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유 30
" 해장국 먹을래.. "
" 그걸로 시켜.. "
양평 해장국 집의 현관에 쪼리를 아무렇게나 팽개치듯 벗은 그녀가 마루로 올라서서는 벽쪽 테이블에 기대어 앉는다.
일견 보기에도 늘씬한 그녀인지라, 몸매에 자신이 있다는 듯 팬티에 반바지를 입고 반팔티 하나 걸쳤을 뿐이건만
해장국을 먹고있는 남자들의 시선이 흘깃거린다.
나이가 어리기도 하지만 긴 생머리를 당당하게 질끈 동여 맨 그녀의 싱싱함에 그네들의 눈길이 모이는건 당연하지 싶다.
룸에 찾아오는 손님들에게조차 자주 호명을 당하는 미모이기에, 이곳 식당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 소주도 시킨다~ "
" 그러던지.. "
" 오빠 기분이 별로네, 무슨 일 있어? "
" 일은 무슨.. "
집에서부터 내내 선영이로 인해 착잡한 심경을 지우지 못한지라, 미연이의 눈에도 그리 보이지 싶다.
" 거기 이번주에 이사간다던데.. "
" 그래? 그럼,이사가야지.. "
원룸이 비좁다며 인희처럼 방 두개짜리 오피스텔로 옮기고 싶다면서 애교를 부리기에, 마지못해 승낙을 해 버리고는 아차
싶었다.
가뜩이나 자금 회전이 여의칠 못해 전전긍긍하던 때인지라, 또 다시 삼천씩이나 쓸데없는 지출을 하게 된다면 어려움이
더 할수밖에 없음이다.
" 한잔해요.. "
" 그러자.. "
해장국이 나오기도 전, 미리 내 온 소주병을 딴 미연이가 각자의 잔에 술을 붓는다.
" 오빠가 도와줄거지? "
" 걍 포장이사 시켜, 나 힘없어.. "
" 그래도 남자가 있어야지, 여자 혼자 있으면 깔본단 말이야.. "
" 에구~ 참 내.. 알았다.. "
" 당연히 그래야지, 오빠도 같이 살 집인데.호호.. "
넓은 곳으로 이사갈 생각에 들뜨는지 마냥 즐거워 하는 표정이다. 웃음소리까지 환하고 청아한 탓에 옆자리의 남자
손님들까지 곁눈질을 한다.
상 밑으로 뻗은 그녀의 발이 자꾸만 정강이께를 간지럽힌다.
빠지지 않으려 했건만 자꾸 얽혀 드는 느낌에 마음이 심란스럽다. 가게를 책임지는 인희의 말마따나 아가씨들과 몸을
섞어 인연이라도 맺게 되면 약점을 잡히게 됨은 뻔한 노릇이란걸 알면서도, 연희까지도 호시탐탐 둘만의 시간을 조르고
있는 지금, 어찌 처신을 해야 할지 사면초가에 빠진 듯 싶어 스스로가 한심스럽기만 하다.
" 빨리 벗어, 나 하고 싶어.. "
" 얘가 왜 이러냐, 대낮부터.. "
" 꼴린다니까.. "
" 허~ 참.. "
해장국 집에서 한잔,두잔 하다보니 각기 한병씩을 비우고는 원룸으로 돌아왔다.
현관으로 들어서 신발을 벗을 새도 없이 목을 끌어 안고 키스를 퍼 붓더니, 겉에 걸친 점퍼까지 강제로 벗기는 미연이다.
엉겁결에 달려드는 그녀의 허리를 부여안고 엉거주춤하는 사이, 걸치고 있는 티를 스스로 목 위로 벗어 제끼자 탱탱한
젖가슴이 허옇게 둥실 뜬다.
뭐가 그리 급한지 내 바지 지퍼까지 내리고는, 기어코 팬티 속까지 손이 들어와 서서히 커지는 물건을 움켜 쥐기까지
한다.
급작스런 그녀의 그런 행동에 순응하듯 아랫도리의 그 놈이 빳빳하게 성이 나서는, 손아귀 속에서 아우성치는 것처럼
힘들어 한다.
" 거 봐, 얘도 좋다잖어.. "
자신의 손 안에서 부지불식 커져버린 놈을 내려다 보더니, 무릎을 구부려 쪼그려 앉아서는 입으로 물어간다.
빨갛게 메니큐어가 칠해 진 손가락으로 그 놈을 감싸고는 고개마저 끄덕인다.
" 어허~ 안하던 짓까지.. "
깔끔을 떠는 미연이가 이렇게까지 하리라곤 생각치 못했기에, 다소 어색하긴 했지만 뒤이어 밀려오는 그녀의 혀놀림에
조금씩 야릇한 느낌이 몽실거린다.
" 상주는거야, 집 얻어줘서.. "
그녀가 선사하는 즐거움을 만끽하기 위해 머리를 쓰다듬으며 두 발끝에 힘까지 줘 버티는 중인데, 물고있던 녀석을 입에서
잠시 빼 낸 미연이가 올려다 본다.
민수가 나간 집은 휑하니 찬바람이 분다. 남편의 심경을 속속들이 들여다 볼수는 없지만, 나름 어느 정도는 그가
괴로워하는 이유를 알고도 남음이다.
진호가 나타나기 전에는 끔찍이도 나만을 위하던 해바라기였다.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부러워 할만큼, 진호와의 사이에 애까지 낳은 나라는 여자를 살뜰하게 챙기던 사람이다.
그러던 그가 진호와 나와의 관계를 눈치채고부터는 자꾸만 멀어져가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다.
일부러 나타내고자 하진 않았지만, 그의 맘 고생을 어림 짐작할수 있었고 그런 그가 애뜻해 보이기까지 했다.
과거가 있는 내 허물을 직접 나서 감싸주고자 했고, 그런 그의 노력으로 진호를 차츰 잊을수 있었다.
하지만 모든 상황이 변해버린 지금 남편은 집 바깥으로 맴돌며 방황을 하고 있다.
측은심이 일어 다시금 그 와의 거리를 확인하고자 했지만, 냉랭한 반응이 돌아왔을 뿐이다.
" 수경이는.. "
~ 하우스에서 놀아, 짜리랑.. ~~
남편인 민수가 집을 나선후에, 여러가지 잡념으로 머리가 무겁기만 해 진호와 얘기라도 나누고 싶었다.
" 하우스야? "
~ 응, 치영이랑 모종 옮기는 중이야.. ~~
남편으로 인해 그 속상함이 내게까지 전해져 허허로운 중에, 수경이와 진호의 목소리를 듣는것만도 튼실한 응원이
된다.
" 다리는 어때.. "
~ 괜찮어, 이젠 통증도 없어.. 여기 공기가 좋아서 그런지.. ~~
" 다행이네.. 너무 무리하지 마.. "
~ 무리는, 치영이가 다 해 주는데.. ~~
" 내일 갈께.. 잠깐만.. "
진호와 얘기중에 핸폰이 떨어댄다. 액정을 보니 시누이인 희수다.
" 네, 아가씨.. "
~ 엄마가 집으로 오래요, 오빠랑 같이.. ~~
" 그 이.. 나갔는데.. "
~ 연락해요, 같이 들어오랬으니까.. ~~
잘못 들었는진 모르겠으나 건네지는 목소리에 날이 선 듯한 느낌이다.
" ....네.. "
시누이인 희수가 전화를 끊었지만 시댁에서 무슨일로 찾는건지 갑자기 불안감이 밀려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