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영화를 고를 때 무엇을 기준으로 고르시나요? 영화의 장르? 좋아하는 감독이나 배우? 아니면 영화의 줄거리? 영화 평론가들의 평점이나 다른 관객들의 입소문으로 영화를 고르시는 분들도 분명 계실 것입니다. 저는 그 모든 것을 고려합니다. 하지만 제가 한가지 더 고려하는 것이 있다면 바로 제작자의 이름입니다.
사실 영화의 제작자까지 신경을 쓰기는 힘듭니다. 물론 스티븐 스필버그처럼 감독을 겸하는 제작자의 경우는 조금 다르지만, 순수하게 영화 제작만 할 경우에는 관객 입장에서 무명의 존재나 다름없죠. 하지만 가끔 감독보다 더 유명한 스타 제작자도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제리 브룩하이머와 조엘 실버입니다.
지금 저는 제리 브룩하이머가 제작을 맡았던 영화들을 여러분들에게 소개하려고 합니다. 사실 제리 브룩하이머가 제작을 맡은 영화들의 목록을 살펴보니 너무 많아서 한번에 전부 소개할 수는 없을 것 같고, 1부와 2부로 나눠서 어떤 영화들이 있는지 하나씩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80년대 혜성같이 등장한 영화 제작계의 아이돌 제리 브룩하이머
제리 브룩하이머가 할리우드의 영화 제작자가 되었을 때의 그의 나이가 고작 20대 후반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그의 초기에 제작한 영화들을 보면 고지식한 다른 할리우드 영화들과는 달리 상당히 신선하고 파격적이며 섹시하기까지합니다.
1980년 제작된 [아메리칸 지골로]가 그러합니다. [아메리칸 지골로]는 가진 것은 하나도 없지만 타고난 매력으로 상류 사회에 진출한 줄리앙(리차드 기어)이 살인 사건의 용의자가 되면서 겪는 스릴러 영화입니다. 그는 분명 알리바이가 있지만 그와 함께 있었던 여성은 자신의 명성에 금이 갈까봐 줄리앙의 알리바이를 증명해주지 않습니다. 결국 법정에 선 줄리앙. 그런 그에게 상원의원인 남편을 두었지만 언제나 진실된 사랑을 갈구하는 미셀(로렌 휴튼)이 줄리앙의 알리바이를 해명함으로서 둘은 진실한 사랑의 결말을 맞이합니다.
당시 무명에 불과했던 리차드 기어를 캐스팅하여 할리우드 최고의 섹시스타로 발돋움하게 만들었던 [아메리칸 지골로]. 사실 제리 브룩 하이머에게 발탁되어 스타로 발돋음한 배우는 리차드 기어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톰 크루즈, 니콜라스 케이지 등 수두룩하죠.
[아메리칸 지골로]의 폴 슈레이더 감독과 다시한번 호흡을 맞춘 [캣 피플]도 섹시한 영화입니다. 부모가 의문의 자살을 한 뒤 고아원에서 자라다가 헤어져 살던 오빠 폴(말콤 맥도웰)을 만나기 위해 프랑스에서 뉴올리언스로 온 이레나(나스타샤 킨스키). 그는 폴을 통해 충격적인 가족의 비밀을 알게됩니다. 이레나의 가족은 고양이 인간으로 사람을 사랑하여 관계를 맺으면 표범이 되고, 다시 사람으로 변하기 위해서는 형제, 자매끼리 관계를 하거나 사람을 해쳐야 합니다. 결국 이레나는 자신과의 관계를 요구하는 폴을 거부하고 동물원의 젊은 원장 올리버(존 허드)를 사랑하여 표범이 되고 동물원에 갇히게 됩니다.
비록 고양이 인간이라는 판타지 소재를 가져다 썼지만 [캣 피플]은 근친상간 코드가 영화 속에 녹아든 파격적인 영화입니다. 그리고 [아메리칸 지골로]의 리차드 기어가 그러했듯이 나스타샤 킨스키 역시 이 영화로 80년대를 대표하는 섹시 스타로 군림하게 됩니다.
[캣 피플]이후 제리 브룩하이머가 1983년에 제작한 영화가 바로 그 유명한 [플래시댄스]입니다. 피츠버그의 한 제철 공장에서 용접공으로 일하면서 밤에는 나이트클럽의 댄서로 일하는 18세 소녀 알렉스(제니퍼 빌즈)의 꿈과 사랑을 다룬 이 영화는 1983년 [스타워즈 에피소드 6 : 제다이의 귀환], [애정의 조건]의 뒤를 이른 흥행 3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합니다. 이로써 제리 브룩하이머는 할리우드 최고의 제작자로써 성공적인 길을 걷기 시작합니다.
80년대에 씌여진 믿을 수 없는 흥행 신화
하지만 [플래시댄스]의 깜짝 흥행은 시작에 블과했습니다. 1980년대 제리 브룩하이머가 제작한 영화들은 연이어 흥행 성적에서 놀랄만한 성적을 거둡니다. 그러한 흥행 신화의 시작은 인기 코미디언에 불과하던 에디 머피를 최고의 코믹 액션 배우로 탈바꿈시켰던 [비버리 힐스 캅]입니다. 1984년 [고스트 버스버즈]를 물리치고 최고의 흥행작으로 우뚝 선 이 영화의 북미 흥행 성적은 무려 2억3천4백만 달러였습니다.
디트로이트의 형사로 정의감에 불타는 나머지 소동을 피우기 일쑤인 엑셀(에디 머피) 형사. 그는 친구 마이키(제임스 루소)가 살해당하자 혼자 비버리 힐스로 가서 사건을 해결합니다. 미국에서 최고의 부자들만 산다는 비버리 힐스에 간 떠벌이 흑인 형사의 좌충우돌 액션. 젊은 제리 브룩하이머의 감각이 아니라면 결코 탄생할 수 없었던 영화일지도 모릅니다.
[비버리 힐스 캅]의 성공 이후 제리 브룩하이머는 토니 스콧 감독과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두 사람의 만남은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불러 일으킵니다. 그 시작은 [탑건]과 [비버리 힐즈 캅 2]입니다. 특히 [탑건]은 앞서 언급한대로 무명이었던 톰 크루즈를 일약 세계적 스타로 만든 영화입니다. [탑건] 역시 1986년 북미 흥행 1위를 기록하였습니다.
[탑건]은 해군 최신예 전투기인 F-14기를 모는 젊은 조종사 매버릭(톰 크루즈) 대위의 성장담입니다. 흘륭한 전투기 조정사였던 아버지를 둔 그는 언제나 패기만만하고 거칩니다. 그런 그가 항공물리학을 강의하는 여교관 찰리(켈리 맥길리스)와 사랑에 빠지고, 훈련 도중 동료인 구즈(안소니 에드워즈)의 죽음으로 죄책감에 빠져 방황하다가 다시 최고의 전투기 조정사로 우뚝선다는 내용입니다. [탑건]에서는 맥 라이언과 발 킬머의 젊은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탑건]을 통해 서로가 찰떡궁합임을 확인한 제리 브룩하이머와 토니 스콧 감독은 1987년 [비버리 힐스 캅 2]로 다시 뭉칩니다. 디트로이트 소속의 흑인 형사 엑셀 폴리가 다시한번 비버리 힐스에서 벌어진 사건을 해결하는 이 영화는 그러나 아쉽게도 전편의 흥행 성적은 넘지 못했습니다.
토니 스콧과의 만남. 그리고 그들의 영화들
제리 브룩하이머와 토니 스콧 감독의 두번째 만남이었던 [비버리 힐스 캅 2]가 비록 전편보다 못한 흥행을 기록했지만 그들의 파트너쉽은 계속 되었습니다. 이후에도 두 사람은 함께 네편의 영화를 함께 만들었습니다.
1990년에 만들어진 [폭풍의 질주]는 [탑건]의 톰 크루즈, 토니 스콧 감독, 그리고 제리 브룩하이머 제작이 다시 뭉쳐 만든 영화로 당시에 엄청난 화제가 되었던 영화입니다. [폭풍의 질주]는 실력은 있지만 좌충우돌 풋내기에 불과한 레이서 콜(톰 크루즈)이 은퇴한 유명 레이서 해리(로버트 듀발)의 훈련과 아름다운 클레어(니콜 키드만)의 사랑으로 최고의 레이서가 되는 과정을 담았습니다.
특히 이 영화를 통해 톰 크루즈와 니콜 키드만은 사랑을 키웠고 결국 결혼에 골인하여 영화 외적으로 유명세를 탔습니다. 물론 이 두사람의 결혼 생활은 그리 길지 않았지만, 그래도 당시에는 영화에서는 물론 현실에서도 두 사람의 사랑이 이어져 참 훈훈했던 영화입니다.
1995년 만들어진 [크림슨 타이드]는 잠수함 영화의 교본이 된 영화입니다. 미국의 핵잠수함 알라바마호를 무대로 세계3차대전 직전의 긴장감 속에 러시아를 향해 핵미사일을 쏘려는 램지 함장(진 핵크만)과 핵미사일 발사를 거부하는 부함장 헌터(덴젤 워싱턴)의 팽팽한 카리스마 대결이 주요 내용입니다.
국가가 개인의 사생활을 감시한다면? 어쩌면 우리나라에서도 벌어지고 있을지 모를 생각만해도 끔찍한 일은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에서 벌어집니다. 변호사인 로버트 딘(윌 스미스)은 국가안보국의 감청 및 도청 행위를 법적으로 승인하자는 법안을 강력하게 반대하는 공화당 소속의 국회의원 필의 암살 사건에 연루되게 됩니다.
미국내 모든 감시카메라를 통해 위치가 노출되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금융거래마저 차단당한 딘. 그는 자신의 정보원인 브릴(진 해크만)과 함께 국가 안보국의 도청 임무를 지휘하는 레이놀즈(존 보이트)를 향해 반격을 시도합니다.
토니 스콧 감독과 제리 브룩하이머의 마지막 만남은 2006년 [데자뷰]로 이뤄집니다. 뉴올리언스의 부두에서 벌어진 폭탄 테러를 막기 위해 시공의 물리적 개념을 거슬로 과거의 영상을 볼 수 있게된 더그(덴젤 워싱턴) 형사가 사건의 피해자인 클레어(폴라 패튼)에게 사랑을 느끼며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탑건]으로 시작해서 [비버리 힐스 캅 2], [폭풍의 질주], [크림슨 타이드],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 그리고 [데자뷰]로 이어진 토니 스콧 감독과 제리 브룩하이어의 멋진 영화들은 이제 더이상 볼 수가 없습니다. 토니 스콧 감독이 2012년 8월 19일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죠. 아쉽지만 그래도 감사합니다. 이렇게 멋진 영화들은 남겨주어서...
마이클 베이와의 만남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새로운 발견이다.
제가 제리 브룩하이머가 제작한 영화들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의 새로운 인물의 발탁 능력 때문입니다. [아메리칸 지골로]로 무명에 불과한 리차드 기어를 할리우드 최고의 섹시스타로 만들었고, [캣 피플]의 나스타샤 킨스키, [플래쉬댄스]의 제니퍼 빌즈 역시 당시에는 흥행성이 부족했던 배우들입니다. 그런 배우들을 이끌고 제리 브룩하이머는 최고의 흥행 성적을 낸 것이죠.
인기 코미디언에 불과한 에디 머피, 그저 잘생긴 젊은 배우로 머물러있던 톰 크루즈도 제리 브룩하이머가 제작한 영화를 통해 최고의 스타로 성장했습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감독들 역시 제리 브록하이머를 통해 명감독으로 발돋음했는데 제리 브록하이머와 최고의 명콤비를 자랑했던 토니 스콧 감독은 물론이고, 이제는 세계적은 흥행 감독 마이클 베이 역시 무명 시절 제리 브룩하이머를 만나 영화를 연출할 수 있게된 케이스입니다.
마이클 베이 감독은 지금이야 [트랜스포머] 시리즈로 유명한 감독이지만 1995년 [나쁜 녀석들]을 연출할 당시만해도 그저 촉망받는 뮤직비디오, CF 감독에 불과했습니다. 그런 그를 영화계로 불러 들인 것 역시 제리 브룩하이머입니다.
마이애미의 명콤비 형사인 마이크 로리(윌 스미스)와 마커스 베넷(마틴 로렌스)의 활약담을 담은 [나쁜 녀석들]은 경찰의 증거보관 창고에서 1억원 상당의 헤로인이 사라지자 FBI에게 사건이 넘어가기 전에 자체적으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마이크와 마커스가 나선다는 내용입니다. [비버리 힐스 캅]의 약건의 변형과도 같은 영화이지만 당시에는 무명이던 윌 스미스와 마틴 로렌스를 캐스팅했기에 흥행에서 큰 기대를 할 수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1천9백만 달러의 제작비로 6천5백만 달러의 흥행을 기록하며 다시한번 제리 브룩하이머의 능력을 확인시켰습니다. 그러고보니 윌 스미스도 제리 브룩하어머 제작의 영화를 통해 스타덤에 오른 배우 중의 한명이네요.
[나쁜 녀석들]의 성공이후 마이클 베이 감독은 두번째 영화인 [더 록]도 제리 브룩하이머와 호흡을 맞춥니다. 1996년 썸머시즌에 개봉한 이 영화는 당시 연기파 배우인 니콜라스 케이지를 액션 배우로 캐스팅하는 모험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제리 브록하이머의 모험은 적중했습니다.
극비 작전을 수행하던 중 전사한 장병들의 유가족에게 보상해줄 것을 요구하며 알카트라즈 섬을 장악한 미해병 여단장 프란시스 허멜(에드 해리스)장군에 맞서 FBI생화학무기 전문가 스탠리 굿스피드(니콜라스 케이지)와 알카트라즈를 탈옥한 유일한 생존자이며 현재 33년째 극비리에 복역중인 영국 정보부 출신의 죄수 존 메이슨(숀 코넬리)의 활약을 담은 [더 록]. 이 영화는 1996년 흥행순위 7위에 올랐고, 니콜라스 케이지는 이후 액션 전문 배우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하였습니다.
마이클 베이와 제리 브룩하이머가 만들어낸 블럭버스터의 역사
제리 브룩하이머와 마이클 베이 감독의 파트너쉽은 마이클 베이 감독의 다섯번째 영화인 [나쁜 녀석들 2]까지 이어집니다. 그 중에서 역시 가장 흥행에 성공한 영화는 [아마겟돈]입니다. 텍사스 크기의 행성이 시속 22,000마일의 속도로 지구를 향해 돌진하자 미국 우주항공국의 댄 트루만 국장(빌리 밥 손튼)은 행성에 800피트의 구멍을 뚫어 그 속에 핵탄두를 폭발하여 행성을 둘로 쪼개는 방법을 제안하고 세계 최고의 유정 굴착 전문가인 해리(브루스 월리스)에게 작전을 맡깁니다.
할리우드 최고의 액션 스타 브루스 윌리스를 비롯하여 당시 떠오르는 샛별이던 벤 애플렉, 리브 타일러를 캐스팅한 이 영화는 개봉 당시 비슷한 소재의 영화 [딥 임팩트]와 비교되곤 했습니다. 하지만 스케일이나 흥행 성적 면에서 아담한 [딥 임팩트]를 압도했었습니다.
[아마겟돈]으로 액션 스타가 된 벤 애플렉과 조쉬 하트넷, 케이트 베킨세일, 쿠바 구딩 주니어 등 젊은 라이징 스타를 대거 캐스팅한 마이클 베이 감독의 네번째 영화 [진주만]은 제목 그대로 세계2차대전을 배경으로 일본군의 진주만 기습 공격으로 인하여 엇갈린 사랑을 담은 영화입니다.
2003년 [나쁜 녀석들 2]는 1995년 개봉해서 흥행에 성공한 [나쁜 녀석들]의 속편입니다. 속편의 법칙대로 규모가 대폭 늘어난 이 영화는 여전히 성격이 전혀 다른 명콤비 마커스와 마이크가 거대한 마약범죄조직을 상대로 위험한 모험을 펼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1억3천만 달러의 순수 제작비가 투여되었지만 흥행 성적 또한 1억3천만 달러에 그쳐 흥행 성적만 놓고 본다면 큰 재미를 본 영화는 아닙니다. 그러고보니 [비버리 힐스 캅 2]도 그렇고, [나쁜 녀석들 2]도 그렇고, 제리 브룩하이머는 속편 영화로 재미를 보지는 못했습니다. 물론 뒤에 소개할 [캐리비안의 해적]을 제외하고는 말입니다.
제리 브룩하이머가 제작한 영화들의 일부만 소개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양과 질과 엄청납니다. 제가 좋아하는 오락 영화들이 다수 포진되어 있어서 글을 쓰는 내내 행복했습니다. 제리 브룩하이머 2부에서는 니콜라스 케이지와의 영화들과 제리 브룩하이머 최고의 흥행 시리즈인 [캐리비안의 해적], 그리고 그의 망작 등을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제게 필요한 것은 손가락 추천이 아닙니다.
여러분의 진심어린 소중한 댓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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