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남자 9
온 몸과 마음까지 지쳐 꼼짝을 할수가 없다.
혼인신고부터 하자던 남편의 뜻에 따랐다. 이미 헤어진 사람의 아이까지 달고 있음에, 그 사람의 뜻을 따를수 밖에 없었다.
당시 몸이 아픈 어머니를 모시고 살던 큰 언니가 그 사람과 합치기를 바랬고, 돌아가시기 직전의 어머니 역시 혼자 선우를
데리고 살던 나를 측은하게 여기며, 막내딸이 올바른 가정을 꾸리는걸 바라고 계셨다.
친정집으로 인사를 간 그가 앞장서서 어머니를 병원으로 모셨고, 그런 그의 모습에서 애써 인연이라고 여기며 살기로 했다.
어릴때부터 유달리 나를 이뻐 하셨던 어머니에게 헌신하는 그를 보며, 그의 뜻에 따르기로 결심을 한 시점이다.
남편이 새로이 장만한 이 집에서, 낯설고 어색했지만 그를 위해 최선을 다 하리라 마음까지 먹었다.
추석이 다가와 처음으로 시댁 식구와 대면을 했다. 시댁 식구라야 오늘 찾아왔던 시동생 부부와 그의 자녀들, 그리고
그 곳에 같이 살던 그의 딸이 전부였다.
그 날부터 남편의 주사가 시작됐는 듯 하다. 그 집에서 술을 마시던 남편이 시동생과 언쟁을 하기 시작했다.
그 사람의 딸을 키워주는 시동생이 생활비 문제로 그에게 심한 말을 퍼 부었고, 참지 못한 남편이 손찌검을 했다.
나서지도 못한채로 지켜 볼수밖에 없었는데 엉뚱하게 나에게 화살이 돌아왔다.
싸우기는 둘이 싸웠는데 모든 잘못이 나로 인해 비롯된 양, 시동생이 입에 담지 못할 욕을 퍼 부은 것이다.
상식에 어긋난 시동생의 악담을 고스란히 들어야 했다. 남편과 합치게 된걸 처음으로 후회를 한 명절이었다.
그 날의 악몽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온 남편이 술에 취해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평소엔 얌전했던 그 사람의 내면에, 악마가 살고 있다고 생각할 만큼 그의 횡포는 상상을 초월했다.
그 후로도 가끔씩 그의 주사가 내 정신까지 핍박하곤 했지만, 모든게 하늘의 뜻이라 여기며 참아내는 중이다.
" 지금 나 보여? "
~ 네, 지켜보고 있어요.. ~~
준호에게 못난 꼴을 보인것 같아 그에게 핸폰을 했다.
" 미안해.. "
~ 정희씨가 왜.. 난 괜찮으니까 몸이나 추스려요.. ~~
그의 따뜻한 말이 크나 큰 위로가 된다. 그가 내 곁에 있어줘서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 준호는 바보야.. 나 같은 여자가 무에 이쁘다고.. "
천정을 바라보며 그와 통화를 하는 중이다. 그라도 있어, 지금 버티고 있는지 모른다.
~ 내 눈에는 정희씨가 천사로 보여요.. ~~
" 푸~훗~ 놀리지 마, 기운도 없어.. "
~ 정희씨는 바보야.. 자기가 천사인줄도 모르고.. ~~
처음엔 그의 다가섬에 용기가 나질 않았다. 막무가내로 들이대는 그가 부담스럽기도 했다. 이제는 아니다.
지치고 힘든 인생에 있어, 그가 내 안에 자리잡고 있다. 바로 저 위 천정 속에서, 나를 걱정해 주는 수호신이 살고있는
것이다.
" 그래.. 우리 둘 다 바보일지도 모르지.. "
이제는 아무것도 두렵지가 않은 정희다. 지켜보는 준호가 있기에, 모든걸 견딜수 있을것만 같은 자신감까지 생긴다.
~ 몸은 괜찮아요? ~~
" 응.. 견딜만 해.. "
~ 약국에 가서 약이라도 사 올까요? ~~
살뜰하게 챙겨주는 준호가 있기에 몸을 추스리기로 했다. 천정에서 나를 보고있을 준호에게 미소를 보냈다.
" 바보야~ .. "
~ 네? ~~
" 고마워.. 선우 오기전에 일어 날께.. "
선우를 맞이하는 정희의 몸놀림이 평소 같지 않아 걱정스러운 준호다.
평상시 가볍고 경쾌했던 그녀의 발걸음이 많이 지쳐 보인다. 걱정이 되어 그녀 곁으로 내려가고 싶은걸, 억지로
참아내는 중이다.
집 바깥에서 승용차 소리가 들린다. 정원쪽의 카메라를 보니 그녀 남편의 차가 대문앞에 막 도착을 한다.
술을 마셨는지 뒷자석에서 내린 그가, 대리 기사로 보이는 사람에게서 차 키를 받아든다.
대문 앞에 선 그가, 누군가와 통화를 하는지 한참동안 핸폰을 귀에 붙이고 있다.
이윽고 초인종을 누르자, 주방에 있던 그녀가 서둘러 거실로 나오는 모습이 보인다.
" 빨리 열지 않고 뭐해.. "
술이 취한듯 비틀거리며 거실로 들어선 그를 정희가 부축하려 한다.
" 술 드셨어요? "
" 내가 술 안마시게 생겼어? 그저 도와주는 놈은 없고 뜯어가려는 인간만 있으니.. "
" 식사 하셔야죠.. "
" 됐어, 얼른 방으로 들어와.. "
안방이 보이는 모니터에 남편의 저고리를 받아 장롱에 거는 모습이 보인다. 다리에 힘이 풀리는지, 남편이 침대에 걸터
앉는다.
" 벗겨.. "
" ................ "
" 뭐 해, 벗기라는데.. "
남편 앞에 무릎을 구부리고 그의 바지를 벗긴다. 넥타이와 와이셔츠까지 벗겨서는 침대 옆 교탁에 올린다.
" 마저 벗겨.. "
" ................ "
" 빨리~ .. "
머뭇거리던 정희가 런닝과 팬티까지 벗기고는, 겁 먹은듯 남편을 바라보고 있다.
" 빨아.. "
" ................. "
" 이런 쌍년이.. "
침대에서 튀어오르듯 일어선 그가 정희의 뺨을 후려친다. 얼마나 세게 맞았는지 정희가 힘없이 고꾸라진다.
쓰러진 정희의 머리채를 휘어잡은 남편이 자신의 물건을 정희의 입에 쑤셔 넣는다.
아무런 저항도 못한채 남편의 행동을 묵묵히 받아 들이고 있는 정희가 가여워서 마음이 아픈 준호다.
한참을 정희의 입속에 박음질을 하던 남편의 몸이 부르르 떨리더니, 이윽고 비척이며 일어나서는 침대에 쓰러진다.
그때까지 남편의 속옷을 거머쥐고 있던 정희가, 런닝을 입으로 가져가서는 남편의 정액을 쏟아낸다.
한참을 방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던 그녀가 몸을 일으키더니 이층으로 오르는 계단을 향한다.
조금후 바닥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 천정과 통하는 구멍을 막아 놓은 판자를 들추자 정희가 침대위에 서서 올려다 보고
있다.
" 나.. 이런 여자야.. "
처음으로 내가 있는 다락방으로 올라 온 정희가 입을 뗀다.
" .................. "
" 여기서 다 보이네.. "
컴퓨터 모니터를 신기한 듯 바라보는 정희다. 그녀의 입가에 맺힌 핏자국을 손으로 씻었다.
말라 붙었는지 지워지지가 않는다. 그녀의 뺨을 쥐고 입술을 핧았다. 침으로라도 핏자국을 지워주고 싶었다.
" 하지마.. 더러워.. "
고개를 돌리는 정희의 심정을 이해할것 같았다. 조금전에 남편의 정액을 받아낸 자신의 입이 더럽다는 뜻일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