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여자

세여자 42

바라쿠다 2018. 11. 26. 04:35
"얼굴이 왜 이래,뭐야 지저분하게.."
".........."
유성이를 불러 내 커피숍에서 만나는 중이다.
며칠이나 면도를 못했는지 수염이 덥수룩하다.
"직원들이 흉보겠다."
"..출근안해.."
"공무원이라며.."
"..휴가야.."
"혹시 나 때문이야?"
".........."
"내가 그렇게 좋아?"
"..응.."
공무원 신분으로 휴가까지 낸 이유를 알게 된 숙자는 난감스럽다.
세상에 널린게 여자이건만 어쩌자고 목 매는지 모르겠다.
한편 좋아해 주는 그 마음이야 고맙지만 처신 또한 어렵다.
"참 대책없다, 세상에 널린게 여자야.."
"..그러게.. 나도 모르겠어, 숙자씨만 이쁘니.."
".........."
"나 싫다는 여자 잊으려고 해 봤어.. 근데 안돼.. 자꾸 보고 싶구.."
".........."
"..미안해, 귀찮게 해서.."
구구절절이 그가 날 좋아하는 크기가 어림 짐작된다.
그냥 육체를 탐하는 그런 욕심이 아닌 순수한 연정이 와 닿는다.
"내가 그렇게 좋아?"
"..응.."
"참 바보같애 당신.."
"..나도 알아.."
"어디가 좋은데.."
"..다.. 전부.."
"..그래 알았어.. 우리 사귀자, 대신 출근해."
"약속했다~"
"이런 철부지.. 집 여기서 멀어?"
"아니, 택시 기본요금.."
"일어 나, 가자."
"집에?"
"그래, 난 지저분한 남자 싫어. 냉장고 검사도 할겸.."
이토록 목 매는 남자라면 다시금 새 삶을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
오랜 시간 지켜보지 못했지만, 듣고 본 바로 미루어 푹 고은 곰탕냄새가 풍긴다.
도우미 일 하면서 느낀게지만 남자들 의외로 단순하다는걸 배웠다.
여자 역시 무조건 남자애게 기댈게 아니라 같은 방향으로 가게끔 도와야 한다.
그걸 남자가 느껴야 책임감이 생겨 가정에 충실하지 않을까 싶다.

"빨리 회비 내 놔."
"이따 준다니까~"
"마즈~ 나도 ㅋ~"
셋뿐인 친구 모임에 굳이 회비를 갹출하려는 인희다.
이 모임도 인희의 성화에 한달에 한번 만나는게 벌써 세번째다.
"집에 갈 시간인데 이따 준다구, 안돼 먼저달에도 못받았어 이 년아."
"하여간 돈만 밝힌다니까 저 년은.."
"마즈~ㅋ~"
"맞긴.. 근데 숙자 이 년 얼굴 피는것 좀 봐.."
"새신랑이 잘해 주겠지 ㅋ~"
"그러는 니 년들은.."
숙자가 유성이와 합친지 두어달이 지났다.
이제는 노래방 도우미일을 접고 유성이와 딸에게만 모든 신경을 쏟는다.
인희 역시 새로이 만난 동갑내기랑 잘돼가는 눈치다.
그 전에 만나던 스폰 모두를 정리했단다,
그렇게 느껴서인지 제법 여자다운 면모를 보이기까지 한다.
"에효~ 나만 불쌍하네."
"미친년.. 어린 영계 사랑받으면서 엄살은.."
"지랄~ 그 놈때문에 산부인과 가야 돼."
"산부인과?"
"2개월째란다, 이 나이에.."
거의 날마다 떨어지지 않고 들이대는 바람에 40이 넘은 나이에 별꼴을 겪는다.
호텔 한달 투숙비를 미리 계산해서 1201호는 전용 별채나 다름없다.
애들을 학교에 보낸 즉시 매일 1201호로 출근하는게 요즘 일상이다. 
매달 생활비조로 천만원이 통장으로 꽂히고, 진수씨의 VIP카드도 건네받아 백화점 쇼핑은 
물론 애들 옷가지며 친정에도 과일셋트와 선물다발을 수시로 보낸다.
"애 떼려구?"
"당연하지 이 년아, 쪽팔려 죽겠는데.."
"영계 전화번호 줘 봐.."
"이 년아 진수씨라고 불러.. 전화번호는 왜.."
"안 잡아먹어 이 년아~"
"진수씨도 너랑 놀지 말래."
"그건 진심일거야."
"뭐래? 이 년이.."
찌질이 남편은 싸잡아 미워하는 인희가 진수의 편에 서서 그를 두둔한다.

"옷입어."
"왜.."
오늘 역시 1201호에서 진수와 뭉개는 시간이다.
겉옷은 의례 벗어 팽개치고 속옷 차림으로 지낸지 꽤 오래이다.
진수가 시키는대로 같이 있을땐 속옷차림이 돼야 한다.
"오빠 꺼내드려야지."
"그럴수 있어?"
친정 오빠가 검찰에 구속된지 여러날이다.
세관에 묶인 수입품 공매를 응찰받아 이득을 남겨 되파는 사업을 한다.
수입도 제법 짭잘해 나이 드신 부모님까지 모시고 사는 장손이다.
동업자가 그 물건을 빼돌리는 바람에 사기죄로 잡혀 갔단다.
요즘 그 일로 친정은 아수라장이 됐고, 발을 동동거리며 동분서주했지만, 누구 하나 명쾌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했다.
평소 제 잘난멋에 큰소리만 치고 생활비도 못주는 찌질이 남편도 자연스럽게 그 일을 알게 
됐지만, 뒷짐지고 헛기침만 할 뿐이다.
"다 입었으면 따라 와."
철부지 떼쟁이와 다를바없는 진수가 듬직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