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사냥 30
토요일 저녁, 성미의 함흥냉면 집에서 멤버들이 모여 모임을 가졌다.
여자 5명과 남자 5명이 모였다. 맏언니인 정희가 홀아비인 명균이와 함께 했고 연주가 승우와 나란히 앉았다.
미진이가 영호의 옆에서 다소곳이 앉았고, 소연이가 두 애인인 명근이와 갑용이 사이에 끼어 술을 마시는 중이다.
함흥냉면집의 주인인 성미만 남자친구가 없이 멤버들의 시중을 드느라 들락거렸다.
" 이렇게 만나것도 인연인데 앞으로 잘 지냅시다. "
승우가 정희의 새 애인 명균이와 잔을 부디치며 인사를 트는 중이다.
" 나이가 저보다 2살이나 많으시네요.. "
매사가 점잖은 사람이라 누굴 만나도 실수가 없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명균이다.
" 그거야, 뭐. 우리 처형의 친구시니까 족보로 따지면 저보다 윗사람인데, 편하게 대하셔도 됩니다. 후후.. "
항시 연주의 일이라면 궂은일도 마다않는 승우도 처음만난 명균이를 편하게 해주고 싶어한다.
" 두분 다 술을 좋아하시니까 잘 만나셨네요, 그렇다고 저희들을 빼 버리고 두분만 만나면 삐질겁니다. 후후.. "
갑용이가 나서서 분위기를 돋군다고 끼여들어 소주잔을 채우고, 명근이는 묵묵하게 고기를 굽고 있다.
" 그럴리가 있나.. 우리 남자들끼리도 같이 한번 모여 보자구, 근데 나만 빼놓고 다들 만나것 같아서 좀 섭섭하이. "
연주가 성훈이와 동행을 하느라 승우만 빠진 꼴이 됐는지라 멤버들과 다른 남자들은 계면쩍은 맘이 생긴다.
승우만이 그걸 모르고 있는데 연주만이 태연하고 정작 다른 사람들이 어색해서 어쩔줄을 모른다.
" 못본 사이에 동서들이 전부 바뀌었으니 우리 연주가 잘못이네, 그려. "
" 그게 왜 내 잘못이래, 집안일이 바빠서 나올 틈이 없어 그런건데.. "
뻔뻔하기론 누구에게 뒤지지 않는 연주의 당당함에 승우를 뺀 나머지 사람들은 기가 막힐 노릇이다.
" 알았다,알았어.. 우리 공주가 또 삐지겠네. 후후.. 그나저나 우리 미진이 처제 애인은 생긴것도 잘 생겼지만
분위기가 선해 보이네, 앞으로도 자주 만나세. "
사람좋은 승우가 어색해 보이는 영호에게 나름 신경을 써준다.
" 네, 형님 자주 불러 주십시요. "
영호의 눈에도 아무때나 나서는 성훈이 보다는 승우가 맘에 드는 눈치다.
" 언제봐도 얌전한 미진이 처제가 이제서야 복을 받은거야, 같은 남자가 보더라도 탐이 날 정도로 준수한 젊은이를
얻었으니.. 축하해요, 처제. 후후.. "
" 형부는, 참. 몰라서 그렇지 얼마나 고집쟁이라구요. 호호.. "
미진이가 영호에게 눈을 흘기며 뜻모를 미소를 짓는다.
" 어머 ~ 언니는 그까짓 고집은 이해를 해 줘야지, 연하의 사랑을 듬뿍 받으면서 웬 복에 겨운 소리래.. "
이번엔 소연이까지 나서서 미진이가 부럽다는듯 분위기를 띄운다.
" 그러는 자기는 애인을 둘씩이나 데리고 다니면서도 젊은 애인을 욕심 내는지 모르겠네. 호호.. "
미진이가 소연이에게 반격을 하자 좌중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동조를 하며 웃는 바람에 미진이의 한판승이 됐다.
웃고 떠드는 사이에 승우와 연주의 핸폰이 동시에 울린다. 자리에서 일어난 두사람이 내실 밖으로 나간다.
" 무슨 일이야, 당신하고 모텔에 들어간 사진이 집으로 왔다는데.. 다른 남자하고 회집에 있는 사진도 있다지, 아마. "
통화를 끝낸 승우가 연주를 보며 자신보다 연주를 걱정하고 있다. 연주도 방금 핸폰으로 명수에게서 들은 말이
승우의 경우와 같은 내용이다. 명수의 회사로 택배가 왔는데 벤츠를 탄 자신이 어떤 남자와 모텔로 들어가는
사진이 들어 있더란다. 순간적으로 성훈이의 얼굴이 떠 오르는 연주다.
집에서 사람을 시켜 미행을 시켰을리는 없고, 며칠전에 싸운 성훈이의 짓이 뻔할것이란게 연주의 생각이다.
" 오빠 먼저 들어가 봐. 나도 경황이 없어서 잘 모르겠으니까 나중에 통화를 하기로 하자구.. "
일단 어찌 돌아가는지 추이를 지켜봐야 했다. 만약에 집으로도 사진을 보냈다면 일은 커질것이다.
밖에서 의논을 하던 승우와 연주가 일단은 내실로 들어가서 일행들에게 양해를 구한다.
" 오늘 술값은 우리 동서들을 만난 기념으로 내가 내고 갈테니까 다음에 보세나.. "
급한일이 생겼음에도 계산을 치루며 나가는 승우를 보며, 연주를 보는 시선들이 곱지 못한 일행들이다.
" 어쩜, 사람이 그럴수가 있냐구.. 분명히 성훈이 짓일거야. "
독기서린 말을 내뱉는 연주의 말에 나머지 사람들은 찬물을 끼얹은듯 말들이 없다.
" 집에서는 아직 연락이 없는거지.. "
그나마 맏언니인 정희가 연주의 사태를 이해하고 걱정을 한다.
" 몰라, 아직.. "
며칠전에 승우를 만나고 저녁 늦게 명수를 만나던 날에 찍힌 사진이란 것만 짐작될 뿐이다.
그 때 다시금 연주의 핸폰이 울리자 일행들의 시선이 모두 그 쪽으로 쏠린다.
" 응, 그래.. 알았어, 조금후에 들어갈께.. "
그저 서로의 얼굴만 쳐다볼뿐 아무도 입을 여는 사람이 없다.
" 집에도 사진이 왔나봐. 남편이 화가 나서 애들한테 나를 찾아 오라구 했다네.. "
아무래도 일이 커질 공산이다. 모두가 불안해서 연주를 지켜볼 뿐, 대책이 있을수 없다.
다만 명근이와 갑용이는 일의 발단이, 자신들의 선배인 성훈이 짓인것 같아 불편해 하고 있다.
" 나 먼저 들어갈께.. "
한참을 앉아 골몰하게 무언가를 생각하던 연주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 가능하면 어찌 됐는지 전화라도 해 주렴. "
연주를 따라 자리에서 일어난 정희가 문밖까지 배웅을 하고는 방으로 들어왔다.
" 잘 바래다 줬어, 안 돼 보이네 연주 처제.. "
당사자인 연주가 빠지자 제각기 이번 일에 대한 걱정들이 앞서는 멤버들이다. 멤버들의 모임에서 가장 큰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잘잘못은 제쳐 두고라도 일련의 사태가 어쩌면 남의 일이 아닌지라 관심이 클수밖에 없다.
" 명근씨가 전화라도 한번 해 봐. "
해보나 마나겠지만 이번일을 야기시킨 성훈이를 지칭하는 소연이다.
말이 없던 명근이가 핸폰을 들고 일어서자 갑용이도 뒤를 따른다.
" 어쩌면 좋아, 제발 무사히 넘어가야 할텐데.. "
의외로 당차게 보이는 소연이가 발을 동동 구른다.
" 일이 크게는 번지지 않을거야, 연주 남편도 대놓고 바람을 피는 사람이니까.. "
처음 들어보는 연주 남편에 대한 얘기다. 아마도 언니인 정희에게는 속사정을 털어 놨을거란 짐작들만 할 뿐이다.
그녀 자신 역시 남편의 여자 문제때문에 의지할 곳이 없어 남자친구를 만나는지도 모른다.
" 조금있다 만나기로 했어, 갑용이랑 같이.. "
전화를 하고 들어온 명근이가 누구랄것도 없이 경과를 들려준다.
" 대답은 안 했는데 놀라지도 않는걸 보면 선배가 저지른 일이 맞지 싶어. "
" 나도 같이가, 직접 얼굴을 보고 듣고싶어. "
명근이와 갑용이를 굳이 따라 나서겠다는 소연이다.
소연이의 일행이 성훈이를 만난다고 자리에서 일어나고 정희마저 약속이 있다면서 명균이와 내실을 나간다.
" 왜 이렇게 어수선한지 모르겠다, 조용히들 살면 좀 좋을까.. "
여럿이서 먹던 식탁을 정리하던 성미가 한 마디를 했다. 아마도 남편과의 이혼으로 맘 고생을 해 본 여자로서의
넋두리일지도 모르겠다.
죽이니 살리니 했어도 인생의 변화를 겪은 사람의 푸념이라고 봐야 할것이다.
" 그나저나 넌 어떻게 됐어.. "
자신의 친구도 힘든일을 겪고 있는지라, 궁금해 하는 성미가 미진이를 바라본다.
" 이혼서류가 도착 했다고 변호사한테서 연락이 왔어, 조만간 처리가 될거래.. "
담담히 말을 하지만 속 깨나 끓였을 미진이가 소주잔을 입으로 가져간다.
" 잘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그 때는 몰랐지만 모든것이 뒤죽박죽이 되더라. "
" 나도 처음엔 망설였지만 그럴수 밖에 없는 사정이 생겼어, 너한텐 나중에 얘기 해 줄께. "
옆에서 듣고있는 영호만이 그 이유를 알고있다. 임신을 한 그녀로서는 달리 선택할 여지가 없었을 것이다.
" 미안해, 미진씨.. 앞으로는 내가 더 잘할께. "
늦은 나이에 원치 않는 임신을 해서는, 우여곡절이 많았던 미진이를 옆에서 지켜 본 영호다.
할수만 있다면 그녀의 모든 아픔을 대신이라도 짊어지고 싶은것이다.
" ............ "
두 사람의 알수없는 대화를 이해 못하는 성미는 눈만 껌벅인다.
" 괞찮어, 영호씨.. 나도 잘못이 있어. "