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 허와 실

[스크랩] 사랑보다 깊은 사랑, 섹스

바라쿠다 2014. 7. 2. 11:06

 

 

소녀가 스무 살이 되면 수많은 섹스의 유혹과 마주하게 된다. 사랑한다고 속삭이며 오늘 밤 자신의 여자가 되어주기를 청하고, 섹스는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나누는 당연한 행위라고 설득하는 수많은 남자들 때문이다. 그 유혹은 때로는 숨 막히게 달콤하기도 하고, 때로는 막연한 두려움에 휩싸이게 만들기도 한다. 그렇게 여자들은 연애의 시작과 동시에 섹스와 씨름하게 된다. 그것이 진정 어떤 의미인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도 모른 채.
“고등학교 때부터 첫 경험에 대한 환상이 있었어요. 하지만 막상 하고 나니 시시하고 허무했어요. 자취하는 남자 친구 집에서 충동적으로 하게 됐거든요. 그놈의 성화에 못 이겨서 말이에요.”


스물다섯 살의 고아라 씨는 아무런 마음의 준비 없이 경험한 생애 첫 섹스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생물학적 정의인 ‘처녀’에서 해방된 것 외에 아무런 의미도 부여할 수 없었던 지난 기억이 떠오르자 눈물마저 글썽였다.


대부분의 여자들은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는 마음으로 첫 섹스를 허락한다. 가장 값지고 소중한 것을 상대방에게 봉헌하는 기분으로 몸과 마음을 내어주는 것이다. 그녀들에게 섹스란 사랑의 약속이자 사랑하는 사람끼리 몸으로 나누는 가장 애틋하고 아름다운 대화이다. 서로의 몸을 부비고 매만지며 체온을 공유할 때 가슴속은 온통 벅찬 감동으로 가득 찬다. 비록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서로의 체온을 통해 애정의 깊이를 확인할 수 있다. 한동안 쌓여 있던 크고 작은 오해의 감정들도 상대방의 품속에 안기면서 봄눈 녹듯 녹아내리고, 영원히 안녕이라며 단단히 걸어뒀던 마음의 빗장도 서서히 열린다. 그렇게 마음을 다해 나누는 몸의 대화는 서로를 둘도 없는 연인으로 만들어준다.

 

 

 

 

싱글 후배들이 연애 상담을 청할 때가 있다. 20대 후반을 달리는 다 큰 처자들이건만 섹스에 관해서는 순진한 건지 무지한 건지 고민 한 보따리를 머리에 이고 산다.
“언니, 얼마 전에 남자 친구랑 섹스를 할 뻔했어요. 결혼을 전제로 사귀고 있으니 그런 생각이 드는 게 무리는 아니지만, 문제는 제 마음을 잘 모르겠다는 거예요. 그 남자가 한없이 좋다가도 어느 순간 싫어지기도 하니…….”
“네 마음을 모르겠으면 그 남자와 한번 자봐. 몸을 나누다 보면 너도 몰랐던 솔직한 네 마음을 알 수 있을 거야.”
“섹스를 하라고요? 맙소사, 전 아직 처녀라고요!”


가끔씩 생물학적 처녀임을 내세워 자신은 순결한 여자라고 강조하는 여자들이 있다. 미안한 얘기지만 요즘 세상에 그런 것은 전혀 대단하지도 않을 뿐더러 고고해 보이지도 않는다. 오히려 어쩜 그 나이가 되도록 연애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섹스를 외면한 채 살아왔는지 의아할 따름이다. 이들은 첫날밤의 환상에 젖어 사랑하는 사람과 섹스 한 번 하지 않은 채 결혼할 사람들이다. 가장 솔직 담백한 사랑의 대화가 섹스이거늘, 결혼이라는 중대한 문제를 결정하는 데 어떻게 전혀 고려해보지 않을 수 있을까? 몸이 나누는 황홀한 대화는 결혼 생활을 유지해나가는 원동력이며 기반이건만, 만일 사랑의 대화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면 나중에 이혼을 선택할 생각이란 말인가?


사실 유교의 영향을 받고 있는 대한민국에서는 미혼 남녀가 섹스를 자유롭게 논하기란 쉽지 않다. 중요한 것은 생물학적 의미의 순결이 아니라 성적 주체성을 가진 섹스라고 아무리 강조해도, 결국 결혼이라는 제도권 아래에서만 섹스에 대해 자유로울 수 있으니 결혼도 안 한 처자에게 섹스부터 해보라고 조언하는 것도 무리이긴 하다. 자칫하다가는 몸을 함부로 굴린다는 주변의 비난을 받을 수 있으니 말이다.


더욱이 현실에서는 슬픈 세레나데를 들려주는 섹스가 넘쳐난다. 한창 연애를 하던 시절, 남자 친구가 내게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왜 성매매를 한 가해자의 신상까지 공개하면서 벌하는 줄 아니?”
“돈으로 여자를 사고파니까 그렇지.”
“누구나 잠재의식 속에서는 ‘섹스는 사랑하는 사람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야. 마음을 주고받지 못한 성교는 몸을 빼앗고 쟁취하는 야만적인 행위에 불과하거든.”
상대가 누구이든 성욕만을 분출하는 섹스, 아무런 의미도 없이 습관적으로 하는 섹스는 그 누구도 아름답다 말하지 않는다. 끝까지 숨기고픈 부끄럽고 비밀스런 행위일 뿐이다.
“그가 내 몸에 문신을 새겨놓은 기분이에요. 지우려 하면 할수록 더욱 또렷하게 생각나요. 그 남자의 체취, 내 뺨을 부드럽게 만지던 그 손길……. 이미 다른 사람의 남자인데 내 몸은 그 사람에게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어요.”
패션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는 간지애(27) 씨는 얼마 전 헤어진 남자 친구와의 이별로 아파하고 있다. 다른 여자에게 한눈을 팔아 헤어진 남자이건만 그녀는 아직 그를 놓지 못하는 것이다.
“이제는 남이 됐는데, 내 몸은 아직도 그 사람을 기억하고 있어요. 머리로는 이별을 받아들였건만 그에게 익숙해진 내 몸은 그를 놓아줄 수 없다고 해요.”


사랑보다 뜨겁고 무서운 것이 어쩌면 섹스일지 모른다. 몸은 마음보다 솔직하고 본능적이어서 사랑했던 시간들의 애절함과 애틋함을 오래도록 기억한다. 나쁜 남자와 쉽게 섹스를 나눠서는 안 되는 이유도, 마음의 준비 없이 습관적으로 섹스를 해서는 안 되는 까닭도 바로 이 때문이다. 대체로 여자는 몸이 가면 마음도 가게 마련이다. 그 남자에 대한 미움과 원망이 가득할지라도 내 몸이 그와 사랑했던 기억을 잊지 못한다면 그것만큼 서럽고 힘든 것이 또 있을까.


몸으로 하는 대화는 내 모든 것을 내주어도 아깝지 않을 사람과 해야 한다. 비록 언젠가는 안녕을 고할 수밖에 없는 순간을 맞이하더라도 사랑했던 기억만으로 그리운 사람, 그 시간으로 돌아간다면 다시 선택하고 싶은 사람, 참 많이 고마웠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과 사랑을 나눠야 후회가 없다. 더 가까워지고 싶고 좀 더 사랑을 확인하고 싶은 남자와의 섹스는 온몸 구석구석의 세포들이 하나하나 살아나 전율하는 감동을 안겨준다. 얼마나 나를 아끼고 소중히 여기는지를 전달하는 몸의 대화는 한층 깊고 성숙된 사랑으로 이끈다.


온전히 몸과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연인이라면, 밤하늘의 별들을 한가득 따 심장 한복판에 뿌려둔 것 같은 설렘과 떨림을 경험하고, 머리가 열리고 가슴이 터질 것 같은 진실한 오르가슴이 선사하는 황홀감에 빠질 수 있을 것이다. ‘오늘 밤 그를 홀리는 101가지 방법’ 따위를 읽어보지 못했다 하더라도, 《카마수트라》에 기록된 비법을 통달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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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상큼향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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