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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대전맛집] 한국인이 사랑한 오래된 한식당 100선 중 두번째집..변하지 않는 곳..그래서 안타까운 ..대전 / 구즉할머니묵 / 도토리 묵

바라쿠다 2014. 2. 5. 18:47

 

 

얼마전 대전을 거쳐 청주와 세종시까지 다녀왔네요..

그리 가깝지도 않은 먼길을 동생부부와 같이 다녀왔는데

가고 싶은 집이 몇군데 있었지만 다 가지를 못하고 세군데만 들렀다 왔습니다..

일단 가보고 싶었던 식당 서너군데중 한군데인 할머니 묵집과

3월 4일이면 군에 갈 아들내미의 부탁이었던 성심당의 튀김고로게와 부추빵..

그리고 동생이 가고 싶어 했었던 식당 두어군데중 한군데를 갔었는데

오늘은 제가 생각해 두었던 한국인이 사랑한 오래된 한식당 100선 중에 들어 있었던

구즉 할머니 묵집을 소개합니다..

 

대전광역시 유성구 봉산동 709-16

042-935-5842

 

 

 

이집의 가장 기본적인 메뉴인 도토리묵입니다..

가격은 오천원이지만 양은 아주 푸짐한...

모양새를 갖추고 있더군요..

 

 

 

 

 

1946년에 시작된 할머니 묵집..

예전에는 뭐라고 불리었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그냥 할머니 묵집으로 알고 갔었는데

가서 보니 구즉할머니 묵집이네요..

네비로 주소를 찍어 가다보면 시내 한복판이 아닌

외곽으로 나가더니 도착한 곳입니다..

지은지 그리 오래 되지 않은 이층 집에 일층을 식당으로 사용하고 이층은 살림용인듯 보였는데

주변 분위기가 시골느낌을 가질수 있는 분위기였습니다.. 

 

 

 

 

생각보다 썰렁합니다..

다른곳에 가면 사람들이 복닥복닥하거나

복닥 정도는 아니어도 손님을 어느 정도 볼수가 있었는데

어라..

우리 식구만 덜렁 앉아 있습니다..

 

 

 

 

 

 

이렇게 이층은 주택으로

일층는 식당으로 사용을 하는..예전에는 이런곳이 상당히 많았는데

요즘은 많이 줄어 들었지요..

사실 저도 같은 업종은 아니지만 제가게를 하고 있는데 하루종일 가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생활까지 그곳에서 한다면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닐것 같아서..

퇴근해서도 일하는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저는 일부러 조금 떨어진 곳에 집을 구했습니다..

출퇴근도 하나의 재미로...

 

 

 

 

예전에 메스컴에 나온 모습과 메뉴판이 보이는데

색이 바랜 메뉴판에서 오랜 세월의 흔적이 보입니다..

 

 

 

 

 

60년 전통이라..

1946년에 개업을 하였으니 실제로는 그것보다 더 되었네요..

이제는 70년이 다 되어가는 67년이란 세월이 흘렀는데

그 세월동안..변함이 없는듯한..가만히 서 있는듯한 느낌이 듭니다..

 

 

 

 

 

가격은 전반적으로 착합니다..

백숙이나 옻닭같은 닭요리도 다른곳보다 저렴하고 묵요리도

다른 곳보다 조금은 저렴한..

 

 

 

 

 

 

 

기본 상차림입니다..

풍기의 순흥묵집에 가도..

대구의 유명한 풍성메밀묵에 가도 반찬이 이만큼 나오진 않는데

이곳은 가짓수가 많이 나왔네요..

보통은 두어가지..그리고 메인인데 몇가지나 나와서 좋다고 해야할지..ㅎㅎ

 

 

 

 

 

고추 절임도 있구요..

조금 짰어요..

 

 

 

 

 

김치도...

물기가 없어 일부러 이렇게 담았는데 시간이 흘러 이렇게 되었는지는

모르겠네요..

 

 

 

 

 

지금 보기만 해도 시큼한 맛에 입에 침이 고이는

총각김치도 나왔구요..

 

 

 

 

 

독특한 느낌의 묵을 찍어 먹을 간장도..

 

 

 

 

 

시원함이 좋았던 물김치도..

 

 

 

 

 

특이하게 콩자반이 나왔던데...

왜 나왔는지 아직도 이해가 잘 안되는...

 

 

 

 

 

고추장아찌 다져서 만든...

도토리 묵에 타서 먹으며 맛나다고..요렇게 한접시..

 

 

 

 

 

 

 

오늘의 메인인 도토리 묵입니다..

멸치육수에 도토리 묵..김과 들깨가루를 고명으로 얹고

특이하게 아주 미세하게 간 고추가루를 살짝 얹어서 나왔더군요..

세련 되지 않은 모습이지만 제가 옛날사람이어서 그런지 정겹습니다..

 

 

 

 

 

 

여기에 아까 보았던 고추장아찌 다진것을 한수저 넣어서 먹으면

맛나다고 이야길 해주시네요..

 

 

 

 

 

자세히 보니 고추만 있는게 아니라 고추가루도 보이고 그사이에

다른 것들도 조금씩 섞여 있는데 뭔지는 잘 모르겠네요.

근데 살짝 군둥내 같은 내음이 있어 집사람은 별로 좋아하질 않더군요..

 

 

 

 

 

김치도 넣고

고추 다진것도 넣고..해서

한번 섞어 봅니다..

 

 

 

 

 

 

 

멸치육수에 다시마를 섞어서 사용하는지

육수가 구수하니 좋습니다..

이렇게 되니 이정도의 세월을 버티어 낸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먹어보면 요즘 많이 먹는 도토리 묵과는 조금 다른 느낌입니다..

툭툭 쉽게 끊기고 어딘지 모르게 투박함도 느껴지고 예전 우리가 어릴적 먹던

배고픔과 아쉬움이 서려 있는 느낌의 묵이랄까요...

제가 이런 느낌을 가지는게 이곳에 갈때 느낀 감정이

음식에 그대로 반영이 된게 아닌가 싶기도 한테..

넓지 않은 홀에 우리만 덜렁 앉아 먹어서 그런지 허전함과 아쉬움이 있는 그런 묵이네요..

 

오래 가는 식당이 되려면 세대가 다음 세대로 이어 주는 그런 음식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내자식을 데리고 먹으러 가고 내 자식이 또 자기자식을 데리고 먹으러 가는

그런 순환이 있어야 오래가는 식당이 되겠지요..

내가 가고 아들이 가지 않으려고 하면 우리 세대에서 끝이 나 버리는,,

한세대만 좋아하고 다음 세대로 넘어 갈수록 즐기는 사람이 줄어 드는..

그런 집들은 오래 가지를 못하지요..

그런 점에서 보면 옛 맛을 고집하면서도 새로운 세대를 위한 메뉴를 개발한다던지 하는

노력이 필요한듯 하네요..

예전에 100년이 넘은 나주의 하얀집 곰탕에 가보고는 깜짝 놀랐지요..

맛도 예전 다른 곳에서 먹어보던 평범한 곰탕맛이 아니라

요즘 사람들 입맛에 맞춘듯한 달다구리 하면서도 부드럽고 진한 느낌의 곰탕이었는데

작년 초에 먹었던 음식이 아직도 생각이 나는걸 보면 아주 오랫동안 이기억은 갈듯 합니다..

이집 곰탕은 옛것을 바닥에 두고 세월에 발맞춰 조금씩 아주 조금씩 변한다는 느낌이었네요..

하얀집 곰탕이 조금씩 움직인다면 구즉 할머니 묵집은 제자리 서있는 느낌이랄까요..

다음 세대에는 이집을 볼수 있을까 하는 맘이 있어 아쉽기만 한 방문이었습니다..

 

  

출처 : 나와 또 다른 생각들이 만들어 가는 세상
글쓴이 : 농갈라묵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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