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세 낭만 논객 김동길 박사.
시사프로에 고정 출연하며 아줌마, 할머니 팬을 몰고 다닌다. 19년간 매일 아침 강연을 하고 있다. 그 이유는 뭔가 공헌하고 싶어서다. 결혼은 하지 않았지만 아직도 사랑하며 살고 있다고 말한다. 예전에 사랑하던 사람들은 이젠 많이 떠나갔지만 아직도 가슴 속에 살아있단다.
그는 삶이 끝나면 그냥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장례식은 안 할 거란다. 육신은 세브란스병원에, 재산은 연세대나 이화여대에 기증하겠다고 마음먹은 지 오래다.
시작은 어리석었지만, 대통령 나가란 말에 이끌려 정치에 입문했다고 한다. 그러나 결코 후회는 안 한다. 그래도 스스로 국민과 소통하고 있는 것은 오로지 정치판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北 주민 쏟아져 내려오면 '얼마나 고생 많았소' 하며 위로하며 각자 집으로 데리고 가서 먹여 살릴 생각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從北’만은 용서해서는 안 된단다. 대한민국의 생존에 대한 위협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연세대 후문에 있는 김동길 박사의 자택은 김옥길-김동길 두 개의 문패가 붙어 있던 20여 년 전 모습은 아니지만, 항상 문이 열려 있는 모습은 여전하다.
그는 늘 유머가 넘친다. "교황에 선출된 프란치스코 1세가 '나를 교황으로 선출한 추기경들의 잘못을 용서해 달라'고 했잖아요. 거기에 넘치는 유머가 있어요. 나를 뽑은 것은 잘못이니까 하느님께 사과해야 한다는 뜻도 있고, 당신들 때문에 괜히 고생하게 생겼다는 뜻도 있지요.“
김수환 추기경이 돌아가시기 전에 누군가 물어봤대요. '외국어를 여럿 하신다는데 어떤 말을 잘 하십니까?' 영어, 불어, 라틴어, 이런 대답을 기대했겠죠. 그런데 이렇게 말씀하셨대요. “내가 제일 잘하는 말은 거짓말이야.” 이런 유머가 감동을 주거든요. 인생의 깊이를 느끼게 하거든요.
그는 시(詩) 300수 가량을 외고 있다고 말한다. “공자님이 ‘시삼백(詩三百)’이라고 말씀하셨잖아요. 그래서 ‘나도 시 삼백 수를 외워보겠다’ 그런 거지요. 어린 시절엔 시조 100수를 외웠고, 일제시대에 살아서 그 때 외운 일본시도 남아있고.......” 그는 시마자키 도손(島崎藤村)의 ‘첫사랑’, 윤선도(尹善道)의 ‘오우가(五友歌)’, 윌리엄 워즈워스의 ‘무지개’를 차례로 암송했다. “시는 분위기에 어울려야 제 맛이지요. 키를 누르면 원하는 시가 금방 튀어 나와야지 눌렀는데 안 나온다? 그럼 강연을 그만둬야지요. 그 때가 끝나는 때에요.”
그는 매일 10분 강연 분량의 원고지 3장을 작성한다고 한다. (LA의 한인방송국인) 라디오 코리아를 통해 매일 아침 강연을 한다. 그런데 방송국 친구들이 자꾸 늦어요. ‘차가 밀렸어요’, ‘깜빡 잊어버렸어요’ 하면서. 그래도 나는 늘 아침6시에 앉아서 “안녕하십니까, 김동길입니다.” 하고 말할 준비를 하지요. 그게 19년째예요. 방송국에 문제가 생겨서 방송을 못 한 때도 있지만 난 계속 했어요.”
그는 인터넷 홈페이지에 ‘프리덤 워치’라는 사이트에 매일 글을 쓴다. 200자 원고지 3장 분량인데 일어나서 처음 하는 일이다. 여행을 떠날 경우, 일주일분을 미리 써놓고 간다.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했을 때 이 대통령에게 전하는 글을 매일 쓰면서 시작한 글인데, 대통령에게 도움이 되고 자유민주주의로 가는 데 보탬이 되기 위해서 썼다고 한다. 그런데 아무런 반응이 없어서 당신한테는 더 이상 안 쓴다고 시작한 것이 ‘프리덤 워치’예요. 혼수상태가 될 때까지 쓸 것이라고 한다.
그는 한국을 영세중립국으로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DMZ 일대를 유엔에 기증하고 그곳에 유엔본부를 옮겨달라고 선포하면 어떻겠냐는 주장을 한다. 여전히 열정적이고 낭만이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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