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공간

[스크랩] * 오줌 한 잔!

바라쿠다 2013. 11. 28. 17:02

 

주말에 잘 나가던 행로에 변(變)이 생겼다.
KT 인터넷 선로에 문제가 있어 인터넷 창을 끌어오는데 15~20초가 걸린다. 주문을 넣으면 남이 다 채 간 다음에 주문이 반영되니 이길 수가 없었다. 좀 전에 기사가 다녀갔다. 이미 발생한 손실은 오롯이 내 몫이다.

신내동에 살 때니까 꽤 오래되었다. 그때 읽은 책 중에 도종환의 <그때 그 도마뱀은 무슨 표정을 지었을까>란 책이 있었는데 50여 편의 에세이 중에 일본의 건축현장에서 발견되었다는 도마뱀의 이야기가 있었다.
그 도마뱀이 도종환 씨의 먼 집안이라지 아마??!!
도마뱀에게 배울 것은 3년 동안 꼬리에 못이 박힌 채 움직일 수 없었던 동료(또는 연인이나 부부)에게 먹이를 물어다 준 다른 도마뱀의 이야기를 통한 의리나 애정이나 동료애 등 뿐이 아니란 것을 잊고 있던 결과이다.

도마뱀의 대표적인 이미지인 <꼬리 자르기>를 소홀히 한 죗값을 치른 거였다. 한 주일 내내 돈을 벌어 주던 LG 디스플레이가 오버행 등의 여러 악재로 폭락 하는데 처음 22만 원 손실이 생긴 것을 내려도 먹을 수 있단 자신감에 미온적인 대응을 한 결과 137만 원 그저께 먹은 것을 그대로 토해내고 말았다.
좀 더 겸손해지고 월말까지 밟아야 할 수순(手順)을 예행연습 해 봐야 하겠다.

-수순은 우리말로 대치하면 '차례, 순서' 등으로 써야 하는데 두 말을 다 넣어봐도 어감이 이상하여 배운 대로 썼다.-

하루에 15% 정도의 이익을 계속 취해 왔는데 7~12% 정도로 축소하여 마음 편하게 살아야 하겠다. 세계엔 2008년5월 현재 67억 정도의 인구가 있다. 개체 수가 많다 보니 세상엔 별의별 일들이 다 있다. 한 개체가 모든 것을 다 경험할 수 없으니 자기가 익숙하지 않은 것은 이상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 중의 하나가 자기 오줌을 마시는 일인데 당뇨를 비롯한 여러 암에도 효과가 있다고 합디다. 검색을 해보면 <요로법-오줌줌요법>이란 이름으로 정보를 공유하며 실행하는 카페도 몇 군데 있더라.

 

 

사용자 삽입 이미지

 

 

매조지는 오줌은커녕 몸에 좋다는 건강식품도 챙겨 먹는 스타일이 아닌데 어쩌다 오줌 한잔을 먹게 됐다. 지난주 연일 약 20만 원에서 140만 원까지 이익을 보던 중에 134만 원을 먹던 14일의 일이다. 세상에 쉬운 일이야 있겠느냐마는 250만 원어치 정도의 주식을 사서 당일에 134만 원의 이익을 남기기가 어디 쉬운가? 당연히 오줌 누러 갈 시간도 없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날은 부산의 정숙 이와 통화를 하면서 소주를 한잔하기까지 했다.

오줌이 마려웠는데 참고 있던 참에 마침 시장 상황이 급변하여 빈 소주병에 쉬를 하곤 휴지통에 병을 버린 것이다. 서너 시간이 지나 반 병쯤 남은 소주병을 치우는데 휴지통에 소주병이 있고 술이 남아있는 것을 보곤 "얀마, 너 왜 거기 들어가 있는 거냐?"라고 중얼거리며 무심코 그걸 남은 소주병에 부어 합쳐 냉장고에 모셔 났겠다. 이틀이 지나고서 소주 한잔(달랑 한잔하고 마는 경우가 많다.)을 하려고 잔에 따르는데 웅담 같은 약재처럼 노란빛이 연하게 도는데 모니터를 주시하며 무심코 술을 따라놓곤 상황이 나아져 이내 잔을 들이마시는데 밋밋한 맛에 '김이 빠져 그러나?' 생각하며 원샷을 했겠다. 
 '카~',
맛이 이상했다. 무미하면서 찝찌름하기도 하고 노래방 등에서 파는 가짜 맥주만큼도 알코올 끼가 느껴지지 않았다. 그제야 소주병을 보니 노란 액체가 확연히 구분되었고(?) 아뿔싸, 그저께의 행적이 기억됐다. 
 '오~ 마이 갓!!'
병에 오줌을 누었지. 갑자기 기분까지 찝찌레 해졌다.
비위가 뒤집히며 게울 것 같았다. 급히 입을 헹구고 포도를 먹고 이어서 방울토마토를 마구 씹어도 영 아니다. 바나나를 먹어 보기도 하고 잘 안 씹는 XYLITOL 껌을 씹어도 개운치가 않다. 원효대사의 해골 물을 마신 일화가 생각났다. 그러나 난 원효대사 같은 도 통한 사람이 아니다. 한참을 개운치 않은 기분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러나 제정신으론 결코 해 볼 수 없는 만병통치약이라는 오줌을 시음할 기회를 얻었다.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 아래, 원효대사의 일화를 옮겨 놓는다.
 '간밤에 아무것도 모르고 마실 때에는 그렇게도 물맛이 달콤하고 감미로웠는데, 해골에 고인 썩은 빗물임
을 알자 온갖 추
한 생각과 함께 구역질이 일어나다니!' 그리하여 원효 대사는 한순간에 깨달음을 얻고 그때의 심경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마음이 생하는 까닭에 여러 가지 법이 생기고
마음이 멸하면 감(龕)과 분(墳)이 다르지 않네
삼계가 오직 마음이요, 모든 현상이 또한 식(識)에 기초한다.
마음밖에 아무것도 없는데 무엇을 따로 구하랴!

심생즉 종종법생(心生則 種種法生)
심멸즉 감분불이(心滅則 龕墳不二)
삼계유심 만법유식(三界唯心 萬法唯識)
심외무법 호용별구(心外無法 胡用別求)



                                                                                                                                                                      2008. 05. 17. 10:53

D(만물창고):/보충대/액체
출처 : ↘↘ 햇볕이 드는 창가
글쓴이 : 매조지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