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말죽거리 잔혹사

바라쿠다 2014. 9. 11. 12:07

고1.

" 이게 웬 냄새야. "

" 그러게.. "

하교길 288번 버스안에서의 수군거림..

~ 미치긋네, 에고 쪽팔려.. ~

말죽거리 종점에 위치한 은광여고 학생이 방배동에서 올라 탄 내 가방을 뺏다시피 가져갔는데, 뚜껑이 덜

닫혔는지 반찬병에서 김치국물이 새어 나와서는 단발머리 여학생의 치마까지 물들이고야 말았다.

평소에 가끔 마주치면 수줍은 미소를 보여주던 아이였는데..

틈새를 노려 언젠가는 아는척을 하리라 작심까지 했던 터인데, 도무지 수습할 방안이 없다.

옆좌석에 앉았던 또래 여학생이 손수건이며 휴지를 꺼내 김치로 범벅이 된 치마를 수습코자 했지만, 이미

버스안을 진동시킬만큼 고약한 신김치의 냄새는 가셔질리가 엄꼬..

 

그 뒤로는 싸늘해 진 그 아이의 시선만 접했을 뿐, 나아갈 진도라는게 있을수가 없게 돼 버렸다.

미소질 때마다 신애라처럼 덧니가 상당히 귀여웠는데..

뻘줌이며 허둥였을뿐, 버스에서 내려 미안하다며 말이나 걸어볼걸..

지금도 신김치 냄새를 맡게 되면 가끔씩이나마 그날의 쪽팔림이 떠 오른다는 전설이,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