버린 국과 찌개를 몇번씩이나 데워야 했고, 정오가 가까운 늦은 시각에 잠에서 깬 남편이 욕실을 다녀 오더니
차려 놓은 밥상마저 외면한 채 외출복으로 갈아입고는 거실로 나온 것이다.
" 아침 먹고 나가면 안돼? "
" 나가 봐야 돼.. "
" ...오늘도 늦어? "
" 나도 잘 몰라.. "
현관에 서서 구두를 신고있는 남편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붙여 본다.
" ...일찍 와.. 당신이 좋아하는 매운탕 끓여놀께.. "
" 글쎄다, 어찌 될지.. "
어떻게든 상처를 안고 있는듯 한 남편의 맘을 달래고픈 순수한 바램이었다. 하지만 남편의 반응은 싸늘하기 그지 없다.
눈도 마주치지 않은채 현관을 나선 남편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이를데 없이 속이 상한 선영이다.
어디서부터 꼬인 매듭을 풀어야 할지 난감하기만 했고, 이런 어색함을 지워 줄 해결의 방도 역시 있을것 같지도 않다.
의도되지 않게 꼬여버린 남편과 진호를 포함한 세사람의 인생이 분명 내 잘못만은 아닐진대, 이렇듯 난감한 줄타기를
언제까지 이어가야 하는지 암담할 뿐이다.
" 이제 매형도 전문가 다 됐어.. "
" 무슨, 이제 배우는건데.. "
" 아냐, 시장에서 이쁘다고들 난리야.. 꽃순이 피는대로 자기집부터 가져다 달래요.. "
두어달 전부터 시험 교배를 한 서양란이 제법 이쁜 꽃을 피웠기에, 샘플 몇개를 단골 거래처에 풀었다.
도매시장에 다녀 온 치영이가 하우스로 돌아와서는 그네들의 반응을 알려주는 중이다.
" 너.. 요즘 누나 얘기 들은건 없니? "
" 잘 몰라요, 어디 그런걸 얘기할 사람이유.. 궁금하긴 나도 마찬가지지.. "
꽃시장에서의 반응보다도 더 급한건 지금의 선영이 처지다. 며칠전 선영이가 민수와의 얘기를 꺼내면서 다소 불안해
하는 낌새를 받았기에, 그네들의 집안 분위기가 궁금할수 밖에 없다.
이미 틀어진 인연이라 여기고, 가슴이야 아프지만 선영이의 행복을 위해 숨어 살고자 했던 진호였다.
핏줄인 수경이를 애닯아하는 선영이를 내치지 못하고 받아주면서도, 행여 민수의 눈 밖에 나지 싶어 걱정이 많았었다.
이제 그런 기우가 현실이 되어 또 다시 선영이를 힘들게 한다면, 그것 또한 참기 힘든 형벌이 될 것이기에 애가 탄다.
" 아무일 없어야 할텐데.. "
" 그러게.. 우혁이 아빠가 워낙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라 나도 걱정 많이 했어요.. 그래도 많이 참아 주는구나 싶어
다행이라 여겼는데, 누나는 그런 생각조차 없으니.. "
" 수경이 때문에 그러겠지, 떼어놓고 한시도 맘이 편치 못했다고 하더라.. "
" 당연하죠, 자기 자식인데.. 처음엔 실성한 사람 같았어요.. "
" 그랬어? "
그러리라 짐작은 했었지만, 치영이의 입을 통해 그 당시 선영이의 속내를 알고 싶다는 생각까지 드는 진호다.
" 네.. 잠도 못자고, 생으로 며칠씩이나 굶는 바람에 엄마하고 아빠도 얼마나 맘을 졸였는지.. "
" 그랬구나.. "
" 그때 찾아왔어요, 우혁이 아빠가.. "
" 그 얘긴 들었어.. "
행방불명이 된 시간동안 이곳에서 있었던 일련의 변화들에 대해 당사자인 선영이와 민수 선배에게서 직접 전해 들었다.
" 매형이 모르는게 또 있어요.. "
" ...뭔데.. "
" 누나가 수경이를 떼어놓고는 제 정신이 아니었는데, 아버지마저 사업이 어려워 지는 바람에 집안 꼴이 엉망이었어요..
마침 그걸 알게 된 우혁이 아빠가 대신 부도를 막아 주자, 부모님이 앞장서서는 누나를 행복하게 해 줄 사위감이라고 치켜
세우곤 했어요.. 처음엔 말도 안 된다던 누나도 계속 버티기가 미안했던지 가끔 만나 주다가 이렇게 됐지만.."
" ............. "
치영이가 잔잔하게 풀어내는 얘기에, 선영이가 겪었을 마음의 짐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졸지에 내 사망소식을 접하고는 자신의 의지와 달리 인생이 뒤바뀌어 져 거센 풍랑을 만난 셈이다.
" 누나 너무 미워하지 말아요, 매형이 그렇게 사고가 나는 바람에 얼마나 힘들어 했는지.. 옆에서 보기도 힘들었으니까.. "
" 커피 줄까? "
" 잠 깨워서 미안해.. "
" 어차피 일어날 시간인데,뭐.. "
선영이와 같이 있는게 영 어색하기만 했던지라, 미연이한테 피난 온 꼴이 된 민수다.
보통의 여자와는 달리 성적인 매력이 철철 넘치는 여인이다. 그녀의 친구 연희에게서 언질 비슷하게 듣긴 했지만,
여지껏 겪어보지 못한 흡인력이 강한 여자를 만난 것이다.
처음으로 몸을 섞었을때 말로만 듣던 명기를 지닌 미연이의 진가를 확인할수 있었고, 그 후로는 인희나 연희가 눈치채지
않도록 조심을 해 가며 이 곳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만 갔다.
" 마시고 있어, 샤워하고 나올께.. "
작은 원룸에서 지내는 미연이가 부시시한 몰골로 현관을 열어 주었어도, 그런 것이 어색하지 않을만큼 서로가 많이 익숙해
진 셈이다.
불과 열흘 남짓이지만 어느새 격식을 차리지 않아도 좋을만큼 가까워 진 탓이다.
어제만 하더라도 가게 영업이 끝난 뒤, 당연한 듯 그녀와 함께 새벽녘에 이 곳으로 와 찐한 정사를 나누고는 곯아 떨어
졌었다.
버릇처럼 늘어만 가는 술로 인해 정오 쯤 속이 쓰려 잠에서 깨어났고, 실오라기 하나 없이 네 활개를 벌리고 자는 미연이의
나신을 한참이나 신기한 듯 바라 보았다.
몸매만 가지고는 여느 여자나 진배없는 그 녀지만, 함께 어울려 뒹굴게 되면 착착 감기는 환상적인 몸을 가진 터라 민수
자신도 모르게 빠져 들게 되곤 했다.
보통 한번의 교미가 끝나면 심신이 나른해 져, 모든게 귀찮은 탓에 서로가 등을 돌리고 수면을 취하게 됨은 남녀 모두에게
인지상정인 줄만 알았는데, 그 녀 미연이가 딴 여자들과는 전혀 다른 것이 사랑의 결과물인 뒷처리는 대충인 채, 마주 껴
안겨 와 가슴팍에 머리를 묻고는 두팔과 두다리를 가끔씩이나마 휘젓곤 한다.
본인 자신이 의도하는것 같지는 않고 무의식적인 그녀의 그런 버릇은 다분히 타고 났다고 보여진다.
그렇게 되면 얼마의 시간이 지난 뒤 나도 모르게 가운데 거시기가 조금씩 준동을 했고, 그걸 느낀 미연이가 손을 내려
다시금 장난감을 가지고 놀듯 연신 조물댔고, 그런 그녀의 손 안에서 부지불식 커진 방망이를 앞세워 다시금 그녀에게
달려들게 된다.
그동안 겉돌기만 했던 와이프가 맘에 걸려 집으로 들어 갔었지만, 예전과 틀려진 선영이의 반응에 배신감마저 들어 자신도
모르게 다시 미연이에게로 온 폭이다.
" 밥은? "
" 아직.. "
맨 몸으로 욕실에서 나온 미연이가 수건으로 머리를 털고 있다.
" 어쩌지? 먹을만 한게 없는데.. "
" 나가서 먹지,뭐.. "
" 눈도 퉁퉁 부었는데.. "
탐스런 허연 엉덩이를 뒤로 빼고는, 벽에 걸려진 거울에 빠져 있는 미연이다.
" 봐 줄만 해.. "
" 알았어, 옷 좀 입고.. "
보라는 듯 팬티를 꿰 차더니 반팔 티와 반바지만을 걸치고는 현관에서 슬리퍼를 찾아 신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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