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남자

숨겨진 남자 12

바라쿠다 2012. 9. 28. 00:02

술이 취한 그녀의 힘은 대단했다.     어찌나 혀를 세게 빨아 들이는지 혀뿌리가 빠질 지경이다.

" 좋지?   누나가 키스하나는 끝내주잖어.호호.. "

" 그러네요.. "

술에 취한 그녀가 걱정돼 기분을 맞춰주려 했다.     술에 의지하려는 그녀의 아픔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 자기야 나 화장실 갈래, 오줌마려.. "

앉은 자리에서 일어서려던 그녀가 휘청거린다.     제 몸하나 가누지도 못하는데 사다리를 타는건 위험해 보인다.

" 잠깐만 기다려요.. "

서둘러 천정에서 내려와 욕실로 향했다.     대용으로 세탁기 옆에 놓여있던 세숫대야가 눈에 띈다.

부리나케 이층방의 사다리를 올라 그녀 앞에 세숫대야를 내 밀었다.

" 에게~ 여기다 하라구? "

팬티를 내린 그녀가 세숫대야에 손을 짚어 의지를 하려다 중심을 잃고 옆으로 쓰러진다.

" 어, 왜 이러지 안 취했는데..   오줌 눠야 하는데.. "

그녀의 등 뒤에서 그녀의 허벅지를 잡고 들어 안았다.

" 자, 이제 해 봐요.. "

" 에고, 내가 공중에 떳네.호호..   재밌어라.. "

이윽고 쏟아지기 시작한 오줌줄기가 프라스틱 세숫대야를 시끄럽게 때린다.

" 오머나~ 많이도 나온다.. "

한동안 시원하게 쏟아지던 오줌 줄기가 작은 방울이 되어 쪼르륵 거린다.     

그녀를 옆에 내려놓고 보니, 세숫대야를 절반씩이나 채워 찰랑대고 그 옆에도 부산물이 흥건하다.      

수건을 꺼내 바닥에 떨어진 파편들을 훔치고, 그녀의 그곳에 묻은 자욱도 닦았다.

" 나 여기서 잘까? "

물끄러미 내 하는 양을 지켜보던 그녀의 혀가 꼬이는듯 싶더니, 이내 옆으로 쓰러져 잠이 들어 버린다.

아무렇게나 널려있는 치마와 팬티를 갈무리하고, 그녀에게 홑이불을 덮어 줬다. 

문득 재밌는 생각이 들어 핸폰을 꺼내 세숫대야를 중심으로 사진을 찍고, 그녀의 널브러진 모습도 또 한번 담았다.

 

그녀를 지켜보며 거의 뜬 눈으로 지샜다.

무슨 일이 있어 저렇듯 이기지도 못할만큼 술을 마셔야 했는지 모르지만, 그녀가 아픈만큼 준호도 맘이 편치를 못하다.

우연히 짝사랑과 조우해 순수했던 어린 시절에 품었던 연정을 이제사 만끽하는 행운을 누리고는 있지만, 여전히 그 사랑은

완전하다고는 볼수없는 이가 빠진 동그라미다.

아직까지 그녀를 온전히 차지하고픈 욕심까지는 부려 보지 않았다.      그저 꿈속에서만 그리던 그녀와의 불꽃같은 만남이

지속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녀 곁에 머물러 있는것이다.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해 준, 나만의 천사가 마음을 아파하고 있다.

할수만 있다면 그녀를 지켜주고 싶다.     설사, 그녀가 나를 외면할지라도 행복하게 사는 모습만큼은 보고 싶다.

그래야만 나 역시 마음의 짐을 덜수 있을것이다.     사랑하는 그녀가 눈물을 흘리는 일은 없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 아 ~ 웅 ~ "

속이 쓰린지 한두번 움틀이던 그녀가 눈을 떳다.      놀란 토끼눈이 되더니 벌떡 몸을 일으킨다.

" 지금 몇시야? "

" 다섯시.. "

" 남편은.. "

" 저기.. "

모니터를 가리키자 그제서야 안심이 되는지 손으로 머리를 짚는다.

" 머리 아파.. "

" 커피 마셔요.. "

내린 커피를 그녀에게 내밀었다.      그녀의 하루를 모두 볼수 있었기에, 아침마다 커피를 마시던 그녀를 위해 주방에 있던

커피 포트를 통째로 가져다 놨었다.

" 아침 준비해야 하는데.. "

정작 자신의 몸도 추스리질 못하면서, 남편의 눈에 벗어나지 않으려고 애를 쓰는 그녀의 속내가 보인다.

" 조금 정신이 들면 내려가요.. "

" 그래야겠어, 너무 마셨나 봐.. "

" 혹시, 예비로 둔 자동차 키 있어요? "

" 차 키?   응.. 집안 열쇠 꾸러미에 같이 있는데.. 왜? "

" 별건 아니고..  이따 잠시 줘 봐요.. "

" 응..  나 좀 내려줘, 그만 가야지.. "

내가 먼저 침대로 내려가서 천정에서 내려오는 그녀를 받아 안았다.      

이층 방문을 열고 나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멀거니 바라만 봤다.     내가 그녀에게 갈수있는 한계이기도 하다.

 

" 나 좀 잘래.. "

힘겹게 남편의 출근을 챙긴 그녀가, 자동차 키를 건네 주고는 안방으로 들어간다.    

남편이 무슨 일을 하는지는 모르지만 일요일까지 출근을 했다.     정희도 남편이 하는일은 자세히는 모르고, 인터넷 관련

사업이라고만 했다.

그녀가 자는중에 자동차 키를 복사하고, 용산 전자상가에서 고성능 마이크 세트를 사 왔다.

오후 내내 잠을 자는 그녀의 모습에서 많이 지친듯한 느낌을 받았다.      줌을 당겨보니 크로즈 업 된 그녀의 얼굴이 파리해

보인다.

선우가 유치원에서 돌아 왔을때만, 잠시 거실과 주방에 모습을 보이더니 또 다시 침대에 몸을 눕힌다.

늦은 저녁이 되어서야 골목길에서 그녀 남편의 차소리가 들렸다.      술을 마셨는지 대리기사에게서 키를 건네 받는다.

차에서 내린 그는 오늘도 예외없이 누군가와 전화통화를 하고는, 한참만에 대문에 있는 초인종을 누른다.

침대에 누워있던 그녀가 힘없이 일어서서는, 현관 입구에 붙어있는 화면을 확인하고 대문의 개폐장치를 누른다.

" 다녀오셨어요.. "

" 얼굴이 왜그래? "

그가 보기에도 정희의 안색이 좋지 않음을 느꼈는지, 처음으로 걱정하는 태도를 보인다.

" 그냥 좀 피곤하네요..  저녁은.. "

" 됐어, 빨리 들어와.. "

안방으로 따라 들어선 정희의 허리를 끌어안고 입 맞춤을 하려 하자, 남편에게서 벗어나고자 몸을 비트는 정희다.

" 여보, 오늘은 제발.. "

마음과 몸이 지쳐보이는 정희가 오늘만큼은 참아 달라고 남편에게 애걸을 하는 중이다.

" 금방 끝낼테니까 그냥 있어.. "

몸이 아파 쉬겠다는 정희의 옷을 벗기며, 자신의 욕심만을 채우려는 남편에게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준호다.

차마 정희의 힘든 모습을 보기가 딱해 고개를 돌려야 했다.       

다락방에서 내려와 이층방 창 밖에 있는 배관을 타고 땅으로 내려섰다.

산기슭을 타고는, 집과 한참 떨어진 얕으막한 동산을 돌아 골목길로 다시금 접어 들었다.

집 앞에 세워져 있는 남편의 차로 다가가, 소리없이 차 문을 열고 운전석 바닥에 마이크를 고정 시켰다.

차 밖 트렁크 쪽에도 마이크를 달고, 뒷 범퍼 밑에는 위치 추적기를 부착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