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남북공동도시는 미래세대가 먹고 살‘희망도시’
北 땅, 南 기술, 외국 자본으로 두만강에 다국적 도시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통일대박론’을 밝혔다. 이후 3월 말 독일 국빈 방문에서 ‘드레스덴 선언’으로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거듭 천명했다. 이후 범국민 차원의 통일 논의를 가속화하기 위해 통일준비위원회를 꾸렸고, 8월 7일 청와대에서 첫 회의를 열었다. 지난해 5월 미국 방문 때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DMZ(비무장지대) 세계평화공원’ 조성 구상을 밝힌 것을 필두로 박 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마다 ‘통일 한국’을 향한 다양한 구상을 쏟아냈다.
박 대통령의 통일대박론이 ‘통일하자’는 원론적 구호 수준에 머물러 있는 건 아닌 듯하다. ‘언제’라는 통일 시점은 남북 경색으로 인해 불투명한 상황이지만, 어떤 모습으로 통일로 나아갈 것이냐에 대해서는 다양한 각도에서 구체적인 밑그림이 그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의 통일대박론 실현을 위한 건축·건설 분야 설계도를 그리는 이는 김석철(71) 국가건축정책위원장이다. 김 위원장은 1960년대 말 서울 여의도 종합개발, 1970년대 서울대 관악캠퍼스 조성, 1980년대 예술의전당 프로젝트를 수행한 건축계의 거목이다. 또한 일찌감치 서울-개성 역사 회랑, 서울-원산을 잇는 동서관통운하와 같은 남북 합작 프로젝트를 주창해왔다. 김 위원장을 8월 7일 그가 대표로 있는 서울 동숭동 아키반건축도시연구원에서 만났다.
통일 한국의 ‘퀀텀 점프’
▼ 평소 구상해온 한반도 프로젝트에 대해 대통령과도 교감이 있었나요.
“아직 자세한 보고는 드리지 않았어요.”
▼ 대통령과는 자주 소통합니까.
“필요할 때 편지를 보내요. ‘조금 기다려달라. 이북(함경남도 안변 출신인 김 위원장은 북한을 ‘이북’으로 자주 표현했다) 문제는 섣불리 할 필요가 없다’ ‘이북 지도자를 만날 때 이런 내용을 제안해 달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습니다. 청와대 수석(비서관)들과는 자주 연락해요. (조윤선) 정무수석은 여기(아키반)에 자주 오거든요. 국회의원, (새누리당) 대변인 할 때도 자주 왔어요.”
▼ 대통령에겐 언제쯤 보고할 예정입니까.
“9월 초쯤으로 예상하고 있어요.”
▼ 보고할 내용은 어느 정도 가닥이 잡혔습니까.
“큰 방향은 잡혔고, 세부 내용을 정리하고 있어요. 지금 막바지 작업 중입니다.”
▼ 김 위원장이 구상하는 한반도 프로젝트에는 박 대통령의 통일대박론을 뒷받침할 구체적인 제안이 많아 보입니다.
“지금까지 추진된 한반도 인프라 프로젝트는 대부분 영구 분단을 전제로 한 것들이에요. 그렇게 해서는 통일이 되더라도 남북한이 공존하기 어려워요. 지금 남북한의 격차는 과거 동서독의 그것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큽니다. 통일이 됐을 때 우리의 부담을 줄이고 북한 경제를 살리려면 퀀텀 점프(대도약)가 가능한 계획을 세워둬야 합니다. 공장 몇 개 세우는 수준으로는 어림도 없어요. 남한은 물론 북한까지 잘살게 하는 그레이트 프로젝트가 필요하죠. DMZ 남북공동도시와 두만강 하구 다국적 도시, 서울-원산을 잇는 동서관통운하 등이 대안이 될 수 있어요.”
김 위원장은 서재에서 빨간색 표지의 책 한 권을 꺼내왔다. ‘한반도 그랜드 디자인’이란 제목에 ‘2013 대통령 프로젝트’라는 부제가 달렸다.
“국정사업은 대통령이 직접 구상하고 전권을 위임받은 사람이 실행에 나서야 이뤄질 수 있어요. 그런 점에서 2012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차기 대통령이 임기 내에 직접 나서야 실현 가능한 사업들을 모아 책으로 묶어냈죠.”
박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제안한 한반도 그랜드 디자인을 2012년 대선의 주요 공약에 포함시키지 않았으나 지난해 12월 그를 대통령소속 제3기 국가건축정책위원장에 임명했다.
‘작지만 행복한 집’
▼ 국가건축정책위원장을 맡고 나서 해오신 일을 소개한다면.
“국가 고유 자산인 국토환경을 개선해 국민에게 살기 좋은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국가건축정책위원회가 추구하는 궁극적 목표입니다. 지금 우리나라 건축과 도시는 경기침체에 발목이 잡혀 있어요. 국토라는 공간 인프라를 어떻게 활용해 부가가치 창출로 이어지게 할 수 있을지 구체적인 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준비해온 것을 한데 모아 11월에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세 가지 주제로 전시회를 열 계획이에요.”
▼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담고 있습니까.
“아직 대통령께 보고하지 않은 내용인데….”
김석철 위원장은 ‘대통령께 보고드리는 게 먼저’라며 전시회에 담길 세부 내용 공개를 꺼렸다. 기자는 ‘신동아’ 보도가 11월 전시회의 ‘예고편’으로 관심을 환기시킬 수 있다며 ‘맛보기’로 조금만 공개해줄 것을 요청했다. 김 위원장이 고심 끝에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크게 세 가지인데, 첫 번째는 ‘행복한 부동산’이에요. 2008년 미국발 경제위기 이후 우리 부동산 경기가 장기 침체를 겪고 있어요. 우리나라에서 부동산은 과거 금본위제 때의 금과 같은 역할을 해요. 은행 담보의 70%를 부동산이 차지할 정도로 환금성이 크죠. 만약 부동산 가격이 10% 내려가면 국부(國富)가 그만큼 줄어드는 겁니다. 부동산 경기를 살려야 하는데, 과거와 같이 천편일률적인 아파트 중심의 신도시를 건설하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어요. 우리 부동산 시장의 절반 가까이가 아파트입니다. 아파트 가격을 주도하는 것은 집 없는 서민이 아니라 고가 아파트 구매자들이에요. 그런데 타워팰리스 이후 고가 아파트 시장이 한계에 와 있어요. 더 이상 구매하고픈 매력적인 부동산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죠.
미국 자동차 시장을 예로 들어봅시다. GM, 포드, 크라이슬러가 경쟁하다가 과잉생산으로 위기에 봉착한 뒤 가장 약한 포드부터 어려워졌어요. 그때 포드는 머스탱이란 새로운 모델로 신규 수요를 창출해 위기를 극복했어요. 부동산도 마찬가지입니다. 획일적인 아파트로는 부동산 신규 수요를 창출할 수 없어요. 집 가진 사람이 이사 가서 살고 싶은 집을 지어야 부동산 경기를 살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제안하는 게 ‘행복한 부동산’이에요. 크고 비싼 집이라서 행복한 게 아니라 조금 작더라도 거기 들어와서 사는 사람이 더 큰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집을 지어 제공하자는 것이죠. 대형 아파트로 이사 간 사람 가운데 자녀들 출가시키고 부부가 큰 집에 살면서 세금 낼 돈이 없어 쩔쩔매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 사람들에게 새로운 주택을 제공해 옮겨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60평에서 40평으로 이사 갔는데 더 살기 좋다’는 말이 나와야죠.”
김 위원장은 ‘행복한 부동산’의 모델로 한옥공동체마을을 제시했다. 경기도 동탄 신도시 부지에 마련된 30만 평 규모의 한옥지구가 그 대상이라고 한다.
“건폐율과 용적률을 감안하면 마당이 중심인 단층 한옥은 이제까지의 한옥 사업이 그랬듯 도태되고 말 겁니다. 제가 구상하는 한옥은 ‘도시 구조물로서의 한옥’이에요. 대문 담장 다리 등은 도시 주거 관점으로 확대하고 여기에 대청마루와 같은 한옥 고유의 특성을 결합한 것이죠. 한옥지구를 21세기형 한국인 마을로 만들 계획을 세우고 있어요.”
100년 먹고살 거리
▼ 두 번째 전시 주제는 뭡니까.
“남북공동도시예요. 남북 합작으로 이북에서 땅을 대고, 남쪽에서 기술을 제공하고, 국제사회의 자본을 끌어들여 국제도시를 만드는 것이죠.”
▼ 잘 될까요.
“국제금융이 참여하도록 계획안을 잘 만들어서 설득해야죠. 박근혜 대통령이라면 할 수 있을 겁니다.”
▼ 어떤 점에서….
“박 대통령은 국제적 인맥이 훌륭합니다. 리커창 중국 총리가 랴오닝성 당 서기로 있을 때 제가 그분과 함께 일을 많이 했어요(김 위원장은 중국 칭화대, 충칭대 초빙교수로 활동하는 등 중국과 인연이 깊다). 그때 저를 만날 때마다 ‘박근혜 씨는 잘 계시냐’고 안부를 묻더군요. 아베 일본 총리와도 연이 닿는 것으로 알아요. 여성 대통령으로서 외국 국가원수들과 친화력이 뛰어납니다.”
▼ 외국 자본 유치도 낙관합니까.
“돈이 많은 사람은 돈을 더 버는 것 못지않게 돈을 가치 있는 곳에 투자하고 싶어 해요. 인류 발전에 공헌하는 쪽에 돈을 쓰겠다는 투자철학이 있어요. 그런 점에서 국제 펀드들도 이북 도시 건설에 투자하는 게 매력적이라고 볼 겁니다. 그뿐만 아니라 북한에 도시를 개발하는 것은 우리 경제가 재도약하는 계기가 될 수 있어요. 미래 세대가 100년은 먹고살 수 있는 희망을 주는 사업이 바로 남북공동도시 건설입니다.”
김 위원장은 1969년 여의도 한강 마스터플랜을 구상할 때의 경험담을 들려줬다.
“헬기를 타고 한강 상류에서부터 한강 하구 이북 근처까지 여러 번 가봤어요. 그때 ‘통일 없이는 한반도에 미래가 없다’는 걸 절실하게 느꼈습니다. 한반도가 하나가 되면 최소한 지금보다 5배 이상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어요.”
김 위원장의 열정적인 이야기를 듣다보니 10여 년 동안 위암, 식도암 등 갖은 병마와 싸워온 그가 칠순을 넘긴 나이에 국가의 부름을 받아 국가건축정책위원장을 맡은 이유가 짐작됐다. ‘통일 한반도’에서 살게 될 다음 세대를 위해 한반도 전체를 관통하는 건축과 도시의 밑그림을 그려주려는 게 아닌가 싶었다. 목수는 비록 제 살 집이 아니더라도 그 집에 살게 될 누군가를 위해 자신의 에너지와 정성을 모두 쏟아 붓는다는 투철한 장인 정신이 느껴졌다.
두만강에 주목하는 이유
국가건축정책위원회가 준비하고 있는 남북공동도시 프로젝트는 크게 둘로 나뉜다. 하나는 DMZ에 남북공동도시를 건설하는 것으로, 역사적인 의미를 지닌 곳에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도시를 건설한다는 게 뼈대다. 다른 하나는 두만강 하구에 다국적 도시를 건설하는 것이다.
“서울과 개성 중간에 위치한 DMZ는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아 천혜의 자연환경이 고스란히 보존돼 있어요. 그곳에 농업과 소프트 산업을 결합한 인구 5000~1만 명 규모의 소도시를 남북 합작으로 건설하면 통일로 가는 디딤돌 구실을 할 수 있을 겁니다. 분단에서 통일로 가는 희망의 도시를 만들면 세계 각국에서 보러 오지 않겠어요?”
필생의 역작을 만들고 싶다는 김 위원장의 소망이 담겼기 때문일까. 암과 싸우는 중이라 목소리를 낮춰 조곤조곤 속삭이듯 얘기하던 그의 목소리가 DMZ 남북공동도시를 설명하는 대목에서 한껏 커졌다.
“도시는 스스로 지속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 개성에는 (개성공단이라는) 노동집약적 사업이 이미 있어요. 여기에 지식집약적 사업을 포진시키면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습니다. 또한 박물관 등 남북이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국제기구까지 유치한다면 정치·경제적으로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습니다.”
2014년 8월 14일 현재까지의 남북관계로만 보면 DMZ 남북공동도시 프로젝트는 요원한 희망사항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 속에 남과 북이 공존을 모색하려 손을 맞잡으면 실현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그게 언제일지는 불확실해도 김 위원장은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듯 남북이 공존공영의 길로 들어설 그날을 기다리며 남북공동도시 설계도를 준비하고 있다.
▼ 최근 펴낸 책 ‘도시를 그리는 건축가’에서 “두만강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하셨는데….
“두만강 하구는 이북을 부자 나라로 만들어줄 기회의 땅입니다. 단시간 내에 북한 경제를 일으켜 세울 수 있는 길은 도시 건설에 있어요. 과거 한국도 마찬가지였죠. 울산에서 시작된 공단 도시가 포항, 구미, 창원으로 확대되면서 한강의 기적을 일궈냈죠.
이북도 마찬가집니다. 지금까지 여러 곳에 경제특구를 만들었지만 성공적이지 못한 것은 기초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이북) 전체를 발전시키려 하기보다는 발전 가능성이 큰 지역에 집중 투자해서 발전의 원동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북에서 발전 가능성이 압도적으로 높은 요충지가 바로 두만강 하구입니다.”
두만강 다국적 도시
김 위원장은 두만강 하구 일대가 그려진 지도를 하나하나 가리키며 설명을 이어갔다.
“중국의 동북 3성과 연해주는 세계적인 곡창지대예요. 그런데 두만강 하구를 북한과 러시아가 나눠 점유하고 있어 바다로 나아가질 못해요. 천연가스 최대 생산국인 러시아는 천연가스 최대 소비국인 한국과 일본이 지척이지만 파이프라인을 구축하지 못해 막대한 수송 비용을 쓰고 있죠.
그런데 두만강 하구에 러시아, 중국, 북한이 각각 100만 평씩 내고 여기에 한국의 기술력이 더해진 다국적 도시를 만들면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어요. 러시아는 동아시아 LNG(액화천연가스) 기지를 만들어 한국과 일본에 천연가스를 쉽게 공급하고, 중국은 동북 3성의 곡물을 항구를 통해 전 세계에 수출하는 길이 열리고, 일본도 두만강을 거쳐 만주 횡단철도와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이용해 유럽으로 물류를 저렴하게 보낼 수 있어요. 북한의 나진·선봉 개발과 두만강 하구 다국적 도시를 하나로 묶으면 남북한은 물론 중국, 러시아, 일본이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블루오션이 만들어지는 셈이죠.
두만강 다국적 도시 건설에는 한국의 기술력을 이용해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수많은 도시 건설 노하우를 갖고 있어요. 삼국시대부터 고려, 조선에 이르기까지 짧은 시간에 문화의 특색을 담아 도성을 짓고 신수도를 건설한 도시 건설의 DNA가 흐르고 있어요.”
김 위원장은 두만강 다국적 도시 프로젝트가 갈등과 반목으로 치닫는 동북아 정세를 공존공영의 길로 이끌 열쇠라는 확신에 차 있었다. 혼자 꾸는 꿈은 그저 꿈에 불과하지만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고 하지 않나. 그의 희망이 활력 넘치는 국제 프로젝트로 현실화할 날이 올 지 주목된다. 그가 오래전부터 구상해온 한반도 그랜드 디자인에는 원산에서 서울까지 추가령구조곡을 활용해 한반도를 동에서 서로 잇는 동서관통운하도 포함돼 있다.
“백두대간 사이에 터널 하나 뚫지 않고 서울에서 원산까지 갈 수 있는 추가령구조곡이 있습니다. 이곳에 동해와 서해를 잇는 운하를 뚫으면 한반도를 우회하지 않고도 동해에서 서해까지, 넓게 보면 일본에서 중국까지 물류를 얼마든 실어 나를 수 있어요. 이곳에 러시아에서 들여온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깔 수도 있고요. 한반도 대운하라면 남과 북 모두에 이익이 돌아오게 해야죠.”
그는 미래 통일 한국의 ‘에너지 대동맥’까지 이미 설계해놓고 있었다.
휴먼 포트
▼ 세 번째 전시 주제는 뭔가요.
“해양국토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인데, 세월호 사건과도 관련이 있어요.”
▼ 무슨 말씀인지….
“1988년 서울올림픽 때 당시 사마란치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장과 다도해에서 여수까지 헬기를 타고 둘러본 적이 있어요. 사마란치 위원장은 다도해 일대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며 극찬했죠. 한반도와 세계의 지경학적 관계를 생각해보면 서남해안 다도해는 한반도와 주변국 사이의 중심에 있죠. 그런데 현재 서남해안의 도로와 항만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해요. 이제는 서남해안을 중심항으로 개발해야 할 때입니다. 목포항은 도시화로 인해 이제 제 기능을 감당하기 어려워요. 팽목항은 그런 점에서 가장 이상적인 장소입니다. 국가적으로 민감한 시점이기는 하지만, 팽목항을 서남해안의 중심 항구로 개발하는 것은 역설적으로 세월호 사건을 수습하는 가장 유력한 방안이 될 수 있습니다.”
김위원장은 2011년초 당시 박준영 전남지사의 요청으로 팽목항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한 일이있다고 밝혔다.
“서울-팽목-부산을 잇고 서울-팽목-중국 롄윈(連雲)을 연결하는 세계적 항만 건설로 거시적 접근을 하려면 중앙 정부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했어요. 그런데 세계적 항만 건설에는 관심이 없고 다들 지방 항만 수준을 원했죠. 연안에 땅을 미리 사둔 사람들이 자꾸 연안 안쪽으로 들어가 개발하자고 했어요. 저는 연안 밖으로 나가려고 했고요. 결국 을이 갑에게 요구해 팽목항 개발 프로젝트를 중도에 해약했죠.”
팽목항을 중심으로 한 서남해안 어반링크 프로젝트는 세월호 사고 희생자 추모와 맞물려 새롭게 추진되고 있다. 팽목항 일대를 인간의 과오를 뉘우칠 수 있는 ‘휴먼 포트(Human Port)’로 개발하고, 팽목항과 세월호 사고 지점 사이에 있는 관매도에 추모공원을 지어 세월호 유가족이 희생자의 넋을 기릴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다.
김 위원장은 “하와이 군항은 제2차 세계대전의 폐허를 딛고 세계 최고의 관광지가 됐다”며 “세월호의 아픔이 서린 팽목항 일대에 휴먼 포트와 추모공원 등을 조성함으로써 세계적인 세이프티 벨트로 거듭나게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자료 : 신동아(구자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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